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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후회남
둥시 지음, 홍순도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근래에 몇 권의 중국소설을 읽었다. 이제는 어쩜 익숙해진 일본 소설보다 아직 중국 소설은 내게 불모지다. 문화와 환경이 다른 나라 작가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이 때론 이해할 수 없는 부담감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중국은 우리와는 역사와 문화면에서 많은 고리로 서로 엮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중국 여행을 하면서 느꼈었다. 처음 접하는 작가 둥시( 본명은 톈다이린田代琳 )이지만 1966년생으로 중국 신생대 작가의 대표작가로서 대중과 언론의 사랑을 받고 있다니 소설 미스터 후회남 속에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지 궁금해 졌다.
광셴이라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평생을 우물쭈물 거리다 사건에 엮이어 감옥도 다녀오고 사랑도 잃고 여자에게 이용당하고 뭐 그런 말하자면 찌질이 인생의 대명사이다. 가벼운 입안에 담긴 참을 수 없이 발설하고 싶었던 일들 덕분에 어머니와 친구를 잃었고 아버지가 모진 고초를 당했으며 견디지 못했던 10대의 욕구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채 바꾸어 버린다. 50줄이 되도록 동정으로 남아 있어야 했던 비운의 삶에 대해 후회했던 삶에 대해 때론 장난처럼 때론 너무나도 진지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가만히 읽다보면 중국이란 나라의 무서움이 느껴진다. 뭐 지금이야 그렇지 않겠지만 감시와 소문으로 인해 한 사람에게 비판이라는 이름으로 제재를 가하고 보란 듯 공개된 인권모독이나 무시는 입조심 행동조심을 불러온다.
몇 권의 중국 소설을 통해 느꼈듯이 과장이라는 표현을 통해 시대를 묘사하고 신세대들의 생각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둥시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광셴이 장나오의 강간사건을 이유로 재판을 받던 과정을 보니 60년대 문화혁명당시의 중국의 살벌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올림픽을 치르고 세계의 경제 대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나라에서 이루어진 일일까 싶기도 하지만 넓은 땅덩어리와 통제하기 힘든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나라가 중국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어딘가에선 광셴과 같은 피해자가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아버지의 성적 욕망이 해갈되지 않음으로 인해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은 광셴에게 일생을 통해 큰 걸림돌이 된다. 사회의 분위기상 성적 표현과 자유가 너그럽게 용납되지 못했던 때에 아버지의 불륜이 광셴의 입으로 고발되고 어머니의 자살로 이어지고 좋아하던 여자를 놓치게 만들었다. 혹시나 내가 어릴적 헤어진 내 여동생과 동침을 하게 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모르는 여자를 안을수도 없었고 한순간의 판단미스가 자신을 강간범으로 고발했던 장나오를 아내를 맞게 하지만 그녀는 부정을 일삼고 10년의 수감생활을 한결같이 뒷바라지 해온 루샤오엔을 다른 남자에게 떠나보낸다.
후회후회후회.. 매번 일이 터질때만다 후회를 하면서 자신의 머리를 찧고 손을 때리며 입을 봉해버리려 하지만 그 때 뿐일 뿐 착하다고 해야 할까 미련하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일생을 살았다.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변했지만 광셴은 어느 하나 이룬 것없이 그렇게 격동의 시기를 살아 남았다. 살아남은 것만으로 감사해야 하는 걸까.
어쩌면 침울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작가는 건조한 말투로 그저 툭툭 던지듯 아니 남의 이야기를 하듯 " 별다른 의견이 없지 아가씨.? 그러면 이제부터 내 얘기를 슬슬 시작해 보겠어 " 라고 시작하여 480여 페이지를 이끌어 간다. 옮긴이의 말처럼 입을 잘 관리해야 인생의 평지풍파가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 쓴 『미스터 후회남』은 솔직히 광셴에게는 좀 가혹했다. 하지만 전적으로 동감한다. 인간의 세치혀가 사람을 죽일수도 살릴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 작가의 다른 책 『언어없는 생활』도 읽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