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그리고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이 두 건물의 가장 큰 공통점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이자 건축학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라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도시와 건축물을 함께 떠올린다. 매해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며 막대한 문화경제효과를 가져다준다.
두 건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건축하기 위해 엄청난 돈과 시간이 들어가는 대형 프로젝트였다는 것은 여전히 공통점이다. 차이점은 시작과 과정에 있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예상 공사기간 5년에서 실제로는 14년이 걸렸고, 최종 비용은 예상 비용에서 14배를 초과했다. 반면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정해진 기간과 예산 내에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많은 대형 프로젝트들은 처음 생각했던 예산, 기간, 기대수익을 충족시킬까? 이 프로젝트들은 그저 팝콘을 씹으며 느긋하게 구경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낸 막대한 세금이 들어간다. 그 돈이면 우리 동네에 새로운 학교, 공원, 도로를 몇 개나 더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프로젝트가 성공할 확률이 0.5% 라면?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성공사례는 흔한 사례가 아니라 0.5%에 해당하는 드문 사례다.
신간 '프로젝트 설계자'는 1조 원 규모 이상의 인프라, IT 프로젝트를 컨설팅하고 데이터를 축적해온 벤트 플루비야 교수의 신작이다. 그는 왜 메가 프로젝트들이 극도로 낮은 성공률을 보이는지 의문을 품고 그 원인 추적했다. 그리고 성공하는 프로젝트들의 공통점을 찾아내 실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책을 통해 상세히 제시한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결국 사람의 실수가 프로젝트를 파멸시킨다. 전문가 집단이 정밀하게 계산해 내는 숫자가 꼭 객관적인 게 아니다. 큰돈이 오고 가는 곳에도 사람들은 명분을 따지고 정치적 입장을 고려하며, 심리적 편향을 극복하지 못한다. 커다랗고 복잡한 숫자 앞에서 무기력해진다.
책의 내용은 커다란 프로젝트에서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에도 다 써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우리가 매일 생각하고 꾸미는 것들이 다 작은 프로젝트다.
성공을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첫 번째는 '천천히 생각하고 빠르게 행동하라'이다. 우리는 거꾸로 빠르게 생각하고 느리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건 인간에 내재된 본능이다. 최대한 에너지를 덜 쓰고 복잡한 생각을 하기 싫어한다. 심지어 큰돈이 걸려 있는 중요한 상황에서도 그런다.
책을 통해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무엇을 고려해야 할지 많이 배웠다. 대부분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이유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서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