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돈이 무얼까? 너무나 위대한 작가로 알려진 도스토예프스키가 돈을 위해 펜을 들었다는 제목이 눈에 띈다. 『죄와벌』『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같은 유명한 고전을 써서 갑부가 아니더라도 준 재벌정도의 돈을 벌지 않았을까 싶었던 대문호와 돈과의 관계라니 이거 흥미롭다. 세상이 아무리 돈돈돈 한다지만 그래도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순수한 영혼을 가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심리가 있는데 이 무슨 소리일까? 작가들은 작품속에 자신의 생활을 담고 자신의 생각을 투영시킨다고 한다. 톨스토이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도스토예프스키은 언제나 돈에 목말라 했다고 한다. 귀족집안에서 비교적 여유로웠던 톨스토이나 투르게네프와는 달리 늘 빚에 쪼들렸기에 선불로 원고료를 받고 그 돈을 위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스스로 그 댓가가 다른 작가들 보다 미흡다고 생각했고 그 불만은 가족들과 친구들과 주고 받은 편지에서 나타난다. 그래서 그랬을까?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돈으로 상처받은 마음이 있었고 곧 도스토예프스키의 현실속의 생활과 직결된 그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인간의 정체성과 과거에 대한 추억과 미래를 향한 희망은 모두 돈으로 결정된다.

가난하다는 것, 돈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삶의 시간이 단축되는 것을 의미한다. p176 

 

세계인의 찬사를 받는 작품들이 시간에 쫒기고 돈에 팔려 쓴 것이라고 한탄하지만 [만일 그에게 돈이 넉넉해서 작품을 탁마한 시간이 충분분했더라면, 어쩌면 이토록 형언할 수 없이 심오한 작품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p231] 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조금씩 들어오는 돈으로 형의 유가족을 책임지고 가족의 생활을 건사하며 자신의 허영과 사치, 도벽까지 해결해야 했기에 빚은 줄지 않고 늘어갔다. 이 답답하고 불쌍해 보이는 인생을 그는『 백치 』『미성년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탄탄한 돈의 그물망에 사로잡혀 있는 인물들을 통해 드러내 보인다. 정말 겪은 자 만이 알수 있는 돈으로 인한 비참함이 아닐까.

 

학창시절 고전이라면 끔찍히 싫어했기에 그의 훌륭한 작품들을 많이 읽어 보지 못한 것이 후회로 밀려온다. 그랬다면 줄거리와 함께 도스토예프스키의 돈에 대한 관점을 좀 더 생각하며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다. 상상하지 못했던 속물적이고 통속적인 돈이 소재가 된 그의 작품들이 새롭게 보인다. 인간의 세속적인 부분에 대한 세세함이 돋보이고 거친 문체가 사람사는 냄새를 담고 있기에 후대에도 그의 작품이 칭송되고 계속 읽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도스토예프스키 그는 역시 위대한 대단한 작가다.이 책을 먼저 읽는다면 좀 더 친숙하게 좀더 쉽게 그의 작품에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돈과 행복은  역시 현대인의 최고의 관심사이니까.도스토예프스키의  전집에 눈독을 들이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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