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다솔 작가는 시소를 탈지언정 계산하지 않는 몸이 마음 가는 곳에 일단 움직이고 보는 세상에 둘도 없는 용감한 사람이다. 언제쯤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 작가는 자문하지만 나는 그녀가 계속 전사처럼 친구들에게 달려들 것을 믿는다. 전쟁에 참여한 기세 등등한 장수처럼 울고 있는 친구들을 향해 달릴 것이다. 그리고 가장 잘하는 일을 해낼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친구들을 구하고, 결국에는 매번 포기했던 스스로를 구하는 일도 해버릴 것이다. 나는 그것을 미리 목격한 것 같다.
30년이 넘는 긴 세월, 타인의 인생을 읽고 보고 들었을 형사 박미옥. 이 책은 이제 막 말하기 시작한 사람이 내뱉은 첫 문장 같다. 반갑고 고맙다. 이야기를 들었으니 이제 우리 차례다. “계속 지금 이 순간만은 살아 있자.”
다만 착하게 사는 데도 기술과 맷집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10쪽) - P10
그렇게 눈앞의 절망을 보고도 끝내 희망하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287쪽) - P287
내 인생은 ‘친구 그리고 그밖의 잡다한 것들‘이라고 말해도 문제가 없었다. - P22
우리는 잘 모르는 것을 무서워한다. 순서를 바꾸어 말하면, 우리가 두려워하는 이유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46) - P46
살아가는데 평안한 마음 이외의 것은 생각보다 별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깜빡 잊었다가 겨우 다시 깨닫고는 한다. 다만 나는 그것을 자주 잊고 길게 불행하게 지내다가 반짝거리는 빛처럼 아주 짧게만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천국은 다음과 같은 것. 하고 중얼거려본다. 금요일 저녁 나른하게 유튜브를 보다가 녹아내리듯 소파에서 잠드는 것. 주말 아침 네가 만들어주는 라떼를 마시는 것. 후회할 것 없는 산뜻한 통화를 엄마 아빠와 하는 것. 아침에 서둘러 나가 회사 앞 카페에서 책을 읽는 것. 나를 아껴주고 조심스럽게 대하는 타인의 배려를 내가 알아보는 것. 그 또한 오늘의 나를 살리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