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4번은 분명 자신의 얼굴과 생애를 갖고 있지만, 거기에는 체온도 통증도 없다. 따뜻함과 아픔은 그를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고, 작가는 유령에게서 그것들을 압수한다. 가까워지려는 찰나 철창문을 닫는다. 문체는 누구의 삶에도 깊이 파고들지 않으며 담담하게 서술할 뿐이다. 474는 윤이 허락하지 않으면 입을 열 수 없다. 또 신해경의 증언이 없으면 그 자신의 삶도 완벽하게 구성할 수 없다. 그러니 유령은 얼굴을 당당히 내놓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재구성되는 것이다.

https://tobe.aladin.co.kr/n/117746

사람들은 참 이상해요.살인자가 유년기가 불행했다.가정 환경이 안 좋았다.신이 나를 버렸다.우울했다.정신이 이상하다.그러고 질질 짜면 사람들이 동정해준단 말이죠.사람들이야 그렇다쳐도 심지어 니들도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고 있는 것 같아요.뭔가 억울한 것처럼.난 오래전부터 그게 참 이상했어요. - P147

악의 실체는 드러나야 한다.악을 용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악에 무지하지 않기 위해서.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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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만두의 만두도 서울어디쯤에서 사 먹는 그런 만두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경험을 냉정하게 객관화하는 것은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지 않을까. - P95

숙소에 도착해서 마시는 맥주가 정말 시원할지, 탄산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알 수 없다. 다만 그것을 지키기위해 내가 좋아하는 계절, 마법의 시간에 바다를 옆에 끼고 달리는 순간은 이미 그로서 완벽하다. - P102

차지도 덥지도 않은 기분 좋은 바람의 한 조각. 누군가는 안주를 베어 물고, 누군가는 내일이면 기억나지 않을 이야기를 하며 배를 잡고 웃는다.다시 바람이 지나간다.
평범한 맥주가 만드는 밤이다. - P161

어른이 된 이후 설렘만 사라진 게 아니다. 혹여 설렘이 찾아오더라도 설렘의 지속 시간이란 것이 급격하게 짧아지게 된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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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의 서사 - 수많은 창작물 속 악, 악행, 빌런에 관한 아홉 가지 쟁점
듀나 외 지음 / 돌고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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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는 당초 현실의 잔혹 범죄와 이를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를 규탄하기 위해 대두됐지만, 머잖아 창작 서사 전체를 아우르는 원칙으로까지 받아들여졌다(p.10)‘.
이는 전자영의 ‘우리는 악인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행위가 올바른지 아닌지만 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p.191)를 거쳐
최리외의 ‘선하고 무해하며 아름다움을 지향하려는 거의 맹목적인 태도를 어쩌면 문학의 멱살을 잡고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가?(p.233)‘으로 이어진다.

https://tobe.aladin.co.kr/n/116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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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패러독스 1
피에르 바야르 지음, 김병욱 옮김 / 여름언덕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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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그들은 아주 독특한 하나의 지위를 갖고있으며, 사실상 목록의 상태로 환원된다. 그리고 그것들은 책들 사이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는 장점을 갖고 있으므로, 책을 미치도록 좋아하여 많은 책을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자 하는 이라면 그 관계에 무심할 수 없을 것이다. - P30

독서를 시작하는 즉시,아니,그 이전부터 그런 연후에는 영원히 가정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진짜 책은 저 멀리 치워버리고서 바로 그 담론들과 견해들만 상대하게되는 것이다. - P75

역설적이게도 텍스트를 전혀 모른다는 점이 그들로 하여금, 물론 그 작품의 어떤 숨어있는 진실은 아니라 하더라도 해석 가능한 하나의 풍요로운 의미를 보다 직접적으로 얻게 해주는 것이다. - P123

읽은 책이건 읽지 않은 책이건 책들은 일종의 2차 언어를 형성하며, 우리는 이 언어에 의거하여 우리 자신에 대해 말하고 다른 사람들 앞에 우리를 나타내고 그들과 소통한다. 언어와 마찬가지로 책들은 간추리거나 다시 손질한 발췌문들에 의해 우리 개성의 부족한 요소들을 제공하고 우리의 결함들을 메우면서 우리를 표현하고 우리를 보완하는 데 쓰이는 것이다. - P173

예술가로 하여금 우리를 위해 인생을 예술적으로 실현하여 그 인생을 일시적으로 완벽하게 해주는 수단인(...)바로 그 선택의 정신,생략의 미묘한 요령이 실은 비평 능력의 가장 특징적인 형태를 구성하는 것일세.그런 비평 능력이 없는 사람은 어떤 예술적 창조도 불가능하다네(...)비평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형태에 속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P219

책이란 읽을 때마다 다시 꾸며지는 것이란 점을 그들에게 알려주는일은 곧 별 피해 없이, 심지어는 이득을 얻기까지 하며 여러 가지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단을 그들에게 제공해주는 것이라 할수 있다.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통찰력 있게 말할 줄 안다는 것은 책들의 세계를 훨씬 웃도는 가치가 있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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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가스파르 코에닉 지음, 박효은 옮김 / 시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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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지옥에 떨어진 경제학자의 이야기.한 순간도 재미가 끊이질 않는다.21세기형 <신곡>인가?어쩌면 이 지옥은 현실에 과장을 더한것일지도 모른다는 오싹함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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