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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척 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본 1년 - 상
A.J.제이콥스 지음, 이수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어릴적 영어를 잘하는 친구들은 영어 사전을 한장씩 외우고 먹어버린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다. 그만큼 시간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야 잘 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되지만 쉬운 일이 아니기에 실상 도전하는 친구들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어떤 일을 중도에 포기하는 일 없이 마무리 지을수 있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유혹도 많고 지치기도 하며 내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을까 하는 목표감까지 상실된다면 최악이기 때문에 자신이 무슨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A에서 Z까지 읽고 책을 냈다는 것 만으로도 감탄할 일인데 (미친척하고) 성경말씀대로 살아본 1년 저자 A. J. 제이콥스의 도전이 놀랍다. 기독교 인이 아니더라도 성경의 말씀 대로 살면 죄를 지을 일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과거 성경이 법이던 때에도 그 해석이 매번 달라 큰 혼란을 빚어내고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시련을 겪었던 일이 많은데 신이 인간에게 원하는 일상속에서 필요한 도덕적인 관점을 실천한다는 것이 성경이 쓰여지고 2000년이나 지난 지금 과연 가능할까? 적당히 변형된 상태로야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씀 그대로 따라 한다는 것을 누군가가 해 볼 결심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정말로 미치지 않았을까 싶을만큼 이 황당한 실험을 열과 성의를 다해 고집스럽게 지켜나간 1년의 생활을 기록한 것이 이 책 (미친척하고) 성경말씀대로 살아본 1년 이다.
종교는 내게 있어 항상 어렵고 애매한 것이다. 내게 안 좋은 일이나 힘겨운 일이 있을때면 하느님을 찾고 세상의 신에게 기도를 하지만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 이기적인 마음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혼자 잘 난듯 생활하는 것이다. 성경 또한 그랬다. 삶의 바이블로서 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오다 다양한 관점에서 활자화 되면서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이며 스테디셀러가 되었다지만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했던 종교생활은 구약과 신약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뿐 사실 아주 열심히 읽어 본 것이 아니기에 적당히 유명한 일화들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성경말씀이라는 것이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받았던 십계명(① 야훼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② 우상을 섬기지 말라. ③ 하느님의 이름을 망녕되이 부르지 말라. ④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라. ⑤ 너희 부모를 공경하라. ⑥ 살인하지 말라. ⑦ 간음하지 말라. ⑧ 도둑질하지 말라. ⑨ 이웃에게 불리한 거짓증언을 하지 말라. ⑩ 네 이웃의 재물을 탐내지 말라.-두산백과사전 중 )이 아닐까 생각했던 나에게 머리가를 둥글게 깍지 말며 수염의 끝을 손상시키지 말라는 말씀에 1년간 더부룩한 머리와 수염을 그대로 두고 두가지 재료로 직조한 옷을 입지 말아야 하기에 옷장속에서 좋아하던 혼방섬유 옷을 없애고 생리 중인 여자와 닿아서는 안되기에 아내조차도 멀리하고 다툼을 하며 돌 던지는 사형을 시도해보기도 하고(결국은 신발위에 두었지만) 이스라엘에 가서 직접 양을 치는 등 제이콥스가 파워북에 정리한 성경에 나오는 계율과 금기등은 어렵기도 하고 생소한 것들도 있었다.
성경의 말씀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일은 과학 발전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실속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상황이 성경의 기록과 맞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이고 비유가 달라진 경우도 있을 것이다. 387간의 체험기간 동안 저자가 보여준 행동과 생각들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심한 종교적 냄새와는 다르게 유쾌할 때도 있고 모세의 지팡이로 홍해가 갈라진 것이 아니라 바다로 걸어들어간 한사람의 믿음으로 이루어진것이라는 몰랐던 사실도 접할 수 있고 때론 진지하게 고민하게도 되어서 생각만큼 종교적 색채를 강하게 받지는 않는다.
매일을 감사하며 사는 것. 제이콥스가 1년 여간의 체험을 거친 후 느끼게 된 것이다. 매일 기도를 하고 조그만 일에도 감사하게 되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 감사의 중독이 나에게 까지 전해진다. 그리고 저자가 그랬듯 역자가 그랬듯 책을 읽으며 반성하고 감사했던 마음은 일상으로 다시 돌아온 후에 조금씩 바래져 갈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도 어떠랴? 제이콥스의 경험을 통해 함께 즐거웠으니.
제목만 보고 책을 들었다 놓았을 지도 모르는 독자들도 있었을 거 같다. 하지만 저자도 종교와는 먼 삶을 살던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꼭 책을 읽고 종교인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