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구름 위를 걷는다 - 줄타기꾼 필리프 프티의 세계무역센터 횡단기
필리프 프티 지음, 이민아 옮김 / 이레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영화 왕의 남자의 후반부에서 감우성이 분한 장생이 높은 줄을 타는 장면이 나온다. 연산군이 활을 쏘고 줄 위에서 그 활을 피하는 그 모습을 넋을 잃고 본 기억이 있다. 줄 위에서 훨훨 난다는 표현이 어울렸던 장생의 줄타기는 감탄에 감탄이었다. 영화속 상황은 그렇지 못했지만 말이다.

 

사람이 무서워하는 높이가 있다고 한다. 번지점프를 위해 높은 곳에 올라가서도 발이 떨어지지 않아 땀까지 흘리며 망설이고 또 망설이고 그러다 결국은 그냥 내려오는 경우를 버라이어티쇼 안에서의 연예인들의 행동을 통해서 여러번 보았다. 그 만큼 놓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며 발을 땅에 대지 않고 있다는 것은 두려운 일일 것이다.  

 

서커스를 하는 사람도 아니고 안전 그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쌍둥이 빌딩을 줄을 타고 건너가고자 하는 이 무모하다면 무모하다고 할 계획을 열 여덟에 시작한 사람이 있다. 바로 필리프 프티이다. 나는 구름위를 걷는다 는 2001년 2001년 9. 11 테러로 사라져버린 세계 무역센서의 고공횡단을 위한 32년 전의 숨막히는 기록이 모두 담겨 있다. 치과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보게 된 신문기사 속의 에펠탑보다 높은 무역센터 빌딩에 매료되어 약 6년 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드디어 1974년 8월 6일 환하게 밝아버린 날에 대한 조급증과 줄이 제대로 매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로 힘겹긴 했지만 이제 긴 장대를 가지고 한발 한발 걸어가기 시작한다. 외줄에 목숨을 걸고 있지만 하늘을 지붕삼아 줄을 베고 누울 수 있는 이 자유와 누구도 하지 않았던 아니 꿈도 꾸지 못했을 도전에 대한 흥분이 감추어 지지 않는다.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일이다. 그렇기에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 불가능에 그는 도전한다.

우선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과 호주 시드니항 철교횡단으로 연습을 한 필리프 프티는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는 무역센터를 조사하고 또 조사하여 치밀한 준비를 한다. 장비를 챙기고 흥분과 두려움으로 터져나갈 것 같은 심장 박동을 들으며 첩보영화를 찍듯 친구들은 서로 의지하여 역사적인 사건에 동참하게 된다.  

 

무엇이 스물네살의 젊은이를 도전하게 한 것일까?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어마어마한 모험에 자신을 쏟아 붓는 그 열정에 감탄스러울 뿐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부터 안될 일 부터 걱정한다. 용기있게 자신의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사람들에게 조차 사회적인 편견과 판단으로 주눅들게 하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주저앉게 한다. 믿어야 한다. 우리 스스로를 그리고 주위의 나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을 필리프 프티가 그랬던 것처럼.

 

바람이 나를 지나친다. 하넌 숨을 들이쉰다. 한번 멈춘다. 얼굴에는 웃음을 머금는다. 사람이 하는 것처럼.

줄을 지긋이 누른다. 더 이상 떨지 못하게 누른다. 녀석은 거기다 버려두고 몇 걸음 걷는다. 지금 다가가는 거대한 벽에 응집한 공기가 나를 떠받쳐준다. 두번째 고정줄이 한걸음 거리에 있어 무릎 인사를 하기에 안전할 것 같다. 균형 장대는 오른쪽 허벅지에 얹고 오른손을 들어 순수한 어떤 것, 손가락을 바르르 떤다.  p242

 

그는 완전한 범죄를 성공했고 그런 그를 바라보며 인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나는 그처럼 목숨을 걸며 고공횡단을 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가슴이 뛴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망하고 꿈꾸는 것 그래서 그 꿈을 향해 한발씩 나아가는 것을 그를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를 위한 준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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