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이민진 지음, 이옥용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교 때 친구가 미국의 큰 집으로 입양을 간다고 했었다. 예쁜 얼굴에 수학을 싫어하지만 잘하고 음악을 너무도 좋아하던 그 친구는 2학년 여름방학이 되기 전 비행기를 탔다. 캐나다에 고모가 있었던 나는 그 친구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용기를 내어 나도 유학을 가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고모에게 편지를 썼다. 그러나 외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정신이라면 한국에서는 더 성공할 수 있을거야 라는 고모의 답장은 어린 내 마음에 상처를 주었고 그 이후로 공부와는 담을 쌓았다. 바보처럼...

 

요즘은 너무 흔한 유학이다. 미국이건 캐나다건 호주뿐만 아니라 인도나 필리핀까지 영어를 위한 조기교육을 위해 부모들은 기러기아빠도 마다하지 않고 투자를 해 준다. 글쎄 옳은 건지는 모르겠다. 얼마 전 있었던 조승희 총격사건을 생각하면 외국에서의 삶이란 특히 아시아인들에게 행복하고 희망찬 것 만은 아닐거라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아메리칸 드림의 나라  미국이라 할 지라도 빈부의 격차와 피부색에 대한 차별은 한민족이라고 자부하는 한국에서보다 더 심하고 편파적일 것이다. 이민 1.5세대인 이민진작가가 자신의 얘길 하듯 프린스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케이시 한이라는 앞날이 짱짱했던 주인공을 통해 보여준 문화와 성에 대한 정체성, 갈등, 고뇌 그리고 미국사회의 비주류로서 자리를 잡고자 하는 피나는 노력과 월가의 전쟁같은 하루하루가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미국으로 처음 가서 이민자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그렇듯이 케이시의 아버지 조셉도 세탁소일로 평생을 보낸다. 열심히 일을 해서 자식들을 공부시킨 만큼 기대도 크다. 프린스턴대를 다니면 상류사회를 겪어 볼수 있었던 케이시는 졸업과 동시에 좌절감을 맛보고 있다. 로스쿨 입학허가서를 손에 쥐고 뛰어난 골프실력과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지만 그들의 무리에 편입될 수 없다. 그녀의 사회 첫 출발은 영업 보조원으로 시작될 뿐이다.

"아버지가 가게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것만큼 나도 열심히 공부했어요. 나 같은 아이가 그런 대학에 다니는 게 어떤 건지 아버지가 알기나 하세요? (중략) 아버지가 세탁소를 한다고 말하면 아이들은 마치 내가 샤워도 하지 않는 사람처럼 내게서 저만큼 떨어져요.”

아버지와의 갈등, 남자친구 제이에게 느끼게 되는 배신감, 백화점 상사인 사빈느의 배려가 주는 열등감과 사회속에서 느끼는 자괴감은 케이시를 방황하게 만든다.

 

소설의 또 다른 축인 의사인 아버지 밑에서 부유하게 자라지만 남편 테드의 바람으로 상처를 입게 되는 전형적인 착한 한국여자인  엘라 심과 집과 세탁소 그리고 교회라는 제한된 공간속에서 살다 43의 나이에 한번의 외도로 유산을 하게 되는 수동적 어머니상인 리아의 모습에서도 미국이라는 사회속에 정착되지 못한 여성들이 과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 반추해 볼수 있다.

 

한국에서의 삶도 우리는 전쟁같다는 표현을 한다. 직장인이건 자영업자건 사회보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생활은 매일매일 힘겨움 싸움이다. 생활수준은 높아졌으나 벌이는 나아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사고의 서구화는 우리를 피폐하게 만든다.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케이시의 마지막 선택은 이민자들뿐만이 아닌 나 자신에게도 던져야 하는 질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케이시 한 그녀가 사랑에도 일에도 모두 당당한 모습으로 마음속에 남는 것이 뿌듯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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