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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아이 중 한 사람은 어른이어야 한다
임영주 지음 / 앤페이지 / 2021년 4월
평점 :
아이와의 갈등은 서로간의 문제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로부터 비롯됐음을 인지하게 만든 책이다.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혼 희망은 있어도 자녀 계획은 없거나 보류 했다.
그랬기에 다태임신인 걸 알았을때 신경이 날카로워 제대로 먹지도 쉬지도 못해 조산과 사산 위험을 달고 지냈고
극소저체중아로 태어난 쌍둥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몰라 발 동동 눈물 펑펑 쏟아낸 하루하루였다.

프롤로그에 적힌 글들이 어찌나 와닿던지...
여느 아이보다 작게 태어난 아이들였기에, 혼자서 둘을 감당해야 했기에, 잘하든 못하든 버텨내야했기에
나는 부서지기 일보직전였다. 나처럼 애들아빠 또한 어떻게 하는지를 몰라 제때 제대로 된 도움을 적절이 주지 못했고
아이의 감정을 공감하기는 커녕 내 마음을 왜 몰라주나 서로에게 닦달하기 바빴다.
그런 감정적인 대응은 부메랑처럼 돌아왔고, 상처 받고 쓰러진 마음은 분노와 죄책감으로 엉켰다.
'너만 그런 게 아니야' '다들 부딪히며 부셔가며 배워'
이런 위로가 됐던 글였다.
상처 받은 나의 어린시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고, 마음대로 되어주지 않던 육아에 널부러진 몸과 마음은 방관자가 되기에 이르렀다.
이젠 손이 많이 갈 시절이 지났으니 아이들 스스로 알아서 할 것을 나는 요구했고
아이들은 기본적인 의식(衣食)마저 모르쇠로 대응하는 건 부모로써 무책임하다 질책했다. 그렇게 아이들과 나의 관계는 켜켜이 벽을 쌓아갔다.

훈육은,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아이에게 규칙과 규범을 가르치며 대안을 제시하고
각 가정의 상황과 부모의 성향에 맞춰 일관되게 이뤄지며
어른으로써의 품위와 권위를 지켜내는 걸 말한단다.
그러나 나는 화풀이를 했던 듯 하다. 아이의 말에 귀를 닫고
아이를 협박성 명령 등을 통해 통제했으며
원칙과 기준없이 그때그때 상황과 기분에 따랐고
부모를 아이로 만들어 버렸다. 내 풀에 지쳐 화를 내고 소리치며 투정 부렸으니까.
느리고 서툴고 모든 것이 어색한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 인정하고
세상의 속도가 아닌 자신의 속도로 성장 할 시간을 아이들에게 주는 것,
그게 필요한 일임을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으론 무시했던 나를 반성한 시간였다.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공격성 세가지, 이 부분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무시 당하는 것보다 혼나는게 낫다 싶어 하는 반항,
내가 나 자신을 행동이나 언어 등으로 공격하는 자기불구화,
티나지 않게 부모를 좌절시키는 수동공격성!
큰애는 물건이나 자신에게 화풀이하듯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고, 작은앤 말 한마디도 지지 않고 반항 해 댔으니까!
양육의 최종목적은 미성숙한 아이를 제대로 성장시켜 독립시키는 거라는데
내가 미성숙해서 아이를 성숙하게 성장시키지 못해놓고 아이더러 폭력적이네, 제멋대로네, 통제가 안되네
비난의 화살만 마구 쏘아댄 것 같다. 나부터 먼저 성숙해야 함을 느낀 순간였다.

4개의 챕터 제목 중 가장 뜨끔했던 부분이 '아이에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과연 나를 부모로 선택했을까'였다.
내가 아이를 선택 할 수 없었듯이 아이 또한 나를 선택 할 수 없었고
내가 다시는 고슴도치 같은 아이들과 만나지 않으리라 했던것 처럼 아이들 또한 지뢰밭 같던 나를 만나려 들지 않을 것 같았기에!
“부모는 화날때 이를 억누르고 이성적·논리적으로 이야기 한다고 생각하지만
직설적으로 쏘아붙이는 공격적인 말보다 추임새처럼 곁들인 무언의 말,
즉 말투나 제스처가 더 큰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다.
앵그리드버드처럼 끝이 올라간 눈썹, 쏘아보는 눈길, 습관적인 한숨 등이 바로 그렇다.”
부모와 아이 중 한 사람은 어른이어야 한다 중에서 p82
애들아빠와 이야기할때 말 끝에 내쉬는 한숨이 비난처럼 들려 되려 화가 났던 적이 많다.
차라리 언짢다, 불쾌하다, 고쳐라 말로 할 것이지 괜찮아~라고 말하는데 한숨은 왜 내쉰단 말인가!
부정적인 감정이되 말해봤자 해결 될 일도 아니고... 이런 미묘한 차이에 울컥 한다. 그래서 더 아~ 이해가 갔다.

거짓으로 가려진 평화엔 '괜찮아~' 축소전환하거나 '하지마!' 억압하거나 '네 문제잖아?' 방임하는 형태로 존재한다.
그러나 가장 이상적인 부모형은 아이의 감정을 모두 받아들이되 부적절한 행동은 제한하고 아이의 감정조절 방법과 적절한 분출구를 찾도록,
문제해결방법을 부모가 답을 알려주는게 아니라 아이 스스로 대안을 생각하도록 가이드를 제시하는 형태라 한다.
해결되지 못한 감정은 평소 앙금처럼 마음 깊숙이 가라앉아 있다가
어떤 계기로 감정이 요동치면 나도 모르게 자기파괴(패배)적인 행동으로 드러난다.
그렇게 때문에 내 감정의 발화점을 찾고 선택적 지각(보고 싶은데로 보고 듣는 것)을 벗어나려 노력하면서
아이가 뇌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헤아림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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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근원적인 문제는? 나부터 해결해야 할 부분은? 생각을 더듬어 정리하게 해 준 책였다.
그리고 감정공감이 결여 돼 내가 우선시 됐던 부분에 대한 이해를 하면서
아이와의 마찰 상황에선 책을 읽기 전이나 읽은 후나 다를 바 없었지만 그 후 감정정리를 하는 과정에선 '니 마음을 몰라줘 미안해.
내가 책을 마저 읽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앞섰어' 극에 달했던 아이의 감정이 스르르 녹아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잘못 된 길에서 표지판을 만난 기분였다 할까?
맞벌이라 부모의 보살핌이 적었던 나는 '나부터~' 챙겨줄 것을 요구했고 동생은 '안되면 별 수 없지!' 희생하는 편였다.
보살핌을 받고 싶었으나 그렇지 못했던 상황이 준 결핍은 타인의 감정은 그들의 몫일뿐, 냉정하게 돌아섰고
내 아이라 할지라도 그건 다를 바 없었다. 그런 내 행동을 콕~ 집어주며, 어른이 돼라 다독여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