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6
돌프 페르로엔 지음, 이옥용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이런 책을 읽고 나면 음 .. 어떤 말로 책에 대한 내 생각을 얘기해야 할지 참 난감해진다.

동화도 아닌것이 그렇다고 어른들을 위한 소설도 아닌듯한 이 책은 내 손에 잡자마자 정말 스르르 읽어 버렸다. 제목에서 느꼈던 무언가 있을 듯한 대단한 기대는 저자의 말을 읽으며 이미 사라졌고 저자가 그토록 가르치고자 했던 진실이 마지막장을 덮으며 불편한 마음으로 역사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를 만든다. 알고 있지만 별로 크게 다가오지 않았던 노예라는 단어에 대한 느낌은 어린소녀 마리아의 눈과 생각과 생활을 통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며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얼마나 가증스럽고 위선스러운지에 대한 기분을 쓴 웃음으로 대신하게 된다.

 

200년 전 네델란드의 식민지였던 남미 수리남의 부유한 농장주 딸인 마리아는 열네살 생일을 맞아 성년이 된 기념으로 흑인 노예 꼬꼬를 선물 받는다. 커다란 쟁반에 잔뜩  쪼그린채 앉아 있던 , 무릎까지 오는 꼭 끼는 재킷에 엉덩이와 앞쪽을 가리는 천을 두르고 있었던 꼬꼬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욕지거리가 튀어 나온다. 게다 노예를 다르는 채찍까지 선물로 받은 것을 보니 이 어린 흑인 친구의 앞날은 안보아도 알겠다.

 

아름다운 흑인 노예를 첩으로 두고 즐기는 아빠, 불필요한 존재인 흑인은 얼른 내다 팔아버리면서 아픈 할아버지를 걱정하는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다. 그런 아빠에게 화를 내기 보다는 아빠의 흑인 노예를 학대하는 엄마, 노예란 인간이 아닌 물건임을 강조하는 얼빠진 우와를 떠는 백인 우월주의 아줌마들, 어린나이에 자신을 돌보던 노예 울라를 건드려 아이를 가지게 한 마리아의 우상이었던 루까스 그들 모두는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역사의 한 페이지 속에서 살아갈 뿐이다. 사람이란 자신의 손톱밑의 고통은 끔찍히 여기면서도 남의 살이 썩어가는 것은 알지 못한다고 하던데 마리아는 자신의 가슴이 작다는 것을 고민하면서도 도망치다 붙잡혀온 노예가 채찍으로 맞는 끔찍한 비명소리는 그저 그렇게 넘긴다. 이 아이는 왜 울라가 귀를 막고 고통스러워하는지 죽는날까지 알수 있을까?

 

우리는 너무나도 고상하고 깔끔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일이 없을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 스스로가  21세기에 인간은 모두 존엄하며 위 아래가 없으며 차별받을 수 없다고 인지하고 또 그렇게 사람들을 대하고 살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세상의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들어 보면 아직도 세계 곳곳에는 현대판 노예가 있다던데 아니 살짝 우리 주위만 돌아보아도 고통받고 힘겨워하며 벗어날 수 없는 삶에 괴로워하는 이들이 있는데 과연 그들과 함께 하며 살고 있는지 이 짧은 책을 통해 돌아다 보게 된다.

 

고병권 님의 말처럼 꽤나 불편한 책이다. 읽으면서도 불편했고 읽고 나서도 불편하다. 인간의 이기주의 어디까지 진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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