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마지막 의식
이언 매큐언 지음, 박경희 엮음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암스테르담이란 책이 있었다. 그 책에서 처음 이언 매큐언이란 작가를 알았다.

읽지는 못했지만 인간의 내면세계를 파헤쳐간 스릴러 못지 않았다는 칭찬에  작가의 색깔이 어떻게 배어 있었던 것인까 궁금했었다.

그 궁금증에는 서머싯 몸상과 부커상을 수상했다는 그의 이력도 한몫을 했다.

그의 작품 중 「속죄」는 최근 어톤먼트의 제목으로 영화화되어 골든 글로브 작품상을 수상했다. 장편 일거라고 생각했던 「첫사랑 마지막 의식」은 여덟편의 익숙치 않은 단편들로 엮어져 있었다. 그 안에서 세편이나 영화화되었다고 한다. 스크린까지 끌어당기는 인간의 무의식과 일탈에 대한 묘사가 무섭다.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전율이 몸을 감싼다. 이런 작가도 있구나 하고.

 

외로움은 폭력을, 호기심은 강간을, 무료함은 살인을 낳는다.

이런 절묘한 표현이 있을까? 단편들 속에는 유쾌함도 섬뜩함도 외로움도 담겨 있다.

신문 사회면에서 나올 법한 강간이나 살인에 대한 시선은 나로서는 감당하기 힘들다. 어린 동생과의 성행위<가정처방>나  무대위의 연극속에서즐기는 듯 보였던 두 사람의 실제 성행위<극장의 코커 씨>등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할아버지가 경매를 통해 가지게된 특수처리된 160년 된 '캡틴 니콜스의 페니스'를 다툼끝에 깨버린다는 <입체기하학>의 설정은  그 어디에서도 볼수 없었던 소재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 진다. 이거 소설이기에 가능한 얘기겠지. 세상은 점점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상실해 가고 있고 연약한 어린이와 여자에 대한 보호는 무시되고 성은 그저 탐닉의 도구로서 여겨지고 있다. 통제되지 못하는 인간의 감정들은 스크린으로, 활자속으로 옮겨져 어디까지가 허용되어 지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외로움 호기심 무료함으로 일어나는  폭력적이고 섬뜩한 행위들은 는 점점 파괴되어 가는 도덕과 사회규범에 대한 정면 도전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이다. 그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질 만큼 간결하고 콕콕 찝는 문체는 책장을 넘기는 동안 받아들여진 충격에도 아랑곳없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마치 야한 소설을 읽는 것 같지만  문학성을 인정받았다는 결과가 보여주듯 어느새 나는 주인공과 같은 시각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게 된다.  다 이해할 수 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익숙치 않은 소재를 그려내는 과정이  너무도 담담해서 읽는 독자를 이상하게 만들어 버린다. 모든것이 허구일거라 스스로에게 반복적으로 세뇌를 시키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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