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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 수첩 - 맛 평론의 원류 언론인 홍승면의 백미백상
홍승면 지음 / 대부등 / 2023년 5월
평점 :

'먹방'이라는 단어가 세계 여러 나라 사전에 등재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인플루언서가 화려한 음식을 맛깔 내게 먹는 모습은 우리에게 대리 만족을 불러일으킨다. 그 즐거움은 우리나라를 넘어 만국에도 통하는가 보다.
먹방하면 떠오르는 드라마가 있다. '고독한 미식가'라는 일본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참으로 특이하다. 드라마라 한다면 주인공이 특이한 사건을 겪고 갖은 고생을 하며 크든 작든 깨달음을 얻는 줄거리가 대부분이다. 그것이 없다면 시원한 영상미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 모든 것이 없다. 주인공은 일 때문에 일본 전국을 떠돌며 출장을 다니는데 길 가다 만나는 현지 식당에 들러 한 끼 식사를 하고 나오는 것이 모든 회차의 내용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일본 드라마다.
우리는 매회 주인공이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살펴본다. 새로운 음식 혹은 익숙한 음식에서도 어떤 유래나 상식을 전달한다 치면 그 말이 어떤 고급 정보보다 값지게 들린다. 기갈나게 음식을 음미하는 주인공을 보며 나도 한번 일본 여행을 가야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우리나라 음식도 저렇게 소개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든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어떤 재료를 썼는지, 어떤 조리법을 썼는지, 어떤 역사를 가졌는지, 누가 조리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 한국인도 안다.
한국은 미식의 나라다. 당장의 배고픔을 잊기 위해 꾹 눌러왔던 미식에 대한 욕망이 풍요로운 시대를 맞이하자 폭발한 것이다.
하나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다른 나라에 비해 미식에 대한 탐구 역사가 짧다 보니 미식가들의 기록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음식은 전해지고 발전되지만 그 음식을 미식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미식가의 글이다.
신간 '미식가의 수첩'은 우리나라 1세대 미식가라고 할 수 있는 언론인 홍승면이 백미백상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미식 에세이를 하나로 묶어 낸 것이다.
저자는 대문장가로 잘 알려져 있는데 31살의 나이에 유명 유명 언론사 편집국장까지 지낸 분이다. 평생을 언론계에 몸담아 오신 내공으로 쓰신 에세이다 보니 문장 하나하나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 해박한 지식으로 음식의 역사와 쓰임새를 담고 저자의 다양한 경험이 맛보지 않은 음식도 맛보게 한다.
소박한 반찬거리에서, 제철에 잡히는 잡어에서 저자는 우리네 식탁 위 미식을 가득 담아낸다. 분명 어제오늘 나도 먹은 음식을 이렇게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건 분명히 책이 가진 마법 같은 매력이다.
여러 번 읽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