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상계 - 근대 상업도시 경성의 모던 풍경
박상하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부자는 하늘이 낸다고 했던가. IMF의 충격이 보통사람들의 삶을 통채로 흔들어 놓을 즈음 이것을 기회로 집장사 주식장사로 많은 부를 거머진 사람들이 있었다. 돈이 돈을 부르다고 기회를 잘 잡아 성공하는 사람들에게는 정확한 상황판단과 과감한 투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지난 시간의 교훈이었다. 500백 년 도읍 한성에서 근대 상업도시 경성으로 경계의 시대 상계의 흥망성회를 통해 보는 근대 이야기<경성상계>안에도 시대를 잘 읽어 성공한 경성의 거부들인 1930년대의 대중잡지인 <삼천리>의 '조선대재벌 총해부'를 통해 소개된 조선의 3대 재벌 김성수, 민영휘, 최창학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최고의 거부인 조선한일은행과 조선제사회사를 운영한 민영휘일가의 재산이 지금 돈으로 1조 2000억 원에 달하는 것을 보면 현대 재벌가가 울고갈 정도가 아닐지. 단지 100여년 전의 이야기지만 생생한 흑백사진과 일간지등의 기사를 통해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의 조선상권에 대한 일면속에서 천대받던 장사와 기업활동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가는지를 알 수 있다. 개항 후 너무나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상과 더불어 일제 침략속에서 우리의 상권을 지켜나가던 치열한 삶의 현장을 담고 있다.

 

평양의 일본인 잡화상 '내덕상점'에서 사환이었던 이병두는 남자용은 짚신, 여자용은 코신을 본뜬 조선식 고무신으로 당시 인기를 끌던 일제 고무단화의 씨를 깡그리 말려버리게 된다. 1935년에는 고무제품의 95% 이상이 고무신일 정도로 큰 시장이 만들어졌다.'이강전하가 손수 고르셔 신고 계시는...'의 광고를 한 <만월표 고무신> '강철은 부서질지언정 별표고무는 찢어지지 아니한다!'는 고무신의 내구성에 맞춰 소비자를 공략한 <별표고무신>,'가짜 거북선표가 만사오니~ 속지마시고 거북선 상표에 불결바닥을 사십시오' 라 신문광고를 낸 <거북선표 고무신>등의 광고 대전속에 담긴 문구는 현재와 다름없는 판매경쟁의 모습이 느껴진다.

금난전권으로 굳건한 조직체를 지녔던 종로 육의전이 전멸된 뒤 유일하게 살아남은 시전상인인백윤수가 세운 '대창무역주식회사'가 아들 백낙승으로 이어지며'태창'이라는 최초의 재벌기업으로 탄생한다. 하지만 각종 사건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되어 허망하게 사라지게 된다.

근대 소설 속에 많이 등장하던 고리대금의 횡포나 유행을 키워냈던 활동사진의 이야기도 빠뜨릴 수 없다.

서울 장안 수십만 관객의 쟁탈전인 조선극장과 단성사의 영화산업과 친일파 고관대작뿐만 아니라 문인 언론인 그리고 애국지사들까지 드나들었던 명월관,식도원의 경성 화류계 쌍두마차에 대한 얘기도 있다. 육의전의 몰락으로 일본 상인들의 경성진출이 활발해 지고 혼마치의 미쓰코시, 조지야 ,히라다, 미나카이 백화점등이 조선상권을 장악하게 될 때 경성을 지키는 조선상권의 자존심이었던 종로의 화신백화점과 종로 네거리의 상가도 비교적 생생하게 그려진다.

 

격동의 시대속에 우리의 상권은 많은 희생을 하고 또 강요당해 왔다. 누구를 위한다기보다는 정치와 경쟁과 소용돌이 속에서 흥망성쇠가 반복되어 왔던 것이다. 옛날 이야기를 읽는다는 기분으로 펼쳐든 책 속에는 일제 강점기에서 8·15 해방까지의 격동기 속에 문화사를 볼 수 있었다. 벼락부자도 허망하게 쓰러져간 기업의 모습도 볼 수 있었고 민족자본을 지켜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도 함께 할 수 있었다.  경성상계 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가본 과거의 경성은 높은 빌딩과 복잡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지금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세대가 지나 우리 재개사의 한 페이지가 되어버린 그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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