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의 잔 - 경남 스토리 공모전 대상 토마토문학팩토리
박희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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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를 배운 적이 있다.

한국식 다도인 다예를 기본으로 배웠고 말차를 사용하는 일본식 다도에 대해서도 가볍게 배웠다.

일본식 다도를 배울 때는 언제나 막사발을 사용했다.

차완, 찻사발이라고 불리지만 그 투박한 모양새를 보면 막사발이라는 이름이 제일 어울렸다.

옛날 할머니 집에서 아무렇게나 밥이나 반찬을 수북이 담아 주던 그릇.

당연히 세련미와는 멀다고 생각했다.

수평도 맞지 않고 그릇입이 그리는 원은 살짝 이그러져 있어 볼품없어 보였다.

하지만 다도 선생님은 전통 가마에서 구워온 막사발을 굉장히 귀하게 여기셨다.

가마 속에서 일어난 재가 붙어 얼룩이 지고,

사람 손으로 빚다 보니 그 모양새가 다르고,

그 속을 이루는 흙이 다르니 똑같은 색이 나올 수가 없다.

마치 사람 같았다.

원처럼 완벽한 얼굴이 어딨으며, 쌍둥이라도 생김새가 다르며, 마음속은 더욱이나 같은 사람이 없다.

선생님은 그것이 매력이다 하였다.

말차 거품이 밤하늘의 별과 같이 빛날 때 나는 그 뜻을 조금씩 이해했다.

신간 '제왕의 잔'은 조선의 막사발이자 일본의 국보인 이도 다완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임진왜란은 도자기 전쟁이라고도 불린다.

그 당시 도자기는 지금의 반도체급 물건이었다.

도예가들을 현재 시대로 바꾼다면 최신 반도체 기술을 가진 박사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도자기 기술을 가진 나라가 패권을 쥘 수 있다는 것이다.

소설은 역사의 한가운데 한 사기장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그는 한중일 세 나라를 무대로 치열한 역사적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수려하고 잘 쓰여진 문장은 책을 금방 읽게 만든다.

장인정신과 치열한 인간의 삶에 조용한 물음을 던진다.

'제왕의 잔' 소설과 함께 조선시대 사기공의 처절한 삶이 역사가 되는 순간을 만끽하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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