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할아버지가 만들어 주시던 연이 생각난다. 뭐 성능은 썩 좋았다고 기억하지는 않지만 지금 보다도 더 들판이 많고 뛰어 다닐 수 있는 공간이 많았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다. 얼레에 줄을 감고 혹시나 끊어질까 전전긍긍하고 바람이 잘 부는 날이면 신나게 날아오르는 연과 함께 달리던 그 기억은 신나는 놀이거리였다고 내게 남아 있다. 

하산과 아미르는 친구가 아닌 친구였다. 아니 적어도 하산에게는 그랬다. 어린시절부터 형제처럼 자란 소랍 아미르에게 하산은 무엇이든 해 주고 싶었고 해 줄 수 있었다. 모든 것은 연싸움대회로부터 시작되었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우승을 해야 했던 아미르에게 모든 줄을 끊고 우승을 입증할 수 있는 떨어지는 파란연을 하산은 찾아 주고 싶었다. 잘린 연을 찾아가던 하산에게 닥친 그 불행한 사건을 보고 모른 척 돌아선 것은 아마도 두려워서였을 거다. 하지만 아미르 스스로에게도 충격적인 실수였고 견디지 못해 도둑누명을 씌우는 비겁한 행동으로 서로 다시 못볼 길을 가고 만다. 이제 평생 가슴에 남아 있어야 하는 상처가 생긴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미국에서 소설가로 성공하게 된 아미르에게 걸려오는 한 통의 전화. 전쟁의 포화가 진동하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소굴로 하산의 혈육인 소랍을 찾아가는 아미르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하산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었을까? 


칼레드 호세이니는 <천개의 찬란한 태양>으로 먼저 만났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정권을 잡고 그 속에서 역경을 이겨 나가는 두 여인의 아픈 삶을 너무나도 생생하고 표현해서 인상이 깊었던 작가다. <연을 쫓는 아이>도 두 아프가니스탄의 격동적인 시기를  축으로 삶아 두 사내아이의 우정, 상처, 배신 그리고 양심의 소리, 시간이 흐른 후에 용서에 이르게 되는 길을 따뜻하고 감동적이게 그려내었다. 1979년 소련군의 침공과 텔레반의 잔혹 행위, 9.11테러등 어쩌면 참혹하리라 생각되는 현실이 암울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우리의 정많은 이웃들, 아들딸이 뛰어노는 카불의 아름답고 행복한 모습들도 담아 냄으로서 책을 읽는동안 아프가니스탄의 힘겨움에서 벗어나게 한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이미 개봉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것을 보면 원작의 탄탄함을 알수 있다. 하산과 아미드의 섬세한 심리가 잘 표현되어 영상속의 배우들의 연기가 더욱 돋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연들이 다시 하늘을 수놓으면, 당신도 어린 시절을 찾아 이곳에 다시 올지 모르죠. 언제가 되던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께요”
- 어른이 된 하산이 아미르에게 보낸 편지 中-

아미드가 하산의 편지를 읽는 마음을 생각해 본다. 신분은 달랐지만 서로에게 너무나 각별했던 어린시절이 그리웠을 것이다. 부끄러웠던 자신의 행동을 가슴속에 묻어 두고 기억을 거부했던 아미르와 달리 언제나 자신을 지켜주었던 하산의 우정은 오랜시간이 지나도록 진실되게 남아 있는 편지는 아미르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화해와 용서를 찾아 고향인 카불에 돌아온 아미드 그들의 순수했던 우정을 다시 찾기 위한 험난한 여정은 마음에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  활자로 읽는 것만으로도 이런데 스크린을 통해 느껴지는 떨림은 어떨까? 영화를 꼭 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