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내내 어디선가 이런 소재 이야길 봤는데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기억 상실 소재는 아주 오랜 고전 소재이긴 한데 하루 기억이 사라지고 되풀이되는 부분도 예전 읽었던 일본 만화에서 본 듯한데 명확히 딱 무슨 작품인지는 떠오르진 않네요. 그만큼 느슨한 소재라 볼 수 있겠습니다.소재가 주는 안타까움이 그래도 잘 살기는 했습니다. 특히 공 캐릭터가 겪는 고통이 잘 연출되어 매력적이었어요. 그런데 아쉬움도 공 캐릭터의 직업에서 옵니다.일본 만화 특히 비엘에서 연예계 소재는 항상 오글거리고(유치하고) 시대착오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이 만화도 그랬습니다. 마치 연예계에 대해 막연한 정보만 아는 십대 어린 아이가 자기만의 망상으로 노트에 끼적이는 걸 본 느낌입니다. 진지하고 애절한 이야기를 좀 더 아름답게 엮을 수도 있었는데, 줄거리상 생략해도 큰 영향 없었을 연예계 소재를 넣어 소재가 주는 진지한 톤을 많이 가볍게 하네요.
처음 나왔을 땐 이렇게 장기 연재로 계획한 내용이 아니어서, 중간중간 설정이나 캐릭터를 추가하고 조금씩 변경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한 걸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잘 연재하겠지만, 독자 입장에선 여태 본 걸 그만두는 게 아쉬워서 보는 부분이 크죠. 그렇다고 아주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시작점보다는 많이 완화된 편이긴 하지만 자극적인 연출에 주력하는 건 변함 없어서요. 다만 새로운 유입 독자는 신선할 수도 있겠지만 오래 봐온 독자에게는 그 자극도 이제는 익숙해진 지 오래라는 거죠. 작화는 여전히 훌륭하고 매력적입니다.어쨌든 여태 현역으로 꾸준히 활동하는 점에서 대단한 작가에 생명력 있는 만화인 건 맞죠.
제목으로 봐서는 취향이 아닐 거라 예상했지만 어쩌다 구매. 역시 제목대로의 내용이었지만, 이 작품의 역할은 그 것으로 소임을 다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상 무언가 내용을 기대하는 건 무리겠죠. 그래도 예쁘고 섹시한 그림체와 씬을 보고 싶다면 선택할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