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5일을 재량휴업일로 한다고 진즉부터 큰아이 초등학교에서 통보가 왔다. 그러다가 어제는, 재량휴업일인 10월5일을 어떻게 보낼것인가에 대한 설문조사가 왔다. 

1. 가족들과 함께 체험학습을 한다.   2. ... 기억이 안난다..암튼..'해당사항없음'이었다.맞벌이인 관계로다...  3.학교 도서관에서 독서활동을 한다(9:30-12:30까지)

10월5일 월요일..빨간날이 아닌데..학교는 재량휴업을 한다고 한다. 작은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도 덩달아서 안한다고 한다. 명절이 짧다고 엄마들 문의가 너무 많이 들어온다고 하더니 걍 하루 쉰단다..  엄마들도 참.....명절이 짧으면 그냥 애를 하루 어린이집 안보내면 될것을....뭘 문의를 하고들 그러시나...일하는 직장맘들 출근은 어찌하라고.. 

여튼,  큰아이(9살)에게 동생(6세)을 돌보고 있을 수 있겠냐고 물어보니 알겠다고 한다. 심심하니까 동생 데리고 학교 도서관을 가겠다고 한다.(학교가 집 바로 옆이다.)작은아이보고 도서관에가서는 무조건 조용히 해야한다고 신신당부를 하고...그리고 설문지 3번에 체크를 했다. 도서관에서 독서활동하기!!

오늘 일하는 도중에 학교 담임선생님께 전화가 왔다.아이가 재량휴업일에 도서관에 오겠다고 하는데 확실한거냐고..설문지를 돌려봤더니 우리아이 외에 3학년에 어느 한 아이만 도서관에 온다고 체크가 되어있는데....어떡하시겠냐고... 더불어 한말씀 하신다...확실이 나오겠다고 하면 오전에 도서관에 계실 선생님을 편성을 해야하고 수당을 지급해야한다고..      

순간 처음 받아본 선생님 전화라 당황스럽기도 하고, '설문지는 도대체 왜 돌렸을까??"뭐 이런생각에 다소 황당하기도 해서 조금 머뭇거렸더니...선생님께서 그러신다.. "우리는 아무 상관없습니다. 선생님 한분 그냥 배정하면 됩니다...."

결국 나는, 아닙니다 선생님..그날 작은애도 어린이 집이 쉬는 날이라서요...큰애가 작은애 돌보면서 집에 있기로 했습니다...도서관에 안보내겠습니다....  ㅡ,.ㅡ;; 

 

( 미리 보는 10월 5일을 들여다 보니 그림은 대충 이렇다. )                                                 

우선, 오전에 두아이는, 엄마도 아빠도 없는 자유로운 우리집 공기를 만끽하면서 신나게 놀아볼 준비를 한다. 어떻게 놀건지 되지도 않는 토론을 하고. 토론끝에 '그럼 안놀아! 라는 협박성 멘트도 등장한다. 결국은 맘에 안들더라도 오빠가 하자는 대로, 주로 놀이는 이루어진다. 어디까지나 약자는 그럴 수 밖에 없다. 위의 학교건만 보더라도...나는 선생님 앞에서는 약자니까. 언제부터 이런 분위기가 됐는지 납득할 수는 없지만.                                                                  

여튼 그러다가 점심때가 다가오고, 아이들는 지들끼리 점심을 챙겨 먹을꺼다. 어쩌면 지난번처럼, 먹기싫다는 동생 꼬셔서 쌈장에 밥을 비벼 먹을수도 있겠다. 먹으라고 따로 챙겨둔 반찬은 손도 안댔을것이다.. 뭐...나로 말하자면, 퇴근후 이렇게 생각하려고 애쓸꺼다. 아..큰아이는 쌈장에 밥 비벼 먹는게 맛있는 독특한 입맛을 가진 아이구나~~라고.......쩝.... ㅜ.ㅜ                             

그러다가 오후엔 지칠때까지 tv를 본다. 책도 몇권 보겠지만 나중엔 심심함에 몸이 베베 꼬이기도 할꺼다.  토닥거리며 자기들끼리 싸우기 시작한다. 동생은 나가서 놀자고 하고 오빠는 안된다고 한다. 차마 밖에서는 그 긴~시간을 동생을 지킬 자신이 없다. 그래서 무조건 안된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너를 지켜낼수 없어서 나가지 못하노라고, 어떻게 말하겠는가...남자가 존심이 있지...ㅡ,.ㅡ 속도 모르는 동생은 싸움끝에 '엄마한테 다말해~~'라고 외치고선 일하고 있는 내게 주구장창 전화를 한다. 나로 말하자면... 있는자리가 그야말로 가시방석이다.  

