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의 스캔들 1
필리파 그레고리 지음, 허윤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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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이 따로 있는 영화를 볼때면 항상 고민에 빠진다. 책을 먼저 읽을 것이냐. 영화를 먼저 볼 것이냐..

이번에는 전자가 이겼다. 이는 영화 천일의 스캔들의 배경이 되는 헨리 8세와 앤불린 메리 불린 두 자매의 스캔들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다는 나의 무지가 큰 작용을 한다. 이름은 들어 알고 있는 천일의 앤과 그녀의 동생 메리가 주인공인 이 소설은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두고 있다.

영국 튜더왕조시대에 아버지 헨리7세가 이루어 놓은 왕위를 그대로 물려받고 형수인 캐서린을 아내로 맞은 헨리 8세는 왕비에게서 아들을 얻지 못한다. 하워드가와 불린가는 전략적으로 앤과 메리를 궁으로 보내 왕비의 시녀로 왕의 눈에 띄게 한다.

이미 결혼한 메리는 먼저 왕과 동침을 하게 되고 딸과 아들까지 낳는다. 메리가 아기를 낳는 동안 언니 앤의 매력에 빠져버린 왕은 왕비와의 이혼을 결심하고 왕비자리를 앤에게 주게 되는데...천일의 스캔들은 역사를 바꿀 만큼 유명한 사건이다. 캐서린과의 이혼은 영국이 교황과 단절하게 됨을 보여주고 새로운 국교를 만들게 된다. 왕비의 모국인 스페인과의 관계도 악화되었음은 자명하다.

주인공들의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데 깜짝 놀란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권력에 대한 야심은 끝이 없는가 보다. 아무리 정략적인 결혼과 쉬쉬하며 보이지 않는 성문란이 있었다 하더라도 11살,12살의 어린아이들의 첫경험은 너무 가슴이 아프다. 아버지와 삼촌이 어린 조카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개인의 생각이나 사랑은 무시되었다는 것도 슬픈 일이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어린시절 함께 뛰놀았을 세 남매 앤, 메리, 조지는 자매간에 연적이 되고 남매간의 근친상간을 하게 되며 부모가 딸을 왕의 침실로 밀어넣고 카톨릭의 나라였다고 이해되지 못할 정도의 더러움과 추악함이 존재하는 시대를 살았다.

왕비가 된 후 더욱 자리에 집착하는 앤을 보는 것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그녀는 왕이 자신에게서 마음이 떠난 것을 알고 진정한 사랑을 찾아 떠나는 메리와는 달리 자신에게서 멀어져 가는 왕이 제인시모어와 함께 하는 것을 보며 이성을 잃어간다. 그 결과는 재판을 받고 사형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남의 눈에서 눈물이 나면 자신의 눈에선 피눈물이 난다고 했던가. 왕비 캐서린을 쓸쓸히 죽어가게 한 죄의 댓가를 받게 된 것이다.

소설은 메리 불린의 시각에서 모든 일을 말하고 있다. 이기적이고 왕비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그 어떤 일도 서슴치 않게 묘사된 앤과는 다르게 가족들의 강제로 왕에게 갔으나 왕을 사랑했고 자신의 아이들을 진정으로 아꼈으며 권력과 야심보다는 사랑에 더욱 큰 가치를 두었던 모습으로 그려진다. 화려함을 꿈꾸었던 앤보다 초라해도 따뜻함을  원해서 부와 명예를 모두 버린 메리의 삶의 모습은 달랐지만 얻고자 했던 것은 모두 행복이 아니었나 싶다.

후세 사람들의 눈에는 강하고 권력과 사랑을 쟁취하는데 자신의 목숨을 걸었던 앤이 더 매력적이었나 보다. <천일의 앤>으로 영화화되었던 앤 블린의 일생이 다시 <천일의 스캔들>로 만들어졌다 하니 영상속에서의 앤과 메리 자매의 사랑과 권력을 향한 다름이 어떻게 그려졌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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