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옛날 맛집 - 정성을 먹고, 추억을 먹고, 이야기를 먹는
황교익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내게도 먹거리에 대한 추억이 있다. . 아마도 토요일이었을 거다. 시골서 서울로 이사를 오고 난 후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 회사가 있었던 신사동 사옥 근처로 아버지를 만나러 갔었다. 얼추 점심시간이 되었고 아버지가 식구들을 이끈 곳은 아바이 순대 전문점이었다. 순대라고는 길거리표밖에 모르는 내게 속이 꽉 찬 게다 크기까지 어마어마했던 (지금 생각하면 아니지만 그 당시 어린 눈으로 보기에는 그랬다) 순대를 먹으며 신이 났었던 기억이 있다. 먹거리는 그 맛뿐 아니라 추억과 이야기를 먹는다는 말이 맞다. 그 행복했던 순간만 떠올려도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니 말이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과 함께 떠나는 추억의 맛 여행 소문난 옛날 맛집을 만났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저자가 62년 생이니 그가 선택한 맛기행 중 과연 나랑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이야기 있을까 싶었지만 첫페이지의 아버지의 호두과자부터 가슴이 찡하게 만든다. 지금과 같이 과자가 많지 않던 시절 아버지의 출장 중 사가지고 오시던 호두과자는 지금도 우리식구 모두 좋아하는 간식거리이다. 천안역을 내려서자 마자 만날 수 있는 원조 호두과자집을 저자가 첫머리에서 추천하니 이 책 아무래도 읽을수록 과거로의 여행에 동참하게 만드는 거리가 많겠다 싶다.

 

그닥 간식거리가 많지 않던 시절이었다. 지금이야 미식가니 양보다 질이니 하고 떠들지만 하루 세끼 밥먹고 중간중간 먹는 고구마나 감자 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엄마표 튀김과자나 맛강정, 고구마 맛탕에가뭄에 콩나듯 한번씩 사오시던 양과자(센베이라고 불렀던거 같은데)가 먹거리의 전부였던 때가 있었다. 그래도 할아버지의 손에서 동전 몇개를 받아들고 구멍가게로 달려가 사 오던 라면땅에 대한 기억, 너무나 선명하게 떠오르는 외가집 가던 무궁화호 기차에서 먹던 삶은 달걀과 대전쯤인가 잠시 정차해 있던 기차를 뛰어나가 사오던 우동은 새로운 맛에 대한 탐험이었단 생각에 먹거리에 대해 떠올리니 새록새록 모든 것이 그립기만 하다.

 

시간이 흘러서 최고의 외식이었던 짜장면이 돈가스로 바뀌고 미각도 변해가고 식성도 달라졌다. 외식이란 이름으로 나가서 가족들이 먹던 음식들도 이제는 집에서 시켜먹는 음식으로 변하고 족발, 치킨, 피자등 앉은 자리에서 주문만 하면 총알같이 배달되는 시대로 바뀌었다. 식구들과 찾아다니던 맛집도 세월의 흐름앞에 견디지 못하고 폐점이 되고 그 명맥을 찾아 볼수 없고 강원도로 남해로 하던 여행 중에 들렸던 허름했던 식당들은 자취를 찾아볼 수동도 없다. 이대 삼대가 이어 한다는 일본의 우동집이나 라면집, 과거 조상들의 조리법을 그대로 사용해서 음식을 만들어 낸다는 유럽의 식당들을 부러워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일까? 전후 50년 너무나 많이 변해버린 우리의 강산과 생활패턴 그리고 먹거리 앞에서 할아버지의 아버지의 이야기속에 담겨 있던 문화를 생각하고 어머니의 손맛을 기대한다는 것이 무리일 듯하다.

 

이 책을 만나서 너무나 반갑다. 다행스럽게도 서울에 가볼 만한 곳들이 많이 소개되어 저자를 따라 추억의 맛 여행을 한번 해 볼 수 있겠다. 물론 저자의 개인 취향에 따른 추천이겠지만 부모님 모시고 먹을 만한 음식이 소개된 4장은 요긴하지 않을까 싶다. 가격이 어떨까 살짝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대부분 한식이어서 부모님과 함께 하기에는 먹는다는 것에는 부담이 없을 듯 싶다. 역시 어른들에게는 밥만한 보약이 없고 자식과 함께 든든히 한끼를 먹는것만으로도 최고의 선물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음식문화라. 일본의 먹거리가 세계를 휘어잡더니 요즘은 한식이 인기라고 한다. 비행기의 식단에조차도 비빔밥이 있는 것을 보면 우리음식의 다양성과 우수성이 이제야 빛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음식의 가장 큰 장점은 정성이다. 예로부터 음식 하나하나에 손이 가고 만드는 사람의 먹는 사람에 대한 예의와 정성이 가득 담겨 맛으로 우러났다. 간단한 음식들에 익숙해져 있는 젊은세대로서 우리의 것을 조금더 소중히 여기고 아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반성을 해 본다. 점심으로 무엇을 먹어야 할까... 행복한 고민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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