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동검밖에 팔지 않는 것입니까?
에프(F) 지음,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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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게임 세계관의 주요 줄기는 물리쳐야 할 마왕이 존재하고, 그 마왕을 물리칠 주인공이 용사로 지정받아 모험을 떠나는 것이다. 내가 조작하는 주인공은 첫 시작 마을에서 몇 가지 이벤트를 겪으며 세계관에 적응한다. 그리고 마을 벗어나면 이야기의 첫 장이 끝나고 본격적인 모험이 펼쳐진다고 보면 된다.

많은 RPG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여기서 재미난 점을 알게 된다. 게임은 달라도 첫 시작 마을에서 겪는 상황이 비슷하다는 것. 약한 주인공, 빈약한 주머니 사정 그리고 거기에 잘 맞춰 디자인된 허름한 상점들. 시작 마을 주변의 몬스터는 굉장히 약하지만 그건 중반 이후 상황이고 처음에는 주인공의 생사를 위협할 만큼 위협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된다. '처음부터 좋은 장비를 주면 안 되나?'

신간 '왜 동검밖에 팔지 않는 것입니까?'는 게임 세계관 속 암묵적 약속된 상황들에 대해 의문을 품고 그 의문을 해결하며 세계의 비밀을 파헤쳐 나가는 판타지 소설이다.

저자의 이력이 특이하다. 커리어 컨설턴트이자 인기 유튜버이다. 저자는 유튜브 동영상 제작을 위한 각본을 쓰다가 이 소설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화려한 전투나 주인공의 외적 성장을 보는 일반적인 판타지 소설과 다르다. 판타지 세계관에 빗대어 현대사회의 모순을 풍자하고 은유한다. 독자는 유쾌하며 어두컴컴한 모순을 발견할때마다 웃음, 헛웃음을 짓게 된다.

소설 속 주요 사건 중에는 과거 네덜란드의 튤립 파동 사건처럼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들이다. 마물의 노예화 에피소드도 흑인 노예화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이 소설은 판타지이면서도 판타지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결코 실제 현실과 다르지 않은 모순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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