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공존의 먹거리 - 음식, 풍요로움과 다양함 너머의 식탁 드레의 창
정한진 지음 / 드레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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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년 전만 해도 난, 먹기 위해서 산다 주의였다.

후즐근해도 편하기만 하면 옷은 충분히 제 역할 하는 거였고, 손에 들고 다니는 걸 싫어해 가방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으며

화장하거나 펌 하는 등의 꾸미는 건 귀찮은 존재였다. 자유롭게 다니며 즐기고 맛있게 먹는 것, 그게 내 삶을 이루는 초석였다.

그래서 맛있다더라 귀동냥 한 곳은 어디에 있건 가서 맛봐야 했고

맛집 찾아 여행 계획 세우며 토속음식도 더불어 끼우면서 설레는 등, 이왕 먹는 것 비싸더라도 맛있는 곳에 가서 제대로 먹자가 내 신념였다.

그런데 요몇년 사이,

세월은 이길 수 없다는 말처럼 나이 들수록 느껴지는 육신의 노화는 살기 위해 마지못해 먹는다로 바뀌기 시작했다.

호볼호가 명확했던 탓에 회식자리 가서도 내 밥그릇은 제대로 챙겼는데 요즘은

설령 내가 먹을게 없다해도(편식이 심한 탓에) 몇 젓가락 끄적거리다 말지 뭐~ 시큰둥해진 것이다.



그래설까, #생명과공존의먹거리 가 눈에 띈 이유가?

생일때 찰밥에 미역국 차린 밥상 대신 치킨이나 피자 기프트콘으로 생일밥상을 대신해도

좋아하는 걸로 잘만 먹었다면 그건 제 역할 다한 거라 생각하는 편이다.

카카오톡으로 축하 및 조의카드가 도착하고 직접 가는 대신 축의 및 조의금을 클릭 한번으로 이체해도

의미만 전달 됐다면 된 거라 생각한다. 키오스 주문결재 후 가져가 먹는게 얼굴 맞대고 주문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편한 것처럼

모든 건 시대에 따라 삶의 방식에 따라 선호도에 맞춰 달라져 가고, 음식 또한 다를게 없다 여기는 것이다.

군대 간 큰 아들래미 왔다고 좋아하는 갈매기살 구워 먹이는 아빠의 맘이나,

작은 아들래미 논산 훈련소 보낸 뒤 쓸쓸한 마음에 닭도리탕 시켜놓고 소주잔 기울이는 마음이나...

우리 삶의 희노애락이 음식과 함께 녹아든다는 느낌이 크다. 그게 바로 음식 안에 담긴 삶, 아닐까?



식혜만 해도 엿질금 우려낸 물에 찹쌀고들밥 짓어 붓고서 삭혀 집에서 품 들여 만든 것이 제일이라 여겼는데

캔으로 간편하게 나오더니 요즘은 덜 달고 건강을 생각했다는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모양이다.

설날이 다가온다고 박스 채 선물 배달 된 식혜를 나눠 마시면서 내가 산 찰나의 삶에서조차 이렇게 식문화가 바뀌는데

역사의 큰 테두리에서 본다면 얼마나 굴곡진 변화를 겪으며 소용돌이쳐 왔을까 싶어 새삼스러웠다.

비가 오면 괜스레 기름 냄새 폴폴 풍기는 해물파전이 생각난다.

비오면 부침개, 마치 날씨에 맞춘 루틴처럼 우리네 발길은 붙들어 매는데

아무 생각없이 식재료 사다가 넓적한 후라이팬에 두툼하게 전 부쳐 찢어 먹는 나를 발견할때면 괜스레 우습다.

마치 정수기에 물컵 갖다대면 알아서 물이 나오는 것처럼 비라는 매개가 자연스레 전 부쳐 먹고 앉게 했으니 말이다.

