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캬캬.. 오쿠다 히데오다..

이 작가 정말 멋지다. 그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유쾌 상쾌 통쾌의 쾌감을 느껴져 여름날 마시는 한잔의 상큼한 레몬에드와 같은 기분을 맛볼수 있게 한다. 공중그네도 마돈나도 한밤중에 행진도 그랬다.그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스무살, 토쿄 를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 이제껏 만났던 그의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준다. 작가의 자전소설적인 느낌이 나서 그럴까?

대학입시부터 재수 대학생활을 거쳐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일찍 뛰어든 사회생활까지 한 토막 정도는 누군든지 공감해 볼 수 있는 경험을 가진 청춘의 한 페이지속에 내 자신을 투영시켜 보게 된다.

 

대학은 서울로 가야해... 재수를 하더라도 서울의 입시학원에서 해야 한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가진 우리와 다르지 않게 다무라 히로시군도 재수를 위해 나고야의 집을 떠나 도쿄에 하숙집을 구한다. 이후 1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비틀즈의 존 레논도 죽고 나고야가 1988년 서울에게 올림픽을 내주고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는 사건들도 벌어진다.  기억속에 남아 있던 영화. 고스트 바스터즈도 떠올리게 도와준다.

그 안에 일본 젊은이들의 문화가 고스란히 표현되어 진다. 내가 지나왔던 시간을 돌아볼 수 있어서 그런가. 머리속에서 되감기는 테이프는 나를 어느새 1980-90년대의 학창시절로 옮겨 놓았다. 그리고 히로시를 따라 나도 한살 두살 나이가 들어간다.

내 청춘의 최고봉일 거 같았던 대학시절의 서클 생활, 절대 올것 같지 않았던 졸업. 스물 넷의  첫 직장 , 사람들과의 부딪침 , 소중한 인연, 이직, 서른살이 되면서 느끼게 된 결혼에의 압박. 하나하나 떠오르는 건 히로시의 생활과 그리 다르지 않다.

 

"젊은 놈이 평론가 같은 거 되어서 뭐해? 저기 객석에 앉아서 남이 하는 일에 이러쿵저러쿵 토를 다는 건 노인네들이나 하는 짓이야. 젊은 사람은 무대에 올라가야지! 못해도 상관없어, 서툴러도 상관없다고. 내 머리와 내 몸을 움직여서 열심히 뭔가를 연기하지 않으면 안돼!"

"젊다는 건 특권이야. 자네들은 얼마든지 실해해도 괜찮다는 특권을 가졌어."

"실패가 없는 일에는 성공도 없어. 성공과 실패가 있다는 건 참으로 멋진 일이야. 그거야말로 살아 있다는 실감이란 말씀이야!" p137-138

 

나도 아직 젊어. 이렇게 말하고 싶지만 이젠 그 특권을 누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버린 듯 하다. 그래서 더 절절히 다가오는 구절이다. 젊은 친구들을 보면서 잔소리 같겠지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시간은 정말 유수같이 흘러버리기에 아차 하는 순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순간이 최고가 될 수 있는 순간이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공유할 수 있는 기억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자 행복이다. 오래알고 지낸 사람들을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그거 알어. 우리 그랬쟎아. 맞아맞아. 그땐 그랬지. 정말?" 서로 추억을 얘기하고 나누고 맞장구를 치는 것이 어쩜 나이들어 할 수 있는 최고의 소일거리가 아닐까 한다. 수다장이가 되어도 좋다.  마치 스무살 청춘으로 돌아간 듯이 열정적이고 패기있고  무서울 것 없었지만 풋풋함이 살아있었던 그 시절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볼수 있다는 것이 그저 즐거움일 테니까.

 

오쿠다 히데오는 중독이고 치유다.정말 멋진 카피가 아닐까 싶다. 그의 작품을 만나는 순간마다 짜릿하게 전율하는 이 심장을 다스릴 수가 없다. 아무것도 아닌듯한 일상을 어떻게 내 마음을 읽듯이 써 내려갈수가 있었을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스무살 도쿄. 지나간 내 청춘이 성공이든 실패는 나는 무조건 박수를 보낸다. 그래도 그때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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