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목을 못 정한 책 - 사운드 디자이너 김벌래의 전투일지
김벌래 지음 / 순정아이북스(태경) / 2007년 8월
평점 :
아.. 그 사람 <눈의 여왕>에 현빈의 스승인 괴짜 노교수역으로 출연했던 그를 본 기억이 난다. 작은 키에 익숙해 보이는 듯한 연기를 하던 그를 보면서 저 사람도 연극인이겠군 하는 생각을 했었다. 워낙 연극이나 뮤지컬에 있던 사람들이 브라운관으로 외도를 많이 하는 때니까. 영화에선 본 기억이 없고 그럼 당연히 연극 쪽이려니 하는 생각이었다.
신나는 인생 김벌래의 어린시절부터 그가 소리에 미치게된 이야기까지 그의 모든 것이 이 책 속에 담겨있다. 왜소한 몸때문에 갖게 된 별명 괴물15843호-그의 키 158cm에 43kg 때문에 생긴 거다.-, 김평호라는 본명 대신 연극계 이해랑 선생님이 벌레처럼 발발거리고 돌아다닌다고 지어주신 별명이 이름으로 쓰이게 된 그가 살아온 날들이 녹아있다.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 허약했던 어린시절, 전쟁 그리고 그가 공무원시절, 연극에 빠지고 소리에 미치게 된 일들이 그의 성격만큼이나 괄괄하게 담겨있다.
광고쟁이라고? 내게 너무도 익숙한 <종근당의 덩 소리> 를 울리고 가슴 뛰며 봤던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굴렁쇠를 굴리던 88돌이와 함께 울리던 삐~~익 소리 아직도 기억난다>그리고 전국민의 열광의 도가니로 밀어넣어던 2002 월드컵까지 그의 손으로 만들어진 소리로 시작이 되었다는 것이 너무나 대단해 보인다. 전 국민을 뽀도독 치아로 만들기 위한 치약광고의 소리<정말 열심히 닦으면 이가 그렇게 하애지고 소리도 나는 줄 알았다. ㅋㅋ)도 그의 작품이었다니 기억속에 있는 모든 광고들의 유명했던 효과음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혹시 이것도 그의 작품? ^^
세상에는 쓸모없는 소리가 없어. 하찮고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그 소리는 정말로 쓸모없는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모르거나 쓸모있게 만들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지.그 소리에 대한 우리의 고민과 노력이 부족했다는 거야.p86
세상속의 소리는 정말 많다. 가끔은 그 소리들이 정말 귀찮고 지겹고 또는 스트레스처럼 다가오기도 하지만 소리없는 세상은 상상 할 수도 없을 만큼 우리의 생활의 한 부분이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소리는 잡아내는 사람 그가 바로 사운드 디자이너다. 가진것 없고 학벌도 없었지만 철저히 현장에서 익히고 배운 지식과 자신만의 오기 그리고 소리에 대한 열정이 편협한 학벌주의의 학계, 관료계와 쓸데없는 고집으로 뭉쳐진 사회에 대항해 지금의 그를 만들어 내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광고 소리의 90%를 만들었다는 그의 소리에 대한 철학에는 적당히 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는다. 거짓을 말하지 않는 소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그는 천 년의 근심과 천 번의 시행착오를 거듭한다. 보여지는 소리를 만들기 위한 그의 노력이 나 자신의 생활을 반성하게 만든다.
누구나 크고 작은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게 되지.성공에 대해서는 신나는 상상을 하되, 실패에 대해서는 빨리 잊어버리는 훈련을 하게.어차피 아무리 잘 치는 프로야구 타자라도 타석의 2/3은 실패한다는 것을 잊지 말게.그러니 실패도 신나게 하게. 사실 '실패쟁이'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퍼처럼 부러운 사람도 없어. 그만큼 실패하고도 또 시도할 힘이 생긴 다는 거 아니냐고(p 117)
그의 나이 67세다. 내 나이가 67세가 되었을 때 나는 내가 살아온 길에 대해서 스스로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 내가 하는일에 당당하게 온 정성을 다해서 나 스스로를 존귀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까? 사운드 디자이너로서 그가 40평생 걸어온 그 길에 대해 고개를 숙이며 나도 신나는 인생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해서 나에게 다가오는 기회들을 맞을 차비를 해야 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