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의 정석 헬스의 정석 시리즈
수피 지음 / 한문화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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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헬쓰관련서적치고는 특이하게도, 그 흔한 운동포즈 사진 한 장 없다. 대신 온갖 화학식과 그래프가 난무한다. 

이 책은 "운동학과 영양학의 건강한 크로스오버"라는 표지 문구가 말해주듯이, 운동과 다이어트에 대한 잘못된 속설들을 바로잡고 독자들에게 바른 운동이론을 알려주기 위해 쓴 책이다. 저자 스스로 "How"보다는 "Why"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을 미리 알고 그 정보가 필요하여 읽은 독자에게는 매우 만족스런 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제목에 낚여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위한 A부터 Z까지가 있으리라 기대하고 읽은 독자는 낚였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그냥 운동하면 되지 굳이 이것까지 알아야 돼' 싶은 온갖 해부학, 생리학적 지식이 쏟아졌다. 
모르는 건 생물학과 약학을 공부한 아내에게 물어가며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운동자세야 요즘 인터넷 검색으로 사진뿐만 아니라 동영상까지 얼마든지 손쉽게 찾아볼 수 있지 않은가.
운동포즈사진 수십장 찍어서 그걸로 책 절반 이상을 떼우는 수많은 헬쓰서적들 속에서, 다소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운동이론을 우직하게 전하기로 한 저자의 결정이 오히려 이 책의 차별성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음. 아직 이론이군, 이제 곧 실전이 나오겠지.' 하다가 끝내 이론만으로 책이 끝나버리고 만 당황스런 경험을 했지만, 그래도 이 책 한 권으로 인해 앞으로 운동에 대한 수많은 속설들의 진위 여부를 어느 정도는 가려낼 수 있는 눈을 얻은 것 같다.

저자인 수피는 운동 쪽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파워블로거다. 
이 책은 그가 자신의 블로그에 수년간 올려온 글을 다듬고 보완해서 낸 책이다.
(수피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kiltie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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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정치인 - 정치와 죽음의 관계를 밝힌 정신의학자의 보고서
제임스 길리건 지음, 이희재 옮김 / 교양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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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는 대략의 내용을 듣고 별 관심없이 휙 지나쳤습니다.
그랬던 책을 새삼 찾아 읽게 된 계기는 한 주 전 일어난 예비군 총기난사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저에게 그 사건이 준 충격은 꽤 컸던 것 같습니다.
한국 사회가 예비군훈련조차 안심하고 받을 수 없는 위험한 곳이 되었다는 사실이 주는 불안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군시절에 따돌림과 가혹행위를 당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것이 제대 후 사회부적응으로 이어졌다가, 결국 예비군훈련장에서 불특정인에 대한 살인을 감행하고 자신도 자살하고만 한 젊은이의 모습이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까지 병들어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보여준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갑자기 이 책이 떠올랐고, 그래서 철지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한 정신의학자의 우연한 발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저자인 제임스 길리건은 미국의 살인율과 자살률이 몇 년을 주기로 두드러지게 널뛰기를 하며 증감하는 것을 보고 그 원인을 찾아내고자 노력하던 중에 그 주기가 각각 공화당,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의 집권시기의 변화와 절묘하게 맞아들어감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발견에서 시작된 연구를 통해서 저자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추진하는 정책이 실업률의 증감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살인율과 자살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복지와 사회안전망을 축소하고 줄창 민영화를 외쳐대며, 경쟁을 부추겨 실업과 실직을 개인의 책임으로 몰아붙이는 정권 하에서는 그렇지 않은 정권일 때보다 사회구성원들이 겪는 스트레스 수준이 매우 높아지게 됩니다.
이러한 사회에서 취약계층의 사람들이 구직실패와 실직 등의 현실에 맞닥뜨리게 될 때, 그로 인해 생계비관형 자살이나 묻지마폭력, 살인 등의 빈도가 높아지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자살/살인은 복지규모/실업률과만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다수가 추구하는 가치관과도 매우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가집니다.
즉, 약자를 향한 관용이 없고, 강함만을 경쟁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관이 팽배할 때, 그 사회의 자살/살인률은 올라갑니다(오늘날 한국사회가 그러한 시기인 것이 분명합니다). 
문화인류학의 아이디어인 '수치심의 윤리'와 '죄의식의 윤리' 개념을 통해 이것을 설명해낸 4장 '수치심이 사람을 죽인다'는 이 책의 백미입니다.

