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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30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2월
평점 :
서양 ‘역사’를 배울 때 가장 처음 등장하는 나라가 고대 그리스이다. 민주 정치가 발달했던 지중해의 도시국가들. 문화, 예술, 정치, 철학 등 서양 문명의 뿌리인 고대 그리스에 대해 학교에서 배운 단편적인 지식만 알고 있을 뿐이지만 은연중 ‘이상적인 나라’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몇 천 년 전의 유물과 기록이 지금까지 보존되어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긴 하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일리아스’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강사님이 도자기에서 복원한 2,500년 전의 그리스 음악을 들려주셨던 기억이 떠오른다. 완벽한 복원은 아니라지만 시공간을 뛰어넘어 과거와 현재가 맞닿았다는 사실에 살짝 흥분하기도 했다.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도 고대 그리스 음악과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물론 시대 상황과 저자의 배경을 전제로 현재와 비교하며 읽다보니 내가 제대로 이해하며 읽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전체를 파악하기 위해 하나하나 더듬어 가며 파악하는데, 저자가 글을 쓴 의도가 맞는지 항상 헷갈린다. 고전 읽기의 유용함이야 널리 알려져 있지만, 나 같은 초보 독자들에게는 고전을 쉽게 리라이팅한 책들(지도)도 필요하다.
민주주의가 발달했던 고대 그리스는 정치가들, 연설가들이 청중들을 설득해야 했다. 그래서 일명 ‘소피스트’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 ‘웅변술, 설득의 기술’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수사학과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책이다. 이 책의 구성은 총 3부로 나뉜다. 1, 2부는 수사학에 대해 정의하고, 수사학의 유형과 그에 따라 고려해야할 점들을 상세히 알려주고 있고, 3부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말하기의 기술적 측면, 직유, 은유, 명료함, 무미건조함(지루함), 도입부, 논제와 증명 등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수사학은 ‘설득의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설득의 능력, 즉 말의 힘에 대해 꽤 단호한 입장을 취하며, 선용해야한다고 말한다.
“몸을 사용해 자신을 지키지 못하면 치욕스럽지만 말을 사용해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일은 치욕스럽지 않다고 한다면, 오산이다. 몸을 쓰는 것보다 말을 쓰는 것이 인간에게 더 고유한 속성이기 때문이다.”(p. 15)
수사학은 연설을 듣는 청중들에 따라 조언을 위한 연설, 법정에서의 변론, 선전을 위한 연설 이렇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각 유형에 따른 지향점도 연설을 할 때 고려해야 한다. 이에 따라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의 동기, 감정의 유형(시기, 질투, 연민 등),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 권력, 부 등 ‘청중들을 설득할 때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제시하고 있다. 살짝 처세술, 심리학, 자기 계발 서적 느낌도 났다. 어려운 책이지만, 읽다보면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말을 거는 날이 언젠가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