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인 이야기

신라인 이야기 - 고대영웅들의 화려한 귀환
서영교 지음 / 살림 / 2009년 3월

아무래도 우리와 가까운 역사부터 기억하기 마련이다. 조선시대가 현재와 가장 가깝기도 하거니와  큼직큼직한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기에 남아있는 유물들 산성들 그리고 고증할 수 있는 서적들까지 이야기거리가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드라마로도 영화의 소재로도 자주 등장하고 익숙하게 접해졌기에 알고 있는 부분들도 많다. 그런 조선 그리고 화려한 액션을 동반한 수 밖에 없는 진취적 기상을 가졌던 고구려를 그렸던 [주몽]에 이어 이제는 [선덕여왕] 등으로 신라에 매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단군할아버지가 고조선을 만드시고로 시작되는 대한민국의 역사는 5000년이다. 이제 1000여년을 거슬러 올라가 삼국을 통일한 신라인의 이야기를 『신라인 이야기. 살림』을 통해서 들어본다. 어릴적 읽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애마의 목을 베어버린 김유신 장군이나 백제를 멸망시켜 삼국통일의 기반을 마련한 무열왕 김춘추 그리고 그림안의 모란꽃에 벌이나 나비가 없다는 것으로 꽃에 향이 없음을 짐작한카리스마 있는 선덕여왕으로 기억되는 신라인들의 생활속으로 들어가 한반도 영웅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왔다.

고구려나 백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였던 신라가 당나라의 도움을 받아 삼국을 통일한 것에 대해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 속내야 잘 알 수 없지만 혹시나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다면 우리의 영토가 좀 더 넓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전쟁으로 땅뺏기를 하던 고대인들에게 있어 힘은 곧 영토 확장이었기에 북으로 뻗어나갈 기회를 이미 삼국통일로 앗아가 버린 것은 아닌지 불만스러웠었다. 문화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에까지 그 영향력을 가졌던 화려하고 좀더 찬란했던 백제의 문화가 사라져 버린 것이 아쉬웠다.

역사란 곧 승자의 기록이라고 생각해 역사를 잘 모르며 역사를 말하고 판단했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이 책을 읽으며 느끼게 된다. 너무나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몇 몇의 역사속 인물들을 좀 더 자세히 알고 기존에 알려지지 않아 몰랐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디선가 들은 기억은 있지만 신라의 귀족들에게 버림받아 스스로 외적의 소굴에 뛰어들어 신라의 안위를 책임진 우로나 여린 여자의 몸으로 남편의 복수를 하고 처형된 우로의 부인 모습을 읽으며 소름이 돋기도 한다. 그만큼 호족의 힘이 강하고 임금의 힘이 약해 그들의 눈치를 보아야 했던 신라에 불교의 힘을 키운 법흥왕이나 안과 밖을 잘 다스린 무열왕의 정치적 노력 그리고 김춘추의 아들 김인문이 당나라와의 외교에서의 대단한 역활은 신라가 한반도에서 자리잡는데 큰 힘을 보탠다.

천년왕조의 이룩한 신라의 영웅들을 만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한 나라가 천년을 이어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영웅호걸들이 많고 역사적 사건들 반복되었을 것이고 그 안에 찬란한 문화가 꽃을 피웠을 것이다. 신라하면 생각나는 왕들의 화려한 황금빛 관 만큼이나 눈부셨던 그들의 역사가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