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에도 이유는 있다.

얼마만큼의 애정
시라이시 가즈후미 지음, 노재명 옮김 / 다산책방 / 2007년 10월

사랑에 있어서 만남과 헤어짐은 필수다.

첫사랑이 다 행복으로 아니 결혼이라는 사회적 형식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이 책 <얼마만큼의 애정>은 헤어진 연인들로부터 출발한다.

단팥죽 체인점의 젊은 사장 마사히라. 5년 전 1년여의 연애끝에 결혼까지결심했던 연인 아키라에게 나름 큰 상처를 받고 일에만 매진 지금의 사업을 일구어낸다. 왜소한 체격의 소극적인 성격이지만 8호의 체인점을 준비할 만큼 사업수단이 좋다. 그런 그에게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까 어제 밤에 마주쳤던 아키라로 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그저 마싸장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 어제 저녁에도 나하고 마주쳤잖아. 그 기념으로 전화한 거야. "

"어젯밤이 바로 100번째야. 마사짱과 내가 길에서 마주친 횟수....... 5년만에 100번 . 1년에 스무 번이라는 회수도 상당한 거지. 한달에 두번 가까이나 되니까."

미련... 보통의 연인들이라면 정말 끔찍히 싫어서 헤어진 경우가 아니라면 미련이 남는다. 사랑에 대한 흔적이 주변을 서성이게 하고 기억은 나의 발길을 추억의 장소로 이끌고 간다. 마사히라와 아키라.. 그들도 그랬다. 

늘 그렇지만 사랑의 끝은 아픔이다. 다만 얼마만큼의 애정속의 아픔은 살짜금 지나치면서 그 둘을 다시 연결시켜주는 고리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별의 이유는 항상 주변이다. 생뚱맞게 마사히라와 아키라의 궁합을 풀어  

결혼하면 죽어!! 로 시작되고  엄마가 무릎을 꿇고 떠나달라 사정하고 형제는 돕지는 못할 망정 헤어짐의 이유를 제공하고 삼류소설의 소재처럼 그렇지만 작가는 놀랄만큼 유연하게 깔끔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조건.. 사랑에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무조건 적인 믿음이란 없는 걸까?마지막 장을 덮으며 생각해 본다.

물론..소설의 마지막은 해피앤딩이다. 마치 <귀여운 여인>이란 영화를 보듯-물론 마지막이 영화처럼 촐싹대지는 않지만 ㅎㅎ- 얼마나 사랑하는 지를 알고 마사히라가 숨은 아키라를 찾아가서 마주 보고 서는 장면이 끝이지만  그들의 마음에 이미 사랑이 따스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느낄수 있다.

그들이 5년이라는 먼 길을 돌아 스스로가 운명임을 알고 인정하기 까지  두사람 사이엔 직업이라는 가족이라는 조건의  벽이 있었다.

역자의 말처럼 문학이 꼭 교훈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

그렇기에 술술 읽어져 내려가던 책 속의 마지막이 아련하게 마음에 남는다. 사랑하는 사람은 꼭 함께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