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

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
빌 브라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5월

누구에게나 어린시절은 있다. 가끔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나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재잘거리게 되는 그 시간속에는 행복이 있고 사랑이 있고 꿈이 있었다. 보자기와 함께 난간 위에서 뛰어내리던 슈퍼맨 놀이 허리에 줄넘기를 감고 놀던 원더우먼 놀이 그 시절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영웅이었다.

1950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물질적으로 풍요했던 미국을 배경으로 선더볼트 키드라 불리는 아이의 성장기를 통해 유쾌 상쾌 폭소가 이어지는 『빌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이다. 우리에겐 전쟁과 그 휴유증으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던 때지만 저 멀리 바다건너 미국 중부지역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한 아이의 아이다운 발상과 재미있는 일상들은 빛 바랜 사진속의 주인공이 되어 톡톡튀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와 <나를 부르는 숲>의 저자인 빌 브라이슨의 실제 어린시절에 대한 얘기라는데 스포츠 기자였던 아버지의 재능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일까 그의 펜 끝에서는 맛있는 유머를 부르고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전쟁도 핵실험도 모두 아무것도 아니다. 단지 그 나이에 맞게 성에 대해 고민하고 궁금해 하며 놀이거리를 찾기 위해 골몰하고 열괄하고 모험으로 가득 차 있을 듯한 집밖에 너무 궁금할 뿐이다. 시대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아서 그럴까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흑백영화 속의 한 장면이 현재와 오버랩 되며 지나가는 화면들은 20년도 훌쩍 건너 뛴 나의 추억속에서도 같은 기억을 끄집어 낸다. 또한 1950년대의  미국의 정치 스포츠 그리고 영화나 신문기사들을 통해 살지 않았던 시대의 문화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과거의 일이라 말하기엔 아직 그 순수함이 너무나 그립다.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이고 매일 반나절 이상을 학원에서 보내야 하는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어떤 추억이 어른이 된 후에 남아 있을까. 책장을 넘기며 함께한 여행과 행복한 시간을 우리아이들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