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다 편리한 삶,
보다 발전한
생활을 추구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시끄러운
세상 때문에 뒤도 안돌아보고 급하게 서둘러 숲속으로 들어간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숲속의 은둔자라고 부른다.
사람들 사이에
불편한 관계가 있을 때 가끔 속세를 떠나 산속으로 들어가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하지만 실행에 옮기기란 결코 쉽지 않더라는 개인적 경험이
있다.
아직 학교에
재학 중인 아이들이 있어서,
아이들이 군
입대를 하거나 대학교에 입학한 뒤로 시기를 잠정적으로 미루긴 했지만 말이다.
2013년 4월 4일,
‘미국판 로빈슨
크루소’라고 불리는 크리스토퍼 나이트가 체포된
날이라고 한다.
그는
27년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미국 메인 주 노드
숲에서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았다는 것,
은둔생활 중
생존을 위해 인근의 야영지나 오두막에서 1,000여건에 달하는 절도행각을 벌였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영원한 비밀은 없는 것,
결국 크리스토퍼
나이트는 캠프장에 설치된 카메라에 노출되어 체포되었다.
노스 폰드의 은둔자
1000여
건의 절도
7개월간의 복역
집으로 귀가 조치했을 때 그는 자신의
집을 지옥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고.

이 책 「숲속의 은둔자」는 20대
청년의 영문모를 숲속에서의 긴 여정을 소개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상을 등지고 외딴곳을 찾을 때에는 세상과의
교류가 힘들거나 불치의 병 때문에 최후의 보루로 여기고 결단하는 경향이 짙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주인공은 지극히 드문 예외라고 할 수
있다. 미국판 로빈슨
크루소,
수줍음이 많고
똑똑했던 크리스토퍼 나이트는 1986년 자신의 고향을 떠나 미국 메인 주의
거대한 숲인 노드 숲속으로 사라진 사건의 일화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 충격이다.
발견된
2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는 그
누구와도 전화를 하지도 않았고,
또한 누군가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본 적도 없다고,
다만 책을
읽거나 라디오를 들으면서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나이트를 숲속으로 가게 한 동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그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떤 사람들에게 시달렸다든지 아니면 소통이 불가능했다든지 또는 생활능력이 부족하다든지 등 그를 숲속으로 등 떠밀게 된 어떤 이유는 나와
있지 않다.

이 책의 저자와 인터뷰 중 알게 된
내용인즉 숲속의 은둔자는 내성적인 성격이며 정신질환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전자제품을
다루는 것을 좋아하던 크리스토퍼 나이트,
미국
매사추세츠에 살았던 그는 어느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자동차를 타고 플로리다까지 달렸고,
다시 핸들을
꺾어 북쪽으로 갔을 때 기름이 바닥났고,
차에서 내려
작은 오솔길을 따라 갔다고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진술했다.
책의 중간 부분에 저자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전문적 용어를 사용한다.
누군가와 더불어
소통하고 공감하며 살아가는 것보다 철저하게 혼자를 고집하는 크리스토퍼 나이트의 상황을 잘 대변해 주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생활주변의 이야기를 다 듣는 것은
아니지만 살아가노라니 정말 일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이다.
내가 잠잠해도
주변으로 인해 소음이 발생하고 불편한 상태를 피하려면 무조건 산속으로 직행하면 해결되는 것일까?
일상을 떠나려면
준비할 일도 많고 정리할 일도 많은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미국판 로빈슨 크루소는 자신이 벌여놓은 일들을 수습하지 않고 무작정 떠난 덕분에 곤욕은
가족의 몫이 되었다는 것,
그만큼
나이트에게는 숲으로 들어가는 것이 다급하고 절실했을 것이라고 짐작할 따름이다.
"사람들은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해요. 오로지 정신이상과 황당무계함만을 봐요.
나한테는 전략, 장기 계획이
있었어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내가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으니까요. "
-p. 188
사람들은 무척
궁금해한다.
그가 은둔 생활
중 얻은 것은 무엇일까?라고.
야생에서 느꼈을
두려움,
공포,
가장 절실했던
것 등등
시끄러운 사람들 틈에서 고통을 호소하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잠은 충분히 자야 한다는
것”이라고.
나이트는 검거 후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고,
이 책의 저자는
편지와 면회를 통해 숲속의 은둔자를 완성한 것이라고 한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은둔생활이 주는
느낌과 교훈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가 교과서를 통해 배울 수 없었던 깨우침을 얻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카를 융은 오직 내향적인 사람만이 '인간의 불가해한 어리석음'을
알 수 있으리라고 봤다. 니체는 "군중이 있는 곳은 어디든 악취라는 공통분모가 있다"고 했다. 나이트는 가장 친한 친구 소로는 아무리 좋은
의도에서 출발한 사회라 해도 모든 사회는 시민들을 왜곡한다고 믿었다. 사르트르는 이런 글을 남겼다.
"지옥, 그것은 타인이다."
어쩌면 "왜 사회를 떠나고 싶었는지가 아니라, 왜 사회에
머무르고 싶어 하는지가 중요한 질문일 수 있다"고 나이트는 넌지시 자신의 의중을 내비쳤다.
-p.189
한 은둔자가 공자에게 한 말이 여운을 남기며 메아리친다. 그것은
"온 세상이 불어난 급류처럼 무모하게 내달리고 있으니 세상에서 완전히 달아나는 자들을 따르는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라고 이야기했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