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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물 사용법
천운영 지음 / 창비 / 2008년 1월
평점 :
천운영 누구일까? 책 뒤 표지의 정말이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라는 글귀를 읽는 순간 호기심이 인다. 그런데 읽다 보니 박민규(저서:삼미슈퍼스타의 마지막 팬클럽) 라는 소설가가 다른이에게 읽게 하고 싶지 않은 정말 극·소·수·만이 읽었으면 하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도대체 어떤 작가이길래 동료의 이런 극찬을 받은 것일까? 항상 처음 접하는 작가는 조심스럽다. 나처럼 식견이 짧은 사람은 작가의 의중을 파악하기도 어렵거니와 혹시라도 독특한 색깔을 가진 작가라면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눈물사용법 이라. 나처럼 조그만 일에도 눈물을 주루룩 쏟아내는 사람이라면 이 눈물이란 단어가 낯설지만은 않기도 또한 반갑지 많은 않기도 할 터이다. 인간이 가진 여러 감정을 분출하는 방법 중 하나이지만 그 효과나 펑펑 쏟아낸 후의 카타르시스를 표현할 단어를 찾기가 쉽지 않다. 흥미로운 마음에 책장을 열었더니 어라, 장편이 아니라 단편이다. 제목을 찾아 나선다.
그녀가 일곱살 때 태어난 미숙아 동생은 돈이 없어 인큐베이터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대신 장롱속에서 하루를 보낸 뒤 죽는다. 어느날 우량아로 다가와 그애가 장롱속에 들어갈 때 그녀의 나이 즈음에서 성장을 멈추고 일곱살 소년의 모습으로 함께 이십여년을 살았다. 나이면서 동시에 내가 아닌 그애. 서른 일곱살 여자의 몸속에 살고 있는 단 한번도 울지 않은 영원한 일곱살 소년.p52 그애때문에 그녀는 스스로를 지탱하고 울지 않을 수 있었다. 조울증에 걸린 오빠를 위해 천도제를 지내 그애를 떠나보내면서 느끼게 되는 애증 연민 그리고 삶에 대한 사랑등이 그녀의 눈물로 대신되어 보여진다. 계집애처럼 울기 싫어 힘들때면 남자애들처럼 오줌을 쌌던 그녀가 레즈비언으로 성정체성을 찾고 눈물의 의미를 알고 사용하는 법을 배웠고 그것은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는 말과 같다는 해석(p263)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내가 잘 몰랐던 이 가슴의 먹먹함이 바로 이거였구나 하고.
천운영의 소설속에는 온통 상처받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녀의 눈물사용법>에서의 동생을 품고 살아가던 그녀가 그랬다. <소년 J의 말끔한 허벅지>속의 사진사가 그랬고 <내가 데려다 줄께>의 성폭행의 오명을 쓰고 자살을 하고자 하는 교수가 그랬다. 그 상처를 치유할 방법은 그들 스스로가 알고 있었다. 더 독하게 더 진하게 삶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기도 하고 쓸쓸히 자신을 버리기도 한다. 어떤 행동을 취하던 왜 내 이렇게 아려오는 걸까? 거머리처럼 붙어 싸웠던 사람이 아침이 되니 18살의 어린 소년이었고 구부러진 노파의 무릎꿇음에 그녀석을 취직시켜 데리고 있으면서 사람이 되어 가는 모습을 보게 되는 <소년 J의 말끔한 허벅지>는 이기적이고 지저분한 세상과 타협하면서 살고 타락의 끝에 서 있던 우리에게 따뜻한 감동을 준다.
천운영.. 그녀의 소설은 쉽지 않다. 가끔은 읽으며 멍하니 있게 만들고 하루종일 머리가 터질만큼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추하고 천박하고 더러운 이 세상에 항거하기 위해 인종주의 민족주의를 알게 모르게 노출시키기 위해 <노래하는 꽃마차>의 거인가족찬양단이나 <알리의 줄넘기>의 혼혈소녀 알리를 그린다. 대부분의 농촌총각들이 베트남 여자와 결혼하는 마당에 우리가 무슨 민족인지가 뭐가 중요하나고 말했다. P93 고모의 말속에 뼈가 있음을 아는 것은 독자의 몫이 아니겠는가. 그렇지만 <알리의 줄넘기>에서 보여지는 밝고 경쾌함 긍정적시선은 우리의 치부를 내 보이면서도 갈길을 일러주는 듯 하다. 삶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이기기 위한 것처럼 이단뛰기에 성공하고 삼단사단에 도전하기 위해 솔개뛰기를 연습하는 알리의 모습이 예쁘다. 희망차다. 더블더치를 하려면 두 개의 줄넘기와 적어도 세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 줄넘기를 하나 더 사러 가는 것이다. 줄넘기를 사면 손잡이에 더블더치를 할 '우리'의 이름을 또박또박 적어넣어야지. 나는 지금 '우리'를 만나러 간다. p103 . 나도 그 우리안에 끼워주라. 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