이렇듯 한꼭지씩 읽을때면 '맞넹~' 격한 공감에 박수 치다가

'정말?' 다양하고 풍족한 먹거리 소비가 풍요로운 삶의 여유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말에선 갸웃거리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며칠전 논산훈련소 갔을적에 주변 맛집들을 검색하다가 #우렁쌈밥 에 솔깃해서는...

시골이니 쌈채소가 싱싱하지 않겠느냐, 집된장으로 만든 우렁쌈장이 제맛이지 않겠느냐... 했다가 핀잔만 들었다.

되려 시골이 도시만 못할 수도 있다면서.

그래도 넉넉한 쌈밥 한상 받으면서 훈련소 오는 아들들에게 정성스레 만들어 대접하고 부족하면 채워주는 그 손길에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맛이란 생각해보면 몸 안으로 들어오는 먹이를 구별하는 문지기다

출처 : '생명과 공존의 먹거리' 99p

쓴맛이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이유라던가

급한 성질머리대로 먹는 즉시 에너지원이 되고 쾌락을 일깨우는 단맛에의 유혹이라던가...

꽤 흥미롭고 재미난 자극을 주는 글또한 심심찮게 등장해 읽는 재미가 소소했다.



크게 결핍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와선지(내게 주어진 여건에 맞춰 살자는 주의라 그런거지 풍족하게 살아 그리 느낀 건 아니다)

다른 건 부족하게 쓰더라도 먹는 것만큼은 먹고 싶을때 가급적 빨리 그 욕구를 해소하자는 신념이 강해선지

굶주리고 있는 이들에 대한 기사는 내것인냥 느껴지지 않았다.

먹고 살기 위한 노력 없이 베풀어 주길 기대하는 심리를 너무 많이 봐와선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네가 해주는 게 당연하다'면서 당당하게 손 내밀며 요구하는 이들을 볼때면 기가 막힌다.

'호의를 권리' 인냥 여기는 이들이 많아짐에 따라 측은지심이 배덕한 마음인냥 생각되는 것이다.

'내 돈은 내 돈이고, 네 돈도 내 돈이다' 라고들 생각하는지 애 타고 동정심 자극해 돈 빌려 놓고는 돈 없다 배 째~ 돌변하는 이들도 적지 않고

다른 이들이 어떻게 피해 보든 내 안일만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모습을 볼때면 사회 구조의 변화가 모든 걸 뒤바꾸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자연재해로 생겨난 경제적 기아와 빈곤으로 생겨난 구조적 기아에 대한 예시를 읽으며

괜한 생각의 확장까지 하게 됐다.



코로나 시국을 겪어오면서 식당 가서 먹는 것보단 배달팁 낼지언정 집에서 편하게 앉아 먹는게 당연해지고

찌개며 전골에 다른 사람 숟가락질이 거북해져 1인 밥상을 선호하게 됐으며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가 사랑 받는 등

다양한 음식 선택의 카테고리에서 편향된 식습관을 가짐으로써 지방을 좀더 몸속에 축적하게 됐다.

덕분에 체중이 1 kg씩 증가할때마다 무릎에 가해지는 압력이 3~5배가량 팍팍 늘면서 무릎통증으로 애늙은이 된 기분이다.

물리치료나 연골주사도 그때뿐이니 결국 근육량을 늘릴 수 있는 식단과 운동을 주기적으로 하면서 체중감량을 해야하는데

풍족한 먹거리와 식탐 많은 내겐 생고문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선지 음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흘러 넘쳐 우리를 괴롭힌다, 그야 말로 속이 텅 빈 풍요다... 절절이 와닿았다.

돈만 있으면 기꺼이 먹을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것이지만, 그것이 내 몸을 건강을 이롭게 하며 충만감을 준다고 확답할 수는 없다.

정신적 박탈감이나 빈곤을 느끼며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을 볼때면 차라리 적당한 결핍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지기도 한다.

뭐... 밥이 아닌 과자를 주식으로 먹는 내가 할 소린 아니겠지만 말이다.

오랜만에 종이책 질감을 느끼면서, 내가 소비하는 음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방향성을 가늠해 본 유익한 시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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