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쓸모 - 그늘진 마음과 잘 지내기 위해 애썼던 날들의 기록
최예슬 지음 / 빌리버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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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두드러기가 불안으로 처음 자리잡은 후 1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두드러기, 호흡 곤란, 피부 안쪽의 열감, 그도 아니면 뭔가가 가려워지기 시작하는 듯한 기분들 모두 내가 놓칠 수 없는 감각이 되었다.

나를 가장 괴롭게 만드는 것은 온도차에 의한 콜린성 두드러기인데, 그것은 내가 좋아하던 산책마저도 두려움으로 밀어넣게 만들었다.

지난 주말에는 남편과 종일 집에서 쉬다가 몸이 찌뿌둥하여 산책에 나섰다. 날이 점점 따뜻해지니 가벼운 바지를 입어도 되겠다고 신이 난 내가 말했고, 좋아하는 레깅스와 새로 산 양말을 신었다.

우리는 평소의 산책 코스대로 걷기 시작했고 움트는 봄꽃들처럼 사람들의 표정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모두의 행복한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산책길의 절반에도 닿지 못했을 무렵 나만이 느낄 수 있는 피부 속 뾰족함과 뜨거움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사포가 피부 안쪽에 있는 걸까 하는 기분이 들었다. ˝나 다리가 간지러운 것 같아˝ 내가 말하자 남편은 능숙하게 ˝옷을 얇게 입고 와서 그런가? 어서 들어가자˝라고 말했다. 서둘러 집을 향해 걷고 있는 오빠를 향해 나는 날카롭게 말했다. ˝천천히 좀 걸어. 다리 가렵고 아프단 말이야.˝ 오빠는 속도를 낮췄고 내 눈치를 보는 듯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아픈 사람이 되어버린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친절한 말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내가 너무 싫어져 버렸다.

˝마음의 깊은 곳에 힘이 채워지면 모서리가 둥글고 친절한 말을 타인에게 건넬 수 있게 된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나도 모난 마음을 둥글리고 싶어졌다. 체력이 성격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마음의 체력을 기르고 두드러기를 물리치는 상상을 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추운 날에도 용감하게 산책하는 모습도 떠올려본다. 마음껏 동그란 모습으로 용감해진다.

• 마음의 깊은 곳에 힘이 채워지면 모서리가 둥글고 친절한 말을 타인에게 건넬 수 있게 된다. 다정한 시선으로 풍경을 응시하고 얼굴에는 자연스러운 미소가 드러난다. 삶에서 불안을 만났을 때 나를 지키는 힘 역시 내부에 있다.(최예슬, 불안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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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 2023-08-03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ㅠㅠ 피부 두드러기 질환 빨리 가라앉으시길 바라요ㅠ

mamang_book 2023-08-03 18:40   좋아요 0 | URL
달자님 안녕하세요 ㅠ 걱정해주서서 너무 감사합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