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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의 유산 - 한국전쟁에서 이라크전쟁까지 세계 역사를 조종한 CIA의 모든 것
팀 와이너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친구가 영어 통번역사를 꿈꾸며 공부를 하고 있다. 며칠 전 만난 그 친구는 우스개 소리라고 생각되지만 이렇게 미친듯 남의 나라 말을 공부하고 있는데 미국이란 나라가 흔들려서 불안하다고 했다. 세계의 정상에서 우뚝 서 그 어느 나라보다도 탄탄할 줄 알았던 미국의 경제가 추락하고 있고 더불어 세계시장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얼마나 빛을 볼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꿀만큼 사람들에게는 미국이란 나라는 기회의 땅이었다. 열심히만 한다면 기회가 올것이고 성공의 문을 열게 될 것이라고 꿈꾸는 사람들이 미국을 동경하고 그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한 모험을 감행하기도 했다.하지만 미국이란 나라의 이면을 보면 유럽을 통해 넘어온 힘의 중심이 미국에 있음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했기에 지난 시간동안 행해온 많은 일들 속에는 국제사회 속의 막강한 영향력을 이용 스스로가 세계의 경찰국가임을 자처하며 국제적 분쟁에 개입하고 있었다.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 그리고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이유로 시작된 걸프전, 9.11 테러로 빈라텐의 체포를 위한 아프간 공격과 이라크와의 전쟁 등 그들이 개입된 정보업무과 분쟁의 중심에는 미국 CIA가 있었다. 이 모두가 자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999페이지에 달하는 팀 와그너의 잿더미의 유산을 읽기 위해 주말을 온통 보냈다. 책을 받는 순간 그 분량에 놀라기도 했지만 아직도 FBI와 CIA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히 구별하지 못하는 내가 물론 CIA는 아닐지 모르지만 <007시리즈>나 <미션임파서블>같은 영화속에서 멋있게 보이기만 하던 첩보원들과 그들의 활약상을 기대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기에 이 책이 너무나 궁금했다. 더구나 저자의 약력을 보니 국가 안보와 비밀공작에 관한 한 최고의 저널리스트로 1988년 미 국방부의 비자금을 파헤친 기사로 퓰리처 상을 받았다지 않은가. 감추어진 진실을 드러내는데 수년간 CIA 전현직국장과 요원들을 수천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하고 분쟁지역들까지 여행했다는 그 노력에 생생하고 거짓없는 CIA의 역사가 보여질 거라 생각했다.
미국은 민주주의국가이다. 하지만 이름만 그런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세계 거의 모든 분쟁에 개입하여 쿠데타를 지원하고 독재정권에 무기를 판매하며 정부전복을 묵인해 주고 폭력 살인등을 뒷거래를 통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련과의 냉전시대 자국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행해진 미국의 탐욕은 미국의 중앙정보국(CIA)가 설립되고 이후 60년의 역사를 통해 잘못된 정보수집으로 인한 예견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한국전쟁 당시 많은 정보원들을 적진으로 투입시켰으나 고통속에서 흔적없이 사라지게 만들었고 30만명의 중국군이 인해전술로 참전하리라는 것도 알지못해 순식간에 미군과 한국군을 퇴각하게 만든다.
끊임없는 실수와 희생은 계속되지만 은폐와 거짓말을 통해 미화시키고 정당화시킨다. 그들의 무지는 소련의 붕괴도 예측하지 못했고 대량파괴무기를 위한 이라크의 노력을 저지하여 세계안보를 위한다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라크공격은 수많은 민간인들을 죽음의 공포에 밀어넣었다. 한국전쟁이나 베트남 전쟁 그리고 이라크 전쟁까지 그들은 무능과 실패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서 미국을 수렁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미국 첩보 역사에서 북한은 가장 오래 지속되는 실패사례이다 라는 도널드 그레그(서울에서 CIA 지부장과 주한대사역임) 말에 담긴 의미를 되새겨보자면 우리와 가장 관련이 있는 북한이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한민족이라고 말하면서 모든 일을 우리보다는 미국과 대화하기를 좋아하는 북한에 한번도 가보지 못한 200여명의 전문가(?)가 연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아이러니하지만 곧 붕괴되리라던 북한은 지금까지도 독재체제를 유지하며 닫힌 공간속에서 미국과 한국을 우롱하며 요리를 하고 있고 추측과 억측만으로으로 2002년 부시대통령에 의해 이라크 이란과 더불어 악의 축으로 언급되었던 북한에 대한 정보를 우리가 의존하고 받아들여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한다고 떠들고 있다는 것이다.
책의 곳곳에 등장하는 여러 사례를 통해 CIA의 내부의 갈등과 상급자에 대한 아부로 인해 거짓된 정보를 양산하고 마치 세계의 모든일을 손바닥위에 놓고 계산하는 듯한 오만한 태도를 보임으로서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이익집단으로 취급받는 사태에 까지 이르게 됨을 보여준다. 팀 와이너에 의해 폭로된 사실들은 CIA의 치부이다. 정보수집능력을 비판받고 백악관의 눈치를 보는 수장들에 의해 소설을 써 내려가는 잘못된 충성심이 낱낱이 드러나 있지만 발전하는 그리고 미래의 미국을 이끌어 나갈 지도자들을 위해서는 오히려 필요한 내용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미국뿐이 아니다. 정보가 힘이라는 것을 깨닫고 우리도 미국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보수집능력을 키우고 강대국에 끌려다니는 정책이 아닌 우리의 자존심과 자리를 지킬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할 것임을 알게 하도록 우리의 지도자들도 읽어 볼 책이 아닌가 싶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경고의 메세지를 받아들이길 바란다. 역사상 그 어떤 공화국도 300년 이상 지속되지 못했다. 미국 역시 만일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지지못한다면, 즉 원래 CIA가 수행했더야 할 임무가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다면 강대국이란 지위에서 언젠가는 밀려날 것이다.(서문중) 1000페이지에 달하는 책 속에 저자가 하고 싶었던 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