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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 2019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호아킨 캄프의 국내 최초 그림책
호아킨 캄프 지음, 임유진 옮김 / 곰세마리 / 2022년 10월
평점 :

피아노라는 동화책이다. 우리집에 거실을 한가득 채우는 피아노 하지만 그것을 열어주어서 이 공간을 가득 채워줄 사람이 없다. 나름 5살에 피아노를 시작했다. 하지만 피아노 학원을 놀러다녔던 곳이었다. 재능과 노력이 없고 그리고 열심히 쳐야 할 당위성을 가지지 못했던 것 같다. 진도는 나름 꽤 친다는 수준만큼 왔지만 피아노 놓아버린 지 너무나 까마득 엄마가 큰맘 먹고 사주신 그 피아노가 대를 물려 우리 아이들이 쳐주길 기다리고 있다. 좀더 여유가 생기면 굳어진 손가락으로 다시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요즘 계속 만나보는 동화책들에서 글과 그림을 함께 할 수 있는 재능 가득 작가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글과 그림이 다른 동화책도 많지만 글과 그림의 연동을 가장 기가 막히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본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아르헨티나 태생의 작가라고 한다. 지금은 현재는 스페인에 살고 있다. 아르헨티나 아름다운 나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보드 게임 블루마블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참 긴 수도 이름이네 하며 기억되는 곳에서 태어난 호아킨 캠프라는 작가는 피아노를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하다.

큐얼 코드로 먼저 공감각적으로 이 동화책을 먼저 만나보았는데 피아노의 제목처럼 영상으로 만난 동화책은 생생하고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강렬함을 선사하며 눈과 즐거움의 시간이었다.
이 책의 시작은 피아노가 집에 배달되면서 시작된다.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이들이 그려 놓은 듯한 액자 셋, 화분 두 개 그리고 ‘안돼’ 제스처를 하고 있는 아빠. 그리고 빤히 보이는 두 아이들이 눈에 들어 온다. 크레용 질감에 색의 조화로 따뜻한 분위기의 공간이지만 연 파란색의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안돼’ 왜 그랬을까? 이 책에는 글자가 별로 안 나오는 책인데 처음부터 안돼 뭐가? 물음표가 팡팡 터진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피아노를 치면 안 된다는 건가? 아이들이 망가뜨릴까 봐? 아니면 시끄러워서? 갑자기 안돼라는 말이 곱씹어진다. 집안 분위기인가! 엄마들 아빠들이 주로 아이들에게 하는 말인가 아닌가라는 생각과 함께 다음 장면은 ‘돼’라는 한 글자가 딸랑 아들이 앉아서 피아노를 손가락으로 눌러본다.

우리 집을 생각해 본다. 갑자기 무언가 새로운 물건이 들어왔을 때 아아들이 망가뜨릴까 전전긍긍하는 마음이었을까? 또 하나는 우리 집에서 음악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본다. 어릴 때 클래식이 좋다고 해서 많이 들려주려고 노력했다. 배경음악으로 주로 틀어 놓았던 것 같다. 아쉽게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다지 감흥이 없는 거 같다. 그냥 무의식 어딘가에 머물러 있겠지 위안하고 있다. 피아노 학원을 다니기 어려운 상황이라 일주일 한번 피아노 레슨을 받았던 첫째 딸은 역시 연습량 부족으로 많이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실은 내가 좀 가르쳐 볼 요량이었는데 참 어렵다는 말 밖에 두뇌의 명령과 달리 안 움지기는 손가락 때문에 화나고 힘들어하는 딸과 실랑이 하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마음을 내려놓은 상태이다. 그래도 중등에 들어가서 다시 관심이 생간 거 같다 그래서 조금씩 배우고 있다. 엄마가 ‘배울 기회가 있을 때 잘 배워 더라’ 나중에 잘 써먹을 때가 온다는 말씀이 그때는 너무나 싫었는데 정말 진리이다,라는 생각이 콕콕 박힌다.
아이들이 피아노를 칠 때 마도 팡팡 동물들이 튀어나온다. 차음에는 새가 나오더니 동물이 나오고 이 장면이 나의 클라이맥스이다. 피아노 속의 강렬함을 괴물들로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피아노의 선율은 새의 지저귐과 닮아 있다. 피아노를 치며 여러 가지 색깔들의 새들이 튀어나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청각이 시각으로 변환되는 다채로움을 경험하게 된다. 갑자기 평면적 선율이 공감감을 확 차지 했 버렸다고 나 할까?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의 강렬함이 이런 괴물들의 폭발함으로 나오는 게 아닌가란 생각도 든다. 또 피아노를 치며 슬퍼지며 폭우가 쏟아진다. 혼신의 힘을 다하는 피아니스트를 보는 느낌이다. 슬픈 곡조의 피아니스트 쇼팽이 떠오르기도 한다.
동화책 한 권으로 우리 삶도 들여다보고 또한 피아노 연주가 들려주는 여러 빛깔 에너지의 향연에 웃음 짓게 되는 책이다. 바쁨 속에서 음악이 껴들어 갈 시간이 안 생긴다. 솔직히 피아노라는 악기, 모든 악기가 엄청난 연습과 노력 가운데서 연주라는 음악을 선사히게 되는데 재능과 노력으로 뛰어난 연주 실력을 연마 할수도 있지만 할수 있는 만큼 조금씩 피아노 세계로 안내해 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아들에게도 이 책을 건네 보았다. 피아노 시작 하지 않은 아들은 감흥 제로 이게 뭐야! 글밥이 적고 그림 가득한 책에 약간은 실망한 모습이다. 하지만 동화는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다. 큐알 코드로 그림책을 만나고 안에 있는 스티커도 붙여가면 아이들에게 피아노가 주는 아름다움과 설레임을 이책을 통해 함께 나누면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