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식탁은 에피쿠로스처럼 - 탐식이 괴로운 이들을 위한 음식 철학
안광복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10월
평점 :

에피쿠로스처럼! 제목에 한눈에 반한 책이다. 철학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에피쿠로스처럼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던 때가 떠올랐다. 행복한 쾌락주의자이다. 가지면 가질수록 행복할거 같다는 믿음을 뒤집어보면 내게 오는 부유함을 잘 누리고 욕망을 부풀리기 보다는 자족한다는 철학으로 기억한다. 음식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궁금한 마음으로 이책을 펼쳤다.

소크라테스 대화연구법으로 박사 학위를 받으신 고등학교 철학 선생님이시다. 철학에 대한 저서들이 있는데 제목을 잘 지으시는 것 같다. 제목에 끌리는 책이 많다. 철학이란 딱딱할 거 같은 분야를 우리 삶에 녹여내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철학을 음식안에서 녹아들어 어떤 맛이 나올지 궁금하다.
이책은 자신을 다이어터라 소개하며 이글은 독자를 위해서만 아니라 자신을 보듬고 치유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고 한다. 이책의 여정은 정보적 안내서이기보다 자신의 식습관, 음식에 대한 반성이고 독자에게 파문을 일으키고 동참하기를 깨우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100여권의 책을 읽어가며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어떤 것이 건강한 삶인가? 철학적인 꼬리와 꼬리들이 연결된 책이다.
저자는 음식의 풍요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진짜의 본연의 맛을 잃어가고 단맛,짠맛,기름진맛이 범벅된 음식들, 인스턴음식,페스트 푸드 ,배달음식, 혼밥,먹방의 트랜드로 가는 것에 대한 경각심 세워준다. 이렇게 길들여진 우리의 혀는 비만을 초래하고 건강을 해치게 된다. 또 한편에서 식사에 대한 존엄성에 대해 언급한다. 식사는 연료인가? 영양학적으로 설계된 알약을 먹을 수 있는 미래가 올수도 있다. 음식을 만들고 음식을 함께 먹고 음식을 나누는 문화는 바쁜 현대에게 무리한 요구일까?
나를 돌아본다. 햄,소세지,돈까스등의 도시락이 자랑이었던 학창시절 엄마가 끓어주었던 된장찌개, 청국장찌개, 나물을 좋아하셨던 엄마의 모습들은 나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었지만 커가면서 나의 입맛은 과자를 달고 살고 고기반찬을 좋아하고 학교앞 떡볶이, 분식들에 홀릭하였던 시절로 중독되어 갔다. 대학시절에는 부모를 떠나 나의 음식은 고칼로리, 또는 다이어트를 위한 잘못된 식습관들 그래도 젊을때는 위가 버텨주었던거 같다. 결혼을 하고 나는 내위가 약하다는 것 그리고 위가 그동안 많은 무리로 고생했구나를 알게 되었다. 결혼과 아이를 낳으며 아이에게는 건강한 음식을 주고자 하는 노력으로 유기농, 무농약의 식단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나는 지긋지긋한 폭식과 절식의 반복의 역사는 종지부를 찍었다. 지금은 엄마의 식습관을 닮아 가고 있다. 이책의 저자처럼 나는 좀더 건강한 식단을 위해 노력하는 주부이다. 아이들에게도 순한 입맛을 갖게하고자 이유식때부터 엄마들의 노력은 시작되는 거 같다. 하지만 학교에서 들어가면서부터 주변의 물량공세의 유혹에서 참 아이들을 지키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어렸을때 길들인 입맛이 조금은 작용하지 않을까 내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책에서는 한 단원의 끝에 철학자들, 또는 역사적 인물들의 식습관에 대해 흥미로운 페이지를 마련해 두었다. 명성왕후가 사랑한 약고추장 편에서는 입맛이 없을때마다 친정에서 해오는 음식이라고 한다. 고추장에 소고기를 넣고 화롯불 약한불에 하루종일 끓여 내는 음식이라고 한다. 만들어 볼까라는 마음이 혹했지만 하루가 걸린다는 말에 바로 마음을 접게한 음식이다. 그렇다. 현대인의 삶의 시계들은 점점 빨라지고 천천히 천천히 완성되는 슬로우 푸드는 접하기가 쉽지 않다.
에피쿠로스적 삶을 살아간다는 것, 내가 먹고 있는 음식에 대한 생각하는 마인드풀 이팅(Mindful Eating )혀를 자극하는 음식이 아닌 내 몸을 건강하게 할수 있는 재료와 음식들을 선택하려는 결단이 필요하다. 화려한 음식보다는 단순하고 내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다. 고기를 가성비 좋은 가격에 얻기 위해 동물들의 고통을 생각해 보게 한다. 그냥 우리의 양식이 되기 위해 그들의 고통은 가히 엄청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아직 고기를 끊을수 없을 건 같지만 좀더 줄여가는 마음이 충분히 들었다. 이 책을 통해 실은 내가 가지고 있는 음식에 대한 여러 고민과 또는 다짐들을 여러 철학자들 또는 일화를 통해 다시 한번 일깨우게 되고 엄마로써 한끼에 정성을 다하는 마음,아이들과 함께 대화하는 소중한 식단으로 나아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다이어트를 하는 청년들에게 , 아이들에게 건강한 식단을 주려는 엄마, 건강한 음식을 추구하는 모든 이에게 요즘의 식단을 돌아보며 점검하기에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