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000년 조창인의 소설 <가시고기>가 전국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리고 나는 조창인의 소설들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가시고기><길> 그리고 최근의 <아내>까지 그의 소설속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아니 어쩜 처음에는 그 따뜻한 마음이 무능력하고 나약하고 그리고 이기적인 마음에 가리워져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그 가슴속의 한방에 간직되어 있는 순수함이 결국은 소설의 말미에 다 드러나 나의 감성들을 일깨워 주고 있었다. 

집안의 막내로 언제나 찬밥신세였던 재우가 집을 나와 외딴섬 구명도의 등대지기로 산지 8년, 이제 치매에 걸린 노모를 형제들이 그에게 떠 맡기는 것은 재우가 착해서도 그가 효자여서도 아닐 것이다. 언제나 어머니에겐 최고의 아들이였던 큰형은 회사를 나와 이민을 가면서 한달만 모셔달라는 거짓으로 재우에게 노모를 보내고 매형의 국회의원자리에 안달난 누나는 평판을 두려워해 엄마를 나몰라라 한다. 자식은 험하고 고생을 시키며 키워야 나중 부모의 은덕을 안다고 했던가.. 그 형이나 누나의 행태에 주먹이 나가고 험한 말이 나올만큼 열을 받지만 소설 속 재우는 담담히 받아 들인다. 

어머니와 함께 하게된 구명도 생활.. 역시 쉽지 않다. 아무리 가실 곳 없고 함께 있을 시간이 많다고 해도 직장은 직장일터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보살핀 다는 것이 주위의 눈초리를 견뎌낸 다는 것이 쉽지 만은 않다. 하지만 가족이다. 그 순간순간을 지나며 점점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깊어지는 재우를 본다. 어머니의 가슴속에 맺혀있던 재우에 대한 사랑도 본다. 기억도 제대로 못하면서도 재우가 그 태풍이 부는 날 재우가 위험에 처한 것을 알고 전기에 감전된 재우를 찾아 그 높은 등대까지 올라와 함께해 준  어머니의 따스함이 보인다. 결국.. 책을 덮으면서 나는 내 가슴에 뭉클한 무엇인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등대는 밤바다의 길잡이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등대의 불빛속에서 묵묵히 불을 밝히는 등대지기의 마음까지 읽어내며 따듯함과 용기를 얻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등대지기가 없는, 단순한 기계적 불빛에 불과하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p264

어머니란 등대같은 존재가 아니까? 외롭고 험난한 이 세상속에서도 등대의 불빛처럼 그저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안심이 되는 존재감만으로도 나를 버틸수 있게 해주는 가족속에서 어머니는 그 중심을 잡고 계신 거 같다. 평생 등대지기처럼 외롭고 고단하고 하지만 꼭 지켜야 하는 자리..어머니. 작가는 내가 내내 잊고 사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어머니는 자신의 살과 뼈를 내주며 삼남매를 키웠다. 하지만 어머니는 삼남매 누구에게서도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재우가 엄마를 사랑하는 거 처음부터 알고 있었죠?"p303

그냥 오늘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꼭 껴안아 드려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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