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연구하며 곰곰이 생각 볼 때마다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이 있다. '잘나가지 못하는 기업은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그 중요한 무언가를 한 단어로 말하자면 미학aesthetic이다.
답답한 물음에 정확한 답을 해준 책이 '사고 싶게 만드는 것들'이다. 저자는 LVMH 북미 회장을 역임했고 베인앤드컴파니, 에스티로더, 와튼스쿨MBA, 컬럼비아경영대학원 교수 등 화려한 커리어를 지닌 분이다.
미학은 우리 생활 속에 녹여져 있지만 낯설다. 미학을 발견하고 느끼고 즐기는 교육을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학을 데코레이션으로 보며 본질을 감추거나 꾸며주는 장식 따위로 치부했다.
아이폰과 타사 휴대폰을 들고 체험할 때를 상상해 보자. 한 번쯤 핸드폰 매장에서 비교해 봤을 것이다. 아이폰은 정교하게 깎은 유리와 매끈하게 굴곡진 금속 테두리로 고급스러운 촉감과 균형 잡힌 무게감을 먼저 선사해 준다. 인덕션이라고 놀리는 카툭튀 부위를 잘 살펴보면 하나로 깎은 통유리에 전체 테마 색깔을 같이 넣어 이상하지 않고 일체감이 든다. 카메라 배치는 타사처럼 1열로 해서 깔끔하게 혹은 눈에 덜 띄게 할 수 있었지만 삼각형으로 배치하여 오히려 더 시선을 끌게 하였다. 삼각형 배치이지만 플래시와 라이다 센서를 다시 위아래로 배치하여 오각형 별 모양으로 균형을 잡는다. 처음 봤을 때 놀림거리가 되던 그 카메라 부위는 어설픈 데코레이션이 아니라 실제로 보면 아름다운 오너먼트였다. 금속 테두리에 새겨진 충전단자와 스피커 구멍, 버튼들 또한 세심하게 배치되고 파여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애플 스토어로 그 경험을 확장하면 애플이 주는 미학은 더 뚜렷이 드러난다. 높은 층고, 알맞은 테이블 높이, 제품 외 불필요한 것들이 없는 깔끔한 테이블 위, 언제든지 체험할 수 있는 환경, 경쾌한 지니어스(애플스토어직원)들이 내는 소리와 분위기. 아이폰이 선사해 주는 경험이랑 똑같다.
애플과 아이폰의 하드웨어적 성능이 절대적인 강점이어서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라면 느끼는 그들의 미학이 아름다웠기에 끌렸고 사고 싶었던 것이다.
미학은 물건을 사고 싶게 만든다. 더 나아가서는 제품과 브랜드를 오랜 기간 강력하게 지켜준다.
대한민국 남자로 태어나 미학을 익히고 그 감각을 키운다는 것은 어렵다. 청소년 시기에 민감했던 패션 감각은 공부에 방해되는 감정으로 처리했다. 화려한 색감과 과감한 배치의 아이템들은 여자 같다 혹은 이상한 사람 취급하기 딱 좋았다. 오직 기능성과 가성비만을 생각한 것이 남자답고 정상적이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사회는 점점 변하고 있다. 이미 남자들도 명품을 소비하고 화장을 하며 가성비보다는 디자인과 브랜드 위주로 몇천만 원의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는가?
'미학은 오감과 경험이 주는 즐거움이다' 책에서 저자가 정의하는 미학이다. 즐거움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즐거움을 추구하고 자기가 살아있다는 것을 늘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 수단으로써 미학은 너무나 훌륭하다.
현재 세상은 돈 벌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사회적 지위는 바뀌기 어렵다. 그래서 젊은 사람, 많은 세대들이 사회적 지위 대신 문화적 지위를 선택한다. 문화적 지위는 각자가 좋아하는 미학이 있는 브랜드를 선택함으로써 결정한다.
그런 브랜드들이 돈을 쓸어 담고 있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보는 사람, 도대체 왜 그 물건을 살까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