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음색에 심장이 폭발할 것처럼 거칠게 뛰어댔다. 분명, 그 목소리다. 잠결에만 듣던 몽달이의 목소리. 해원이 누웠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복잡한 머릿속으로 날카로운 기억 하나가 치솟았다. 죽을 것 같은 고통 속에서 위로의 눈길로 끌어당기던 제 또래의 소녀…….
“너 장례식장에서 나 봤다고 했지?”
[네. 아직도 기억해요. 목발 짚고 오열했잖아요. 도연 언니도 곁에서 울고 계셨고…….]
아, 우린 아마도…….
“운명인가 봐.”
[네?]
그날 눈이 마주쳤던 소녀가 너였나 봐, 은오야.
의아해하는 은오의 음성에 해원의 입술이 휘어졌다.
“야, 우리 운명이라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나를 기억하는 너와 너를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어떻게 이렇게 만날 수 있지?
처음 닿았던 순간부터 위로가 되어주려고 했던 너를, 나는 왜 잊고 있었을까. 그래서 이렇게나마 닿은 건가.
-알라딘 eBook <부당한 관계 (개정판) 2 (완결)> (달로 지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