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세계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온다리쿠란 이름만으로 주저없이 집어 들었다. 일본작가의 소설을 좋아한다 싫어한다 말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 작가의 책을 달랑 초콜릿코스모스 한 권 읽고 이미 난 그녀의 포로가 되어 있었다. 누군가 온다리쿠는 취향이다 아니다가 독자들 사이에서 극명하게 갈린다는데 나는 그녀가 딱인가 보다. 서점에 들려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눈여겨 보고 전작을 해야 할 듯한 기분이 들어 한권 두권 책을 모으기 시작했고 그 중 이야기꾼인 온다리쿠가 자신의 문학세계를 집대성한 책이라 할 만큼 야심차게 내 좋았다는 장편소설 어제의 세계의 첫장을 떨리는 마음으로 열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미스테리한 세계가 이번에 어떤 방식으로 펼쳐져 갈지 너무나 궁금했다. 

이야기는 이치가와 고로라는 실종된지 1년된 상태인 사람이 어느날 M 이라는 한 마을의 다리 위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탑과 수로 이 두가지가 이 마을의 상징이다. 조용한 시골마을을 뒤 흔들어 놓을 정도의 충격인 이 살인사건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독자는 당신이라는 빠져나올 수 없는 명칭으로 일컬어지는 수사관이 되어 마을의 다양한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사람씩 차례로 마을 주민들을 만나가야 한다는 것도 30대 중반의 평범한 인물이 이치라와 고로가 기진 모든 것을 보는 순간 통째로 외우는 특이한 초능력을 가진 이의 살인사건에 범인이 누구냐 하는 성급한 결론에 도달하고자 하는 독자들의 발목을 잡는다. 마치 퍼즐 맞추기처럼 꿰어야 하는 사건의 전개는 이전이 온다리쿠의 책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알쏭달쏭함으로 펼쳐지고 도대체 이 사건의 정체가 뭔지 궁금해 질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다들 너무나 일상적인 삶을 살고 있고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 사이를 이치라와 고로는 마을의 상징이었던 탑으로 수로로 그 비밀의 열쇠를 찾기 위해 헤집고 다닌다. 사람은 없는데 그 사람이 남긴 흔적은 여기저기서 너무나도 많이 발견된다. 하지만 이어지지 않는 고리는 독자를 더욱 미궁속으로 빠져들게 할 뿐이다. 세 개의 탑에 얽힌 전설은 뭘까? 수로는? 이 비밀을 알고자 했던 이치라와 고로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이 사람들 가운데 범인이 있는 걸까? 계속적으로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엮어 보려 하지만 감이 잡히질 않는다. 

온다리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도 빠져들 것이다. 자그만치 500페이지가 넘는 책장이 순식간에 넘어간다. 다음에 다음에 무슨 이야기가 전개될지 몰라 책을 놓을 수가 없다. 책장은 계속 넘어가는데 아직도 사건은 해결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빠져들게 된다. 평범함을 단순히 평범하게 놓아두지 않는 온다리쿠의 비범함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그녀가 이 책의 소재로 삼았던 기억 또한 사건과 함께 생각할 거리를 남겨 준다. 모든 것을 다 기억할 수 없다고 하지만 그건 우리 뇌의 능력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뇌의 저장창고 어딘가 깊숙히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기억들을 담어 두고 잊은 듯 순간 떠오르게 하는 능력을 모든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내 머리 속에는 어떤 기억들이 담겨 있는지 그 기억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무언 중 내 행동에 묻어 나는 것은 아닌지.

잊는다는 것은 커다란 죄이다. 그러나 잊지 않으면 안 되는 일도 있다. p345

온다리쿠의 다른 작품을 향해 또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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