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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도둑 - 한 공부꾼의 자기 이야기
장회익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배가 고프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기초과학을 하는 사람들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대우도 못 받고 그저 학자로 남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사상누각처럼 튼튼하지 못한 학문은 그 근본부터 흔들리기 시작하게 된다. 라고 대학시절 은사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것에 기초가 되니까 기초과학이라고 할 텐데. 그 중요하고도 배곯은 길을 70 평생 이어온 온생명 녹색사상가 장회익(서울대를 졸업하고 고체물리학과 물리학기초이론이 전공인 물리학자. 민주화운동과 환경운동에 앞장선 실천적 과학사상가로도 알려져 있다)의 공부과 인생이야기를 담은 공부도둑은 그저 따분하기만 했던 고교시절 재물포(재땜에 물리포기했어)샘의 수업시간에 대한 기억과 아직도 기초학문과 헤어지지 못하고 발을 담그고 가는 나 자신의 참 공부길이 무엇인가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린시절에는 너무나 가난했고 할아버지께서 뛰어난 그의 학업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앗아 학업 중단해야 한 경우도 있었지만 이는 장회익에게 더욱 공부에 대한 열정을 일깨우고 순탄치 않았던 환경을 극복할 힘을 준다. 청주공고, 서울대 미국으로의 유학을 통해 깨우치고 알아가는 데서 발견한 흥미와 재미는 물리학도로서 그를 우뚝서게 만들었다. 스스로 알아갈 수 있는 자생적인 공부법이 얼마나 많은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지를 그저 주입식 교육에 물들어 있는 지금의 교육현실과 비교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장회익의 인생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 스스로가 입신양명을 위해 한 공부가 아니었기에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어떻게 해는 것이 옳바른 공부인지를 물어보고 답을 찾게 구하게 된다. 자신을 공부꾼 그리고 학문도둑이라고 표현하는것도 우주의 학문 보물창고에 들어가 학문의 정수들만을 골라 훔쳐내어 세상과 함께 공유하고픈 겸손한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서울대에 합격을 바라면서도 자신보다 적합할 수 있는 누군가가 불합격 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생각에 그저 공정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길밖에 없었다는 구절에서 그의 사람됨됨이와 인생철학을 엿볼 수 있다. 아이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나 온생명과 낱생명에 대한 소개는 물리학을 멀리한 독자로서는 읽는 것 만으로도 머리속이 복잡해질 내용이기는 하나 흥미로웠다. 어렵다고 인식된 학문에 대한 장회익의 애정을 였볼 수 있기도 하다. 짧은 지식으로 이해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학창시절 공부는 그저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남들보다 똑똑해서도 아니었고 성실해서도 아니었다. 가족을 위해 애쓰시는 부모님의 얼굴에 웃음이 피는게 좋았고 딱이 특별하게 잘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다 반항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3학년때였다. 교과서가 싫었고 외우는 것은 끔찍했다. 이렇듯 나를 억누르는 숨막히는 조여옴이 싫었다. 공부(工夫)란 그랬다. 그러다 대학을 가고 졸업을 하고 이제는 공부에게서 해방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또 다른 공부의 시작이었다. 인생공부... 이 책이 그저 장회익이란 잘 나가는 한사람의 물리학도로서의 길만을 보여주고 있었다면 이 만큼의 깊이를 전달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 학문의 하는 자의 길과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인생이야기가 어울어져 지식을 배우고 알아가는 것 그리고 깨닫는 것까지 앎의 즐거움과 삶에 대한 기록을 진솔하고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기에 공감하고 감동 받을 수 있지 않은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