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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터 ㅣ 허블청소년 1
이희영 지음 / 허블 / 2022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설 속의 새를 살려내며 생겨난 무시무시한 바이러스. 그리고 유일한 생존자.
정말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그저 '흡입력이 굉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 결말을 알아버렸을 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모든 문장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들을 곱씹으며 플래그를 추가했다.
"사실 나는 지금껏 너에게 참 많은 것을 알려줬어. 다만 네가 그걸 눈치채지 못한 것뿐이야. "
극중 이 선생님의 대사는 마치 이희영 작가가 독자에게 건네는 말인 듯 했다.
이 소설은 SF지만 너무나도 현실적이다.사실 모든 SF가 그러하지만 <테스터>는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다. 정말로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고 있는가. 만약 내가 내가 아니라면 그래도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까. 이 세상은, 나의 마음은, 나의 믿음은,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인간에게 쓸모라는 표현은 적당치 않습니다. 인간은 절대 폐기처분 될 수 없는 존재인걸요." 라는 로봇 보보의 말이 서글플정도로 인신공양의 전설은 이미 전설이 아니게 되어버린 듯하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세상이 더 좋아진다면, 당연히 그럴 가치가 있다고 믿는 게 인간이다. 그 누군가가 자신이 아니어야 한다는 절대적 조건하에서 말이다."
누군가의 희생이 당연하게 묵인되고 굴러가는 사회가 인신공양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테스터>는 모든 것들에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었다.
나는 돼지일 수 있는가, 오방새일 수 있는가, 화성으로 떠나는 이주민일 수 있는가, 아니면...
수많은 혐오와 차별이 당연시되어가는 요즘의 한국에서 <테스터>를 더 많은 이들이 읽어주기를 바란다. 책을 읽은 이들이 지금껏 알던 '나'를 벗어나 더 많은 존재가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