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색에 물들다
강미승 지음, 장성철 감수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여행기를 읽으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어 나도 거기 가봤는데 어딘가 사진이 있을거야.. 근데 나도 배낭여행을 했는데 왜 내겐 이런 감성이 글로 묻어나지 않는거야?

사진은 왜 이렇고? 이건 사진기 탓일거야.... ㅠㅠ

역마살이 끼어있는 사람처럼 조금의 기회만 생기면 비행기를 타려 한다. 처음엔 여행을 몰라서 커다란 가방에 이것저것 쑤셔넣고 말안통하는 내가 걱정이 되어서 사전까지 들고 다니던 기억이 난다. 이젠 몇번의 여행으로 두려움은 사라진 겐가. 그저 몇벌의 옷과 사진기 그리고 튼튼한 몸이면 충분하다는 기분이다. 낯선 곳에 낯선 사람들 하지만 느낄 수 있는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는 색다른 친밀감은 여행이 주는 묘미이며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기쁨이다. 럭셔리한 여행이 아니어도 좋다. 다녀온후의 휴유증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비행기의 바퀴가 땅을 떠나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 나는 자유인이 된다. 크하하

 

다른 누군가의 평화가

다른 누군가에겐 깊은 그리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

그렇게 사람은

각자의 추억대로, 각각을 기억해 내기 마련인가 보다..p178

 

강렬한 표지의 색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행을 컬러에 비유한 저자의 감성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한 두곳의 여행일정을 쓴 것이 아니기에 여행지는 뒤죽박죽 색에 따라 정돈되어 있지 않다. 여행기일거라 생각했는데 살짝 혼란스럽다. 그런데 묻어나는 여행에세이가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저녁에 잡아 커피 한잔과 시작한 책 읽기는 지난 추억속의 여행와 함께 밤새 나를 뒤척이게 만들었다. 태국에서의 길거리 음식들, 라오스에서 만난 눈망울이 맑은 맨발의 아이들, 티벳의 평생 잊지 못할 파랗고 높은 하늘과 포탈라 궁 그리고 오체투지를 하던 사람들, 히말라야 산에서 보던 일출 그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는데 내게는 기억속에만 남아 있다는 것이 아쉽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기나 여행 에세이를 읽나 보다. 저자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녀가 다녔음직한 나라들에 거리들에 만났던 사람들에 여행을 하면서 가졌던 마음들이 내게 없는 재주여서 글로 표현해 남기지 못했던 아쉬움들이 해갈되듯 이 책 안에 한껏 담겨 있다.

 

추억은 이렇게 그냥 추억해야 한다는 사실. 추억을 현실로 이어오면 마음이 꼬인다는 사실 p147

 

여행을 하면 사람은 차분해 진다. 처음엔 낯설음이 자신에게 주는 벌인줄 알았다. 그렇게 수다스럽고 정신없이 지내던 한국에서의 생활이 몸에 배어서 일까 처음에는 너무나도 힘겹다. 혼자있음이 말도 안통함이 먹거리의 생소함이 서러워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을 돌아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의 독백도 그렇지 않았을까? 그녀의 글이 더욱 감칠맛나게 느껴진다.

BLUE,GREEN,PINK,ORANGE,BROWN,YELLOW,VIOLET,RED,WHITE,BLACK 안에는 예쁜 사진들이 많다. 테마없이 찍어대었을 사진들을 한장한장 들여다 보고 생각하고 선택했을 저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기억을 더듬어 글을 쓰기 시작했을 것이다.

추억을 마음에 담고 그녀의 여행에 동행했던 나도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현실에 돌아오는 순간 다시 나는 또 다른 여행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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