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 (양장) ㅣ 까칠한 재석이
고정욱 지음 / 애플북스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아이들은 우리 자랄때와는 많이 달라. 흔히 입버릇처럼 어른들이 쓰는 말이다. 우리 때는 안그랬는데 요즘 애들은 왜 그런지 몰라. 이것도 그렇다. 세월은 흘렀고 세상은 변했고 그리고 어른도 아이들도 놓인 환경이 달라졌다. 과거를 기억하여 고집세게 옹호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과거에 붙들려 아이들에게 따라오기만을 강요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면 흠찟 놀라기도 하지만 시간이라는 것이 그렇도록 무섭다. 한번 인이 배긴 것은 바뀌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완득이, 직녀, 작년에 내가 읽은 성장 소설의 주인공들이다. 모두 학교에서는 사고뭉치일지도 모르지만 본심은 바르고 착하고 여리고 뭐 그렇게 표현되어 있는 친구들이다. 성장소설 속의 친구들은 처음부터 나빴던 아이들은 없다. 다만 환경이 다만 주변이 시선이 그들을 말썽 꾸러기로 전락시켰을 뿐이다. 재석이도 그랬다. 그의 까칠함은 자신이 아빠가 없다는 거 남들이 가진 평범함 조차도 익숙할 수 없는 가난이 있었다는 것을 180cm의 큰 덩치를 가졌다는 것과 싸움질을 잘 한다는 것으로 덮어버려야 한다는 것에서 기인되었다. 공부에는 관심이 없으니 잘 할리가 없을거고 싸움판에는 빠질 수 없으니 학교에서 주먹으로 찍혀있을 거고 덕분에 시작한 사회봉사가 이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요즘은 나쁜 남자가 대세란다. 모든 남학생들의 로망은 집안 좋고 외모 출중하며 머리는 좋지만 공부를 안해서 단지 성적이 나쁠 뿐이고 주먹 하나는 누구도 자신을 막을 수 없게 자신있는 모습이고 여학생들의 로망은 그런 남자가 자신을 좋아해 주는 것이다. 현실속에서라고 생각하면 얼토당토한 판타지 같은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까칠한 재석이가 보담이를 좋아하던 덕에 불량서클을 탈퇴하고 ( 단지 아무리 현실이 그렇다고 해도 삼백대씩이나 맞고 불량서클을 탈퇴한다는 것은 마치 어른 조직의 축소판을 보는 듯 하여 기분이 그랬다. )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었던 것이 요즘 유행하던 드라만 <꽃보다남자>의 구준표 금잔디와 겹쳐보이는 것은 사랑과 관심이 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에 기인한다.
성장통.. 제발 모른채, 아닌 채 지나쳤으면 하는 사춘기의 방황, 누구나 대단히 반항하고 대단히 불량스럽게 학창시절을 보내는 것은 아니지만 보이는 모습에 민감한 아이들에게 자신이 처한 환경이 불만이 되고 그것으로 인해 성격이 변해갈 수 있음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조금의 관심만 있다면 그들을 보듬을 수 있다는 것을 어른들은 알아야 한다.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위치에서 어른들과 똑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기를 바람은 막 태어난 아이가 걷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지. 끊임없이 지켜봐주고 응원해주고 용기를 주는 것이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임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새는 알을 뚫고 나오기 위해 싸운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중학교 때 읽었던 데미안을 책 안에서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그 때도 지금도 완전히 성숙치 못한 내 자신이기에 다 이해를 한다는 것은 무리이지만 까칠했던 재석이가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볼 대목이었던 만큼 내게도 그렇게 다가왔다. 청소년들이건 어른들이건 틀에 박힌 자신의 세계를 깨뜨려야만 신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까칠한 재석이를 통해 재 자신을 찾는 것 또 하나의 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