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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신경썼더니 지친다 - 섬세하고 세심한 사람들을 위한 실전 안내서
다케다 유키 지음, 전경아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8월
평점 :
섬세씨(Highly Sensitive Person : 매우 예민한 사람), 솔직히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애들 아빠가 날 더러 고슴도치 같다 했을때, 사람들이 날 더러 너무 각을 세우는 것 같다 했을때, 완벽주의인 척 한다 했을때...
난 그저 나대로 반응 했을뿐인데, 나의 습성이자 성향인 부분을 그들은 왜 부정적인 방향으로 몰아가나 억울하고 서운해 분해 했다.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를 억누르고 맞춰줬을때라야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그 당연함 속에 죽어가는 나는 누가 달래주고 챙겨주나 자존감이 무너지는 느낌였다.
'앗, 이런 거였어?' 왠지 위로 받고 이해 당하는 느낌였다.
이제껏 나는 타인의 시선을 통해 까탈스러운 사람이구나, 억지스레 수긍 했었다.
사람들과의 부대낌 속에 극도로 예민해져 신경질적인 사람이 되어 갔고,
이러다가 내가 사달이 날 것 같아 나를 덜 볶으려 나만의 선을 긋고 단절시켰다.
"내가 먹는 것조차 남 눈치 봐야 해? 내가 먹고 싶은데로 먹을거야, 내 입맛이야!"
"나도 옷취향이란 게 있어, 내가 마네킹이야 시키는데로 입고 다니게? 상식 선에서 내가 편하되 깔끔하게만 입고 다니면 돼잖아!"
"여럿 몰려다녀야만 친한가? 곁에 사람이 없으면 어때, 차라리 속 편하고 자유롭게 혼자 먹고 보고 여행하며 즐길거야!"
"일? 하다보니 나한테만 몰린 이 상황 뭐지? 나도 적당히 일하고 돈 벌래, 너네 일은 니네가 지지고 볶더라도 알아서 해결해!"
......
그러다보니 어디서나 튀는 사람였다. 타협 할 줄도 모르고 제 하고 싶은 것만 하려 드는 깍쟁이가 되어 버린 거다.
이른 아침부터 발발 거리며 다니다보니 밤이면 녹초가 돼 세상 모르고 잔다.
애들아빤 일찍부터 자는 내가 부럽다지만 난 파김치 돼 쓰러진 상태였다. 좋게 말해 밤잠 많은거지 실제론 초죽음 상태로 엎어진 셈였던 거다.
'섬세한 사람은 뇌 신경 시스템이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섬세한 사람과 완벽주의자는 다르다....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저 눈에 띄었으니까 대응하는 것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니 미리 방지하는 것뿐이지 완벽주의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섬세한 사람 진단리스트를 체크 해 보면서, 하나씩 느는 갯수에 표정이 사라지고 굳어져 갔다. 아닐거야 나는 ~ 맞구나...로 변해가는 순간였다.
그래서 내가 어떤 부분에 예민한지 적어봤다.
냄새에 예민해서 향이 나는 화장품이나 향수 등은 질색이다. 그래서 애들아빠가 스킨로션을 발랐을땐 닦아내든 어떻게든 냄새 빼고 와야 한다.
음식에서 나는 냄새에도 예민해서 특히 육류는 거의 손대지 않는다. 생선도 바싹 구워 막 나왔을때를 제외하곤 먹질 않는다.
그렇다보니 편식이 심하네, 까탈스럽네... 하지만 내가 못 먹겠는걸 억지로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목청 높은 소리, 음량 빵빵하게 키운 음악소리... 뇌가 흔들리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우리집 남자들, 목청들이 너무 큰데다 조잘조잘... 내가 안방문을 걸어 잠그고 '휴식중, 방해금지' 하게끔 만든다.
조용조용 이야기를 하면 묵묵부답... 얼굴 들이밀며 말하다 보니 내 말이 귀에 들리지도 않았던 건데 나만 방방 뜨며 패악(?)을 부린 거였다. 아~
바지통이 넓으면 걸을때마다 스치면서 쓰쓱 나는 소리가 그렇게 신경 쓰일 수가 없다, 그래서 몸에 붙는 바지를 선호하는데
애들아빤 그게 보기 싫다며 자꾸 지적하는거다. "나 편한데로 좀, 입으면 안돼?' 그랬더니 이젠 스키니로 사다준다.
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젊은 애도 아니고 원~" 혀를 끌끌 차며 눈살 찌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대한 정중하게 입으려 노력하니 봐넘겼으면 좋겠다.
그냥 내 느낌·생각을 적었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개성이야' '나의 취향까지 지적질 하지 마' 울부짖듯 목청 높였던 일들에
'아, 그래서였어!' 납득이 되면서 내가 이해 됐다. 나조차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기에 방어 본능을 앞세우기 급급했던 순간들였는데 말이다.
너무 신경 썼더니 지친다는 크게
① 섬세한 사람이란?
② 매일 받는 스트레스를 막고 인간관계가 편안해지는 방법은?
