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플링
줄리 머피 지음, 심연희 옮김 / 살림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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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덤플링’의 원작 소설이라는데 영화가 소설을 다 담아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킬링 타임용 ‘뚱녀의 자신감을 찾기’ 영화. 소설은 진부할 수 있는 소재지만, 흡입력 있게 이야기를 구성해냈다.
뚱뚱함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있다. ‘자기 관리 못하는 사람, 둔하고 미련함...’ 내 살아온 평생 대부분 뚱뚱한 상태였기에 그 시선과 인식을 알고 있다. 사실을 말하자면, 주변의 부정적 인식에 갖혀 나 자신을 제한했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미루어 짐작하기도 했다. ‘다리 두꺼운데 치마를 입으면 민폐야, 딱 달라붙는 옷, 노출이 있는 옷을 입으면 안 돼, 꾸며봤자 달라질 건 없어...’ 지금와서 생각해 보니 내게 살짝 미안해진다. 그래서 더욱 ‘덤플링’을 열심히 봤던 것 같다.
주인공 덤플링은 다행히 자신에게 이런 부정적 언어의 마법에 걸리진 않았지만, 은연중에 영향을 받긴 했다. 알바하며 만나게 된 훈남 보와 썸을 타다 자신에 대해 의심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 여름이 오기 전까지는 난 이 몸을 하고서도 언제나 행복했었다. 심지어 이 몸이 자랑스럽기도 했다고. 그러다 보가 나타난 거다. 그 애 트럭에서 우리가 키스한 다음부터 나 자신이 부서져만 갔다. (중략) 내 속에서는 있는지조차 몰랐던 온갖 의심들이 솟아났다.” (p. 176)

덤플링의 ‘정신적 버팀목’ 루시 이모의 죽음, 왕년의 미인 대회 우승자인 엄마와의 갈등, 절친 엘렌과의 다툼.. 덤플링을 좋아하는 고등학교 미식축구 선수 미치와 훈남 보... 친구들과 예상치 못한 미인 대회 출전... 매력적인 요소들이 차고 넘친다. 어느 곳 하나 늘어지는 부분이 없다.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은 루시 이모가 댄스 교실에 들어가길 망설이는 어린 덤플링에게 했던 말이다. 이런 사람이 곁에 있었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다.
“나는 인생을 너무 많이 허비했어. 사람들이 뭐라 말할까, 어떻게 생각할까, 너무 많이 생각하며 보냈지. 그래서 가끔은 슈퍼마켓이나 우체국도 가지 못했어. 물론 그건 사소한 일이었지. 하지만 때로는 정말 특별한 일인데도 결국은 하지 못하게 될 때도 있었어.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너무 무서워서 결국 난 안 될 거라고 포기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넌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시선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단다. (중략) 일단 저 안에 갔는데 이건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이 나면 다시는 가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지금 너한테 어쨌든 기회가 있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p. 42)
덤플링은 루시 이모의 유품을 정리하다 이모가 작성하지 않고 간직해 둔 미인 대회 신청서를 발견한다. 그녀는 ‘날씬하고 예쁜 아이들만 참가하는’ 미인 대회가 별다른 제한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대회 참가 기준은 단 두 가지였다. 17세에서 20세 사이일 것, 부모님의 동의를 받을 것. 그밖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p197)
이 책은 나의 10대 후반~20대 성장기를 다시 되짚어 보는 것 같아 즐겁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으며, 끝에서는 뭉클한 감동을 줬다.
“네가 누구인지 알아내. 그리고 맘먹고 그 모습이 되어 봐.” -돌리 파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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