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나요, 내 인생
최갑수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20대 초반..시련다운(?) 시련을 겪고나서 아무렇지도 않은듯 하루를 살다가, 밤이 되면  물소리에 내 울음을 섞어 내려보냈었던 그 시절이 문득문득 생각이 나고,  그때의 그 외로움이 오히려 간절히 그리워지는 요즘...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것일까?  

이런 고민에 빠져있는 내게, 시기적절하게도 니 인생은 잘 지내냐고 안부를 묻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책의 처음이 말한다. 당신은, 당신 생에서 간절하게 돌아가고 싶은 하루를 가지고 있는지. 만약 가지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까지 잘 살아온 것이다...라며....... 응? 나는 그 시절, 철저히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던 바로 그시절로 간절히 돌아가고 싶은데...나는 잘 살아온걸까?  나는 잘 살아가고 있는가? 뭐 이런 반문으로 책을 집어들었다.

 

책의 느낌을 말하자며는....시골집 찹찹한 마루에 누워 한여름 투명한 하늘을 날고있는 잠자리들을 멍 ~ 하니 바라보며 누워있는 내 옆에서...한손으로는 설렁설렁 부채질을 하시고 또 한손으로는 내 귓볼을 만지작 만지작 하시며 이미 일만번쯤은 했을법한 지난 이야기들을,  멜로디 없는 심심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씀하시는 친정엄마의 목소리와 닮아있다. 크지않은 작은 이야기들...  

느낌으로 벌써, 앗싸 내채액~~!! 쾌재를 부르며 나와는 오래도록 함께 할 것만 같은 주머니 두둑한 만족감으로 읽어 내려간 책 속 이야기는.... 

서른과 마흔 사이를 지나가고 있는 지금, 내가 고민하는 것들에 대한 공감 100배의 내용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쓸쓸한 사진들의 멋진 조합! 그리고, 지금은 물주고 정성쏟아야 하는 아이들 때문에 잠시 묻어두고 있는 자칭 보헤미안 기질을 다소 해소 할 수 있게 해주는 여행으로의 감사한 초대.  예술을 한다며 베란다 한켠에 작은 화분들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사진을 찍고 또 찍고하는 왕초보의 사진에 대한 욕심을 그저 해봐라 해봐라 독려해주는 격려의 말 한 마디까지.....!! 사진 많은 책의 왠지 서운했던 구성들에 비해 더하기가 많은 책이다. ...그래서,

P.094      산 하나 넘어서 물이 길을 내주면 맨발 벗고 가는 길.  엉겅퀴 민들레 진달래 모두 빠져 죽는 것들의 넋.  왜 이곳에서 피느냐 했더니 '살아서 등대를 좋아한 탓' 이라며 쓸쓸히 웃는다.  그 '탓'. 나도 그 탓 때문에 등대로 가는 거다.              -이생진, 소매물도 등대/등대 이야기 29 -  

이 대목에서 나는 울컥 해버렸다.

  

북적대고, 정신없고, 처절한 하루가 지나고 나면 씻겨 내려가는 비눗물 속에 내 응어리도 함께 얹어 엉엉 울어대는 울음소리와 함께 그대로 흘려 보내버리고 싶은 요즘...                               나는 20대 초반의 그 '홀로였음'을 그리워 하며, 오직 물소리와 내 울음소리를 아무런 방해없이 토해 낼 수 있는 작은 욕실 하나만 있었으면 참 좋겠다...하는 좀 지쳐있는 내게 , 이책은 친정엄마와 같은 아련함으로 나를 위로해 주었다. 

그러므로, 잘 지낼거다 내인생....얼마간  또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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