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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어머니의 애인이다 - 프로이트, 그 삶의 수수께끼
비르기트 라한 지음, 천미수 옮김, 우테 말러 사진 / 풀빛 / 2007년 10월
평점 :
정신과... 요즘은 신경정신과로 많이 불리지만 어린시절 용인에 있던 정신병원 근처에 살았던 나는 정신과라함은 꼭 미친사람들에 대한 병만 고치는 곳 같아서 왠지 거리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신분석학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프로이트의 이름만은 어디서 줏어 들었는지 머리속에 있었고 프로이트의 연구가 집대성된 <꿈의 해석>이라는 훌륭한 책에 대해서도 익히 들은 바가 있어 호기심있게 책에 접근할 수 있었다.
책 속에는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태어나서 죽기까지 그의 전 생애에 대한 일들이 마치 활동 사진이나 영화를 보듯 펼쳐진다. 1856년 오스트리아 -헝가리제국의 작은 도시 프라이 베르크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나 1939년 83세의 나이로 런던에서 사망한 프로이트는 뛰어난 머리와 학문에 대한 고집으로 정신분석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소개하며 인간의 마음에 무의식이 존재하며 꿈속에서 인간은 불안감이나 억압된 욕망을 분출한다는 이론을 보여준다. 어느날 밤 검고 풍성한 머리칼을 늘어뜨린 아름답고 호리호리한 어머니의 알몸을 목격한 후로 가지게된 감정을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남성이 부친을 증오하고 모친에 대해서 품는 무의식적인 성적 애착)라는 학문으로 정립시키고 유아기성욕에 대한 많은 저술을 한다.
작가는 프로이트의 학술적인 면을 그의 일생과 함께 잘 서술해 간다. 그가 유명하게 된 학문으로서의 정신분석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사람들-평생의 반려자인 아내 마르타,수족이 되어준 막내딸 안나, 그의 망명에 큰 도움을 준 마리 보나파르트 공주 등등 -, 임상의로서의 생활 그리고 환자들과의 관계 게다 그의 노선과 함께 한 사람들 벗어난 사람들(유명한 카를 융도 등장한다) 그의 유머스러운 성격 그리고 고집 등 인간으로서의 프로이트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쉬운 문체는 어렵게만 생각했던 심리학이나 정신분석이라는 학문에 좀 더 쉽게 접근하게 해 주고 곳곳에 있는 칼라풀한 사진은 그와 연관된 많은 것들을 보여주며 천천히 책장을 넘길수 있도록 도와준다.
현대인에게 있어서 점점 정신분석이라는 것이 필요악이 되어가는 지도 모르겠다. 주변을 돌아보면 우울증이나 홧병 그리고 자신을 통제하는 못하는 격한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신경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약으로 치료되어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동조해주며 나의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 아닐런지. 프로이트도 치료의 방법으로 조언이나 처방을 주기 보다는 환자들이 카우치에 편히 누워 남들에게 못하는 어려운 자신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오랫동안 들어주는 것으로 정신치료의 기틀을 만들지 않았는가.
한 권의 책으로 전공자들도 힘들어 하는 그의 사상을 다 이해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말도 안되지만 점점 더 복잡해지고 난해해지는 세상속에서 다만 그의 연구가 그리고 사상이 현대인의 정신치료의 기초가 되었다는 사실과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는 사상가로서의 진실된 그의 삶을 들여다 볼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