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 1
정재영 지음 / 풀빛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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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유럽일 것이다. 나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미국이나 캐나다 또는 호주의 영어 문화권과는 다르게 특색있는 문화를 경험 할 수 있고 다른 듯 보이는 문화가 오랜 역사를 함께 지내오며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그 매력에 빠져 헤어날 수가 없다고 한다. 수많은 전쟁과 이권다툼에 나라들이 파괴되고 문화가 섞이며 또다른 문화를 만들어 오던 그 긴 세월이 건물과 학문과 사람들에 묻어 도시를 만들어 내었다. 그 도시를 따라 철학을 만날 수 있는 책 <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를 읽었다.

 

철학이라 하면 특히나 나처럼 생각이 많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고역의 학문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그나마 유교적 교욱을 받고 자라서 그럴까 아님 같은 동양권이라 그럴까 '공자왈 맹자왈"하는 철학 이야기야 들어 본 기억이 있지만 서양철학은 학부 때 교양으로도 선택하기 싫은 만큼 어렵고 접근하기 힘든 학문이었다. 사회에 나와 읽게된 몇 권의 철학 책 조차도 쉽게 접근할 수 있기보다는 세계사를 좀 알아야 한다는 부담감과 딱딱한 말투의 문체가 거리를 두게 만들었으니 분명 생각의 도구인 철학에 관심을 둘리가 만무했다.

 

저자는 유럽도시를 함께 여행하며 서양철학을 둘러보자고 말했다. 그림책마냥 재미있고 생생하게 철학의 역사를 보기위해 유럽 열 두곳의 도시를 여행하자고 했다. 유럽의 역사가 고대 그리스와 로마로부터 시작되었고 나라가 아닌 도시와 도시가 연결되어 유럽이 형성되었으니 2500년 서양철학의 역사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도시를 둘러봄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흥미가 갔다. 여행이라면 사죽을 못쓰는 나인데 더구나 유럽여행을 이렇게라도 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다. 더불어 어렵다는 철학 공부까지 할 수 있다니 실속을 차릴 수 있는 여행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20세기 비엔나에서 고대 아테네까지 철학의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 중심의 철학자들을 만나볼 수 있다. 매력적인 도시인 비엔나( 논리 실증주의)  파리( 포스트 모더니즘철학) 를 거쳐 실재의 귀환( 리얼리즘에 대해) 알아보고  피렌체( 르네상스 철학), 암스테르담( 근대 합리주의 철학), 에든버러( 근대 경험주의 철학), 쾨니히스베르크(칸트 철학) , 베를린(헤겔 철학), 런던(마르크스철학),비젤(니체 철학), 아테네(현재의 거울로서의 그리스 철학), 로마(서양의 사고의 틀을 만든 중세 철학)가 담겨있는 세계지도를 따라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근대 왜 이렇게 현대 철학은 어려운 거야? 읽다보니 저자는 시대를 거슬러 오르면서 서양철학을 독자에게 소개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그나마 학교공부로 알고 있었던 철학은 고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 동안 얼마나 철학을 멀리했는지 실감하게 된다. 이 책으로 서양철학의 역사를 다 기억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솔직히 그렇지는 않다. 다만 철학이라면 손을 내 저으며 기겁하던 경험에서 벗어나 이제 조금 열린 시야로 바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를 읽고 얻은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칸트, 헤게르, 니체 이름만 들어도 머리아프게 생각되었는데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아 이렇게 철학이 변모해 왔구나 하는 틀이 잡히는 듯 하다.

 

생각의 변화가 역사에 준 영향도 생각하게 되고 역사가 바꾸어준 생각의 틀도 알게 되면서 역사와 생각의 고리가 생각보다 단단함을 배우게 된다. 서양철학의 큰 줄기를 잡아 줌으로서 철학에 입문하고자 하는 일반인들과 청소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간간히 들어 있는 도시와 박물관에서 볼수 있음 직한 그림들 조각들의 사진에 여행을 하고 있다는 기분도 든다. 1권을 읽는 동안 제발 포기하지 말길 바란다. 어려운 단어들과 내용들 간간히 이해 되지 않는 설명들에 주눅들지 말고 끝까지 읽어보길 바란다. 어느새 철학의 내용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 하게 될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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