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은 못 말려 - 한국고전번역원과 함께하는 연암집 교과서에서 쏙쏙 뽑은 우리 고전 2
권정현 지음, 이윤정 그림, 박지원 / 생각의나무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집에 아이들이 있다는 것은 동화책의 천국이 된다는 소리이다. 어른들이 읽은 책이 놓일 공간은 사라지고 곳곳에 처음에는 엄마의 욕심으로 나중에는 아이들의 희망으로 책꽃이 가득 얇은 그림책들이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사다주신 위인전이니 현대문학책이니 열심히 읽었던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큰 조카방의 천장까지 들어찬 책들은 조카의 자랑거리이다. 조금 오래되어 누렇게 뜬 종이로 변하긴 했지만 내가 어릴 적 읽던 책들도 발견 할 수 있음은 동화책을 가끔 들여다 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얼마전 조카의 생일이었다. 유난히 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책이란 교육의 문제도 포함을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선뜩 선물하기가 힘들다. 책을 친구삼아 가까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어른들에게 고민은 어떤 동화책을 선택해 줄 것인가이다. 생일선물로 장난감을 사 주는 것 보다는 책을 선물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선택의 기준이 너무 어려워 TV 에 등장하는 플라스틱 캐릭터들을 사게 되는 것은 안타깝다. 그래서 교과서에서 쏙쏙 뽑은 우리고전인 양반은 못말려를 조금 늦게 만나게 된 것이 아쉽다. 용궁에 다녀온 선비, 재판을 받는 서대쥐와 다람쥐 하늘도 감동한 사랑, 차별에도 굴하지 않는 길동 등 시리즈 5권을 선물했다면 딱 좋았을 텐데 말이지.

연암 박지원은 조선최고의 작가이자 실학자이다. 기행문인 열하일기를 통해 청나라를 여행하면서 느끼고 생각한것들을 자유롭고 날카로운 문체를 통해 전했다. 그 분이 쓰신 재미난 풍자소설이다. 양반사회의 타락을 고발하고 개혁을 강조했던 실학파의 선두 거장으로서의 생각을 담았던 유명한 양반전(곡식을 관청에서 빌려 먹던 가난한 양반이 자신의 양반 신분을 팔아 빚을 갚으려 하고 돈 많은 상인은 재물로 양반을 사서 신분상승을 꿈꾸는 이야기) 이나 허생전(가난했던 허생이란 선비가 부자 변씨에게 돈을 빌려 백만 냥이란 큰돈을 만들어 도적들을 모아 무인도에 나라를 세우는 이야기) 을 아이들이 읽기 좋은 형태로 표현했다. 제목도 양반은 못말려 , 도적의 왕이 된 허생 , 북곽선생을 떨게 만든 호랑이 등으로 재미있게 만들었고 과거 조선의 삶과 현대의 생활속의 닮은점과 차이점을 그리고 풍자를 통해 지도자나 사회수장들은 어떤 행동을 해야 옳은지를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과 바른 인간성을 가져야 함이 다섯편의 우화를 통해 충분히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전을 읽히는 것이 좋다는 것은 여러곳에서 들은 바 있다. 시대를 알수 있고 지금과는 다른 주제나 소재를 접할 수 있으며 고사성어들을 익힐 수 있는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 창의력 여휘력 상상력 모든  면에서 도움이 되는 책이 고전인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도 재미가 없다면 아이들은 금방 싫증을 낼 것이다. 책 속의 삽화들을 그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 내 준다. 약간은 어설픈 듯 요즘처럼 컴퓨터로 완벽한 그림과 선을 만들어 내는 때  민화같은 느낌의 삽화속의 인물들과 호랑이는 내가 보기엔 귀엽지만 아이들이 푹 빠져들만큼 좋다.

읽고 보니 조카의 생일은 지났지만 꼭 선물해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리부터 조카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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