③ 섬세함의 힘든 면을 보완하고 좋은 면을 부각시킬 방법은? ...으로 나눌 수 있다.
막힘없이 술술 읽히는데다
'그런거였어?' '어머어머~' '아 이렇게 해보라고?' 하다 보니 오랜만에 공통된 취향을 가진 사람과 맞장구 치며 수다 떠는 느낌였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치료되고 위로 받는 느낌은 처음 든 것 같다.
게다가 한 챕터가 끝날땐 상담 사례를 칼럼으로 적어놔
이렇게 자신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켰구나, 상당히 많은 이들이 섬세하거나 둔하거나 그러네...
나만, 나뿐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 좋았다.
그림으로 표현한 부분이 상당히 많아 머리속에 쏙쏙 들어왔다.
나열된 글보단 압축 표현된 그림에 반응 정도가 강한 모양이다.
평일을 열심히 일한 후에 갖는 주말, 가족들과 함께 보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에 시달렸었다.
그래서 열심히 아이들과 체험여행을 다니거나 나들이 일정을 잡았다. 그러다보니 어느순간,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거다.
직접 만들어 먹이던 애들 간식도, 매끼 식사준비도 하기 싫어졌다. 간식은 가게에서, 식사는 반조리식품이나 포장주문으로 때웠다.
못하는 요릴 어떻게든 해보려던 노력도, '잘하는 사람이 해 놓은 걸 먹고 그 시간에 나는 쉬면 효율적이지!'로 바뀐 건 정말 찰나였다.
주말엔 침대에서 딩굴거리며 나오지 않는 날도 수두룩해졌다. '꼼짝도 하기 싫으니까 배고프면 라면 끓여먹어, 엄마 휴업중이야~'
그런데 즐거운 스케쥴을 마친 후엔, 아무 예정도 없는 휴일을 스케쥴에 꼭 넣어서 푸욱~~ 쉬라지 뭔가!
내 몸이 알아서 한 반응들였나? 혼자 들뜬 부분였다.
“못하는 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자신을 채찍질하는 노력(적성에 맞지 않는 것)이고,
잘하는 것을 살리려는 노력은 자연스러운 노력(선천적으로 타고남)입니다.
너무 신경썼더니 지친다, 177~178p ”
주변 사람들에게 잘 맞추는 사촌동생과 주변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던 나는 늘 비교 대상였다.
그 사촌동생은 착해서 그런 것이고, 난 저 밖에 몰라 나쁘다라는 쪽으로 몰아 가
내가 그렇게 문제가 많은 사람인가... 착하다고 칭찬 받으려면 내 마음을 죽이고 그들에게 맞추며 살면 되나... 심각하게 고민에 빠져
심리학에 몰입한 적도 있다.
많은 시간이 흘러 지지고 볶더라도 가족의 테두리 내에 있는 나와 튕겨나간 사촌동생을 보면 상식이나 주관적인 잣대가 아니라
그 사람의 기질과 놓인 환경에 대한 이해가 먼저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안되는 걸 되게 하려고 자신을 몰아 붙이는 건 최악의 선택으로 이끄는 것과도 같겠구나 싶다.
솔직히 우리 쌍둥이 아들들이, 학교 공부가 아닌 게임에 올인하는 모습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평상시 공부하는 게 싫다면 최소한
시험기간동안만이라도 게임을 멈추고 학교 책이라도 보면서 공부했으면 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겐 교과서가 방치된 물건였다.
처음엔 참 많이도 싸웠다. 나와는 생각의 방향, 우선순위, 마음의 깊이 등이 다른 아이들이 벽에 막힌 것마냥 이물감 들었으니까.
그러다 해도해도 티 안나고 성취율도 낮은 공부보단
즉각적인 피드백이 오는 게임에서 아이들이 성취감과 만족감을 더 느끼겠구나 이해 되면서 부터는 놔둔다.
공부가 고문 같아 싫다면 다른 데서 적성을 찾고 삶의 방향을 수정하면서 나아가 보라고.
많은 시행착오와 부딪힘 끝에 느낀 것들과 책속의 내용이 맞물리면서 더 큰 시너지를 낳은 것 같다.
부딪히고 까이며 울부짖다 똬리 속에서 찾아낸 탈출구들은 이기적으로 비칠 수 있으나 나를 진정시키려는 노력들였음을,
그러나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나를 조율하며 예민함을 이완시킬 방법을 찾을 필요성은 느낀다.
또한 자신의 장기를 살리면서 행복을 찾기 위해 바람과 강점, 환경의 접점을 찾는 건 어쩌면 죽을때까지 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그 시기, 그 순간에 내가 정말로 원하는 걸 찾기 위해
말을 단서로, 섬세한 감각으로 느끼면서, 나와의 대화를 통해 알아차리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헷갈릴땐 상상 속의 어린 나에게 물어 봄으로써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내 소소히 이루며
내 삶의 활력을 찾아간다면 살아 있는 매 순간이 감사하고 행복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