싸우는 것에도 지칠때쯤, 아.마.도 좋은 생각이 났다는듯! 둘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집 곳곳을 탐험하기 시작한다.  드디어 집은 폭탄 몇개쯤 여유롭게 던져놓은것 처럼 엉망이 된다. 이윽고 저녁시간이 슬슬 다가오고, 큰아이는 그동안 많이 참았다는듯, 내게 전화한다.                      퇴근하기 30분 전....아이는 전화로 말한다. "엄마 올때까지만 놀이터에서 놀고있을께"라고 ....  외침과 동시에 둘은, 후다닥 빛의 속도로 뛰어나간다. 빛이 각자 다른곳을 비추듯, 하나는 놀이터에, 하나는 자전거를 타고 이리저리 곳곳에 꽂힌다. 나로 말하자면... 6시 땡! 하는 동시에, 묵직한 뱃살탓에 빛의 속도로 튀어 나가지는 못하고 적어도 총알의 속도로 집을 향한다. 곳곳에 뿌려진 내 아이들의 빛나는 얼굴들을 집으로 거두어 들이기위해...                                       뭐...그렇게.....그렇게 하루가 저물어간다. ...아~주  긴~~~~~~~~~~~~~~~~하.루.가....  

 

 

공교육이 아~주 쉽게 결정지어버린 재량휴업일이, 우리집 아이둘의 각자 인생에 끼친 영향을 보자면 ...

 

(먼저 그날의 아홉살 인생) 

놀 시간 없어 학원도 못간다는 신념과,  온~자연를 헤집고 다니는일,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노는자'의 자세라고 믿는 아들에게 이날의 하루는 그야말로 길고 길었을 것다.                           

초등생 2년의 경험하에 단호히 결정지어진 '노는것'에 대한 신념과 자세는 잠시 접어두고, 아이는 그날 하루만큼은 동생 돌보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동생을 잘 돌보는 아주 착한일을 했다는 순수한 자부심과, 엄마의 칭찬의 한마디, 그리고  뒤이어 손에 떨어지게될 짭짤한 알바비...!실제로 저녁에 열리는 엄마의 지갑,그리고 주어진 어느정도의 수고비를 손에놓고보면 ,어쩐지 하루 희생한 것에 비해선 뭔가가 모자란듯 좀 찝찝함은 느끼지만... 뭐 어쩌겠는가? 사고싶은 진화된 포켓몬스터 스티커를 사자면 그정도는 감내해야 하는것을.                                           

유난히 밥 먹는 속도가 느린 동생 밥을 챙겨먹이자니 잔머리는 절로 굴러간다.  쌈장에 밥을 비벼먹으면서 맛있다고 너도 한번 먹어보라고... 먹히지도 않은 설득도 좀 해가면서 그렇게 뻥도 좀 쳐가면서.....아이를 먹이는 일이 결코 쉬운일이 아니라는것을 그러면서 엄마의 위대함(??)을 얼마간은 느끼면서...(ㅋㅋ..이건 언제까지나 나의 바램이다.)                                                  

폭격맞은 집처럼 해놓고선 저녁에 뒷감당 하느라 아휴아휴 한숨나와도, 결국은 벌여놓은 일은 자기가  해결해야 한다는실로 뼈저린 현실을 몸소 체험도 하면서....그렇게 아홉살 인생을 배워간다.  

온~ 동네가 제집인냥 그렇게 헤집고 다닐 수 있는 귀중한 하루를 참고 또 꾹 참았다가..엄마 퇴근시간에 맞춰서 주어진 그 해방감이란.....자연에서 뛰어 노는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새삼 알게 된다.. 쌩쌩 자전거를 타면서 그 만족감과 달콤함을 실은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그렇게 아이는 하루만큼 또 자랐다..... 

 

(내친김에 그날의 여섯살 인생도 보자면),                                                                         

엄마도 선생님도 없이 조금 불안하긴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친절한 오빠가 옆에있어 어쩐지 든든하기만 하다. 오빠에게  의지하면서 많이 못본 tv볼 생각에 하루가 설레기도한다.  

하지만 점심때가 되니 오빠는 쌈장에 비빈밥이 맛있다고 하며 자꾸만 먹어보라고 한다. 희미하게 그닥 좋지않은 옛기억이 떠오르면서 먹기를 거부하지만, 안놀아 줄꺼라는 한마디에 눈물을 머금고 주린 배를 채운다. 오빠가 자꾸 맛있다고 하니 맛있는것 같기도 하다. 그치만 자꾸 눈물이 나는것은 어쩔수가 없다. ㅜ.ㅜ 어쨌든 힘겨운 밥먹기 시간이 지나갔다. 아..다행이다... 