이 책에 대한 몇몇 비판을 들었습니다.
"단지 미국의 사례일 뿐이고, 한국상황에서는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 "우리의 제1야당은 무능하여 미국의 민주당처럼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이 두 가지가 주된 반론이었습니다.
하지만 소득불평등과 자살/살인의 높은 상관관계는 한국사회에서도 이미 데이터로 검증된 바입니다.
현재 어느 당이 더욱 소등불평등을 키우는 정책을 펴고 있는지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정당의 집권시기와 실업률 및 자살/살인률이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는가를 확인하기에는 우리의 데이터가 빈약한 것은 사실입니다.
미국은 공화당/민주당의 양당체제가 오래도록 확립되어 온데 비해, 우리는 현 여당의 독점에 가까운 정치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 책의 논지를 회의할 이유가 아니라, 데이터 검증이 가능할 정도의 정권교체가 일어나지 않은 우리의 정치현실을 안타까워해야 할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의 짧은 우리 정치역사에서도 이 책의 논지가 확인되는 지점은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실직과 자살로 이끈 IMF시대를 오게 한 정부가 어디인지, 그리고 그것을 비교적 충격을 최소화하며 빠른 시간 안에 정상화시킨 정부가 어디인지 하는 것 말입니다. 
그것은 마치, 열악한 경제지표를 공화당으로부터 물려받아 정상화시킨 후에 다시 정치논리에 밀려 공화당에게 정권을 물려주고 마는 민주당의 사례와 매우 유사해 보입니다.
우리의 짧은 정권교체의 역사 속에서도 현 여당과 제1야당 사이에는 양비론으로 뭉개버릴 수 없는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간단히 폐기해버릴 수 없는 묵직한 주장과 수많은 유익한 통찰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주저없이 별 다섯 개입니다.
이명박근혜 시대 10년, 도처에서 들려오는 세상의 신음소리가 크고도 아픕니다.
많은 분들께 이 책 읽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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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 지금+여기 3
오찬호 지음 / 개마고원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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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이치 노리토시의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을 펼쳐들었다가 책 앞부분에 오찬호 씨가 쓴 해제를 읽고 반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그 책은 해체에서 멈추고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로 갈아탔습니다.

20대 보수화의 원인에 대한 여러 진단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만큼 이 문제에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습니다.
"사회시스템으로부터 가장 철저히 홀대받는 세대가 어쩌다 그 시스템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어있는가?"
부모의 정치성향의 대물림, 편향된 언론지형 등에 주목하는 여러 정치적 접근들이 있지만, 저는 이 책의 분석이 20대 보수화의 핵심을 가장 잘 짚어내었다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의 중심논지가 완전히 새롭고 참신한 주장인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정말 많은 통찰을 주는 책입니다.
앞으로 이곳 저곳에서 이 책을 무척 많이 언급하게 될 듯 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제 소감 몇 마디 읽고 무슨 내용인지 알겠다며 관심을 접을까봐 그만 쓰려 합니다.
정말 강추합니다. 
특히 20대라면 정말 꼭 읽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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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복음주의자를 말하다
로버트 웨버 지음, 이윤복 옮김 / 죠이선교회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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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작고하신 로버트 웨버 교수는 저명한 예배학자이며, 기독교신앙의 전통적 유산을 현대에 맞게 재발굴하는 것(Ancient-future Faith)에 깊은 열정을 가진 학자였다.
웨버의 책의 최대 장점은 명료하고 유용하다는 것이다. 
가령 <기독교 문화관>과 같은 책이 그렇다.
기독교와 세상의 관계를 유형론으로 다루는 책하면, 가장 먼저 리차드 니버의 <그리스도와 문화>를 떠올릴 것이다. 이 책이 최고라는데 나도 당연히 동의한다. 그러나 이 주제에 관한 책을 추천해달라 하면 나는 니버의 책보다는 웨버의 <기독교 문화관>을 추천해왔다. 
<그리스도와 문화>가 웨버의 책보다 훨씬 더 깊이 있고 엄밀한 분석인 것만은 분명하나, 일반 독자 수준에서 읽기에 난해하고 유형 구분이 헷갈리고 애매한 지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에 비해, 기독교와 세상의 관계를 분리, 동일시, 변혁 모델로 나누는 웨버의 유형론은 더 이해하기 쉽고 유용하다.
나의 경우엔, 웨버가 어떤 주제에 대해 책을 썼다면 그 주제를 이해하기 쉽고 독자들에게 유용하도록 정리했으리라 신뢰하게 된다.

