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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오쿠다 히데오의 처녀작을 만났다.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이란 실제인물을 등장시켜 수상한 의사와 함께 하는 변비탈출 대 소동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앞서서 읽은 몇 권의 오쿠다의 작품이 그랬듯이 특이한 상황속에 특유의 유머감각을 담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대스타의 변비소동이라니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 더구나 존 레논이다. 아직도 그의 노래를 즐겨 듣는 사람들이 많고 비극적인 그의 마지막을 생각하면 가슴 아파하고 안타까와 하는 팬들이 존재하는 데 이 무슨 팡당 시츄에이션인가. 변비라니..건장한 서양인이 재래식화장실에서 쭈구리고 앉아 찌그린 얼굴로 힘주고 있는 모습을 생각하게 하는 그 기발한 상상력이 너무나 흥미롭다. 킬킬 거리는 유머 바이러스의 발사다.
실제인물의 실제생활을 따라가 본다. 존은 밴드해체 후 두번째 결혼으로 일본인 아내를 맞이하고 그녀와 함께 일본에서 지내는 것을 좋아했다 한다. 아들을 낳은 후 4년간의 공백기를 일본에서 주부의 삶을 선택하여 지낸다. 오쿠다 히데오는 이를 놓치지 않고 존의 생활속으로 파고 든다. 존의 어린시절 불행했던 기억을 토대로 과거의 악몽을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 결과가 변비다. 그가 가진 죄책감에 더불어 심리적 압박이 만들어 낸 산물인 것이다. 우리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먼저 일어나는 신체발현 현상이 소화불량과 두통 그리고 변비가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리얼한 변비에 대한 묘사는 실제적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존 센티멘털해 지는 건 좋지만 어차피 과거는 되돌릴 수 없쟎아.p233
누구에게나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순간들이 한두개 정도씩은 있지 않을까. 존도 예외는 아니다. 엄마의 사랑을 못 받았던 아픈 과거, 철없던 시절 객기 부리던 모습을 담아 두고 살고 있다.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기간이라는 오봉 명절을 앞두고 빵집에서 어머니와 닮은 여인을 조우하고 헤어나지 못하던 존에게 과거속에 존재하던 인물들이 하나씩 등장한다. 이제 오쿠다 히데오식 유머는 생각없이 나오던 웃음에서 잔잔한 공감과 감정을 끌어내기 시작한다. 예전에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던 그래서 사죄를 해야 한다고 가슴 속 한켠에 자리를 잡고 있던 미안함들이 드림 콘택드를 통해 용서로 이어지고 불행했던 삶을 긍정적이고 행복한 삶으로 바꾸어 나간다. 신난다. 열흘만의 쾌변이다.!!!
"존 대변이 안 나오면 무슨 불편한 점이라도 있습니까?" "아니 그게 몸에 나쁜 거 아닙니까?"" 그런 걸 누가 정했나요?"
"고정관념 따위는 이참에 떨쳐버리세요. 인간은 배설을 아 해도 상관 없습니다." p213
이것이 아니었을까 오쿠다 히데오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마땅히 꼭 해야 한다는 심리에 사로잡혀 우리 자신을 옭죄고 있는 것은 아닌지 쓸데없는 걱정속에서 자신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내가 사로잡혀 있는 고정관념은 무엇일까. 역시 오쿠다 히데오다. 그의 책을 읽고 나면 뭔가 생각할 거리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