슬슬 배가 아프다. 엄마도 없는데 하필지금 배가 아프다. 볼일을 보고나서 오빠에게 닦아 달라고 하니 씨알도 안먹힌다..어쩔수 없다. 내가 처리해야지. 똥눈뒤 뒷처리가 안되서 팬티에 쬐끔(실은많이..) 흔적을 남기긴 했지만 스스로 무지 뿌듯하다. 자랑해야지...                                     엄마에게 전화걸어서는, 아주 자랑스러운듯 "엄마! 똥 내가 혼자 닦았다아~~!!!" 자랑을한다.     나로 말하자면... 그저 똥묻은 아이의 손을 떠올리며 인상이 구겨지지만 아주 높은 '솔'음으로 외친다. "아구 잘했네..우리딸......얼른 가서 비누로 손 싹싹씻어~~팬티도 갈아입고오~~라고" 말한다. ㅡ,.ㅡ

지루하다. 오빠에게 밖에 나가자고 몇번을 졸라보지만, 그렇게 나가길 좋아하는 오빠는 꿈쩍도 않고 안된다고만 한다. 공주치마 입고 놀이터에서 모래에 퍼질러 앉아 놀아야 하는데 오빠는 그 중요한 일을 못하게 한다. 조르고 조르다가 외친다.'"엄마한테 다 말해!!~"                             일하고 있는 내게 또 전화가 온다. "엄마아~오빠가 밖에 못나가게 해~~" 나로 말하자면... 할 말이 없다. 그저 햇님이 너무 반짝해서 놀이터에 놀러나온 친구도 없고, 새까맣게 얼굴이 타버리면 공주얼굴 미워진다며 걍 집에 있으라고 한다.  대신 쉬는날 자전거 타고 공원가자고 꼬신다. 집에가서 희한얄궂은 과자도 하나 사준다고 말한다. 희한얄궂은 과자라는 말에 아이는 알았다고한다. 불량식품의 유혹은 세월이 지나도 변함이 없이 꿋꿋하다.       

  

쓰고 보니 공교육이라는것이,증가하고 있는 맞벌이 가정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재량휴일이라는 명목으로 걍 하루 쉬는일에는, 분명이 아~주 원대한 숨은뜻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때가 아니면 돌봐줄 사람이 전혀 없는 저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이, 아주 어린나이때부터 인생의 쓴맛을 언제 또 맛볼것이며, 부모도 선생님도 없이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을 하고...뭐 하여튼 그런일을 언제 또 해보겠는가 말이다.... 

또,쓰고보니, 설문지의 이유가 학교정책을 점검하고 시정하는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가 빼도박도 못하도록 만들수 있는 아주 손쉬운 방법이라는것도 알게됐다. 오늘만 보더라도 꼴랑 아이 둘 때문에 선생님을 배정해야하고 수당을 줘야한다는데, 내가 어찌 우리아이는 곧 죽어도 도서실 가야하니 선생님 배정 해주세요..수당은 제가 드리지요....하겠는가....                        

 

실제로 1학년때 이런일도 있었다.그때 당시에, 재량휴업일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에 대한 설문을 익명으로 했던적이 있었고..반대표가 많이 나오자 학교가 재량휴업을 하지를 못했다. 다만, 체험학습을 다녀와도 결석처리가 안되니 체험학습 갈 사람들은 학교에 나오지 말라는 공문이 뒤이어 왔었고, 청소하러 갔다가 그 말을 직접들은 어느 엄마는 선생님 눈치보여서 학교 못보내겠다며 실제로 계획에 없던 체험학습을 떠났다. 나로 말하자면..꿋꿋이 학교에 보냈다. 바야흐로 학생을 학교에 보내는 일에도 눈치를 봐야한다는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어쨌거나 그날 애들이 9명이 등교했다던가?어쨌다던가?? 종일 영화를 봤다고 했다. 요즘은 학교에서 영화도 잘 보여주는 모양이다. 오늘만 하더라도 아이말을 들어보니,  1교시:책읽기, 2교시:컴퓨터실에서 맘껏 컴퓨터하기, 3교시:영화보기, 4교시:그림자 밟기 놀이하기. 

앗,쓰고보니 공교육의 깊은 뜻 또한가지를 알았다. 학교가 학원에 치이는 요즘 아이들을 배려도 많이 해.주.는.군.하~~~!!!. 수업시간에 주구장창놀려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어쨌거나저쨌거나, 여튼 나는.. 

그르니까, 지금 나로말하자면.. 

된~장~~!!!!!!!!!!!   이러고 있다.  공교육의 훌륭한 교훈을, 그에따른 우리아이들의 알찬(?)성장을 곱씹어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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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10-12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글이 참 재미있어요~ ^^
제 어린시절을 되돌아보게 하는데,, 아이의 마음으로 보는게 참 어려울 것 같은데 이런 엄마라면 참 좋겠네요, 전 좀 막자라서;;; ㅎㅎ

잘보고 갑니다 :)

베란다다락방 2009-10-13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깜딱 놀랐어요..댓글이 다 달려있고..ㅎㅎ..넘 기분좋네요.^^ ..에궁..좋은 엄마되기가 쉽지않아요..저는 거의 조폭에 가깝다는..ㅡ,.ㅡ 평생 도 닦는것이 부모의 길인것 같아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