<젊은 복음주의자를 말하다>(원제: The Younger Evangelicals)는 제목 그대로 21세기 복음주의를 이끌어갈 새로운 복음주의운동 리더들과 그 운동의 특징을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20세기 이후의 복음주의를 1950-1975년에 활약한 전통적 복음주의자, 1975-2000년을 주도한 실용적 복음주의자, 2000년 이후의 젊은 복음주의자로 분류한다. (유형론을 자주 사용하고 비교 표가 자주 나타나는 것이 웨버 책의 특징적인 면이다.) 
이 책은 다양한 영역에서 젊은 복음주의자를 전통적 복음주의자와 실용적 복음주의자와 비교하며 서술하고 있다. 비교영역은 '커뮤니케이션', '역사', '신학', '변증', '교회(되기)', '목회자', '청(소)년 사역', '교육', '영성', '예배', '예술', '복음전도', '활동'으로 매우 폭넓다.

"포스트모더니티와 기독교"를 주제로 많은 책들이 나와 있지만, (역시 웨버의 장점대로) 전체적인 흐름을 명료하게 파악하는데 이만한 책은 찾기 힘든 것 같다.
이 주제에 대해서라면, 로버트 웨버의 <젊은 복음주의자를 말하다>는 지미 롱의 <새로운 청년사역이 온다>, 그리고 마이클 프로스트, 앨런 허쉬의 <새로운 교회가 온다> 이 두 권의 책과 함께 가장 추천할 만한 또 한 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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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짜로 공부한다 - 우리가 교육에 대해 꿈꿨던 모든 것
살만 칸 지음, 김희경.김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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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살만 칸은 '모든 곳의 모든 이들을 위한 세계적 수준의 무상교육'이라는 목표를 가진 비영리 교육재단 '칸 아카데미'의 창립자이다. 

읽어보니, 그저 무료동영상강의가 대박나서 교육재단까지 만들게 된 한 스타 강사의 성공담 정도의 책은 아니었다. 
경쟁을 통해 줄을 세워 기득권에 대한 진입장벽으로 삼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각자의 잠재력이 최고로 발휘되도록 돕는 교육의 비전에 나도 덩달아 가슴이 뛰었다. 
또한 인간의 학습은 어떻게 이뤄지는가에 대한 저자의 예리한 통찰에서 배우고 깨닫는 바가 많았다. 

아들 낳고 벌써부터 교육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미취학 아동들까지 경주트랙에 세우고, 자기 자녀가 그 경주에서 뒤쳐질까 두려워 부모들간에도 '사교육경쟁'이라는 경주를 하도록 강요하는 우리의 교육현실이 심히 답답하다. 
나는 경주마 되기 싫다. 날 닮았다면 아마 울 아들도 무진장 싫어할 듯! 
경주마가 되기 싫은 이들이 모여 자기가 잘 아는 분야의 기본개념을 가르치는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면 어떨까?(가령 나는 '책읽기', '보드게임을 통한 커뮤니케이션과 협상' 정도를 가르쳐 볼 수 있겠다^^*) 
그 강의들이 쌓이면 '무료강의리그'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양질의 강의컨텐츠가 확보되면 이 책이 이야기하는 학습의 원리에 따라 '기본개념은 동영상으로 배우고 문제해결, 탐구, 토론 등은 함께 해가는' 홈스쿨, 커뮤니티스쿨 커리큘럼을 짜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바란다. 
교육에 대한 아름다운 꿈과 상상력을 가진 이들이 더욱 많아지면 좋겠다. 
살만 칸처럼 꼭 누군가가 유튜브스타가 되고 TED강연에 서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되는 그런 스케일이 아니어도, 이 무정한 경쟁교육에 대한 반란을 시도하는 소박한 무리들이 많이 일어나기를 소망해 본다. 
이 책에는 그런 소박한 무리들을 깨워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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