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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 환경이야기 ㅣ 노란돼지 창작그림책 5
이재민 지음, 원유성 그림 / 노란돼지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숲과 불, 그 속에서 꿈틀대는 희망...
파릇파릇 생명의 움터옴 산, 집어삼킬 듯 모든걸 휩쓴 불길,
한순간에 잃어버린 절망감, 자욱한 연기와 잿더미,
아무것도 없을 듯한 절망감속에 대지를 뚫고 솟아오른 싹...
하나의 주제로 형성된 미술작품을
자그마한 미술관에서 한참동안이나 바라보며 감상하는 듯한 여운...
존재적 생명감, 두려움, 공포, 소실, 허탈감, 상실감... 그래도 꺼지지 않은 희망!
이 모든걸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전혀 가볍지 않은 내용의 이야깃거리였다.
작은 것 하나까지 세밀히 관찰하고 표현하고 담아내려 애 쓴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마치 그곳에 앉아서 엿보는 듯한 현실감을, 잿더미 속에서도 움터 오는 강인한 생명력을...
글은 아주 짧았다.
하지만 그림으로 모든 걸 표출시켰다.
그래서 더 강한 흡입력을 보여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디카의 한계랄까?
책으로 보여진 세세한 아름다움을 다 담을 수 없었다.
원근감있게 산을 묘사한 부분, 동물들이 어딘가로 부리나케 도망치는 부산한 움직임,
불을 끄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 잿더미 속에서 허황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들의 모습...
사진에서 볼 수 없는 오밀조밀한 산의 형상들,
여느 그림책에서 볼 수 없는 생동감 넘치는 절규하도록 온 힘을 쥐어짜는 일체화된 심리...
그래설까? 책을 덮고도 왠지 모를 허무함과 여운이 돈다.
산을, 숲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편안해요. 거기 있으면 상쾌해 지잖아요.'
'그리고 좋아. 소리 질러도 맘껏 뛰어도 뭐라 안해'
아이들에게 숲은 누구에게든 제재 받지 않은 편안함과 상쾌한 휴식터임엔 분명하다.
그러니 숲에 사는 동물에겐 오죽하랴~
먼데 산이 왜 희미하냐고 해서 손 잡고 밖으로 나왔다. 그래서 저 멀리 보이는 건물들이 어떻게 보이지?
아~ 그제사 가까운데 있는 건 또렷해보이고 먼데 있는 건 희미해 보이는 거리감을 조금은 느낀 듯 하다.
앞뒤로 나란히 뛰는 다람쥐가 엄마와 아이냐고?
그거야 작가 맘이겠지만 아이는 크기를 재 본다며 제 손가락을 자인냥 갖다댄다.
한방향으로 일제히 달리는 동물들 이름을 맞춰 볼거라고 하나씩 짚어가며 얘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진인지 그림인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어 한참을 내려봐야했다. 그만큼 멋졌다!
동물들은 어떻게 알고 도망치냐고?
사람보다 훨씬 예민한 냄새 맡는 후각 때문이 아닐까?
위험한 상황이나 천재지변을 먼저 알고 움직이는 것들은 동물이니 말이다.
조그마한 불씨가 엄청나게 커지는 모습은 직접 보질 못했다.
하지만 텔레비젼이나 그림을 통해 본 간접적인 체험으로도 충분히 그 위험성을 알고도 남는다.
불에 잘 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대기 게임?
불에 잘 타는 건 종이, 나무... 음.... 사람, 할아버지 돌아가셨을때 불속에 넣었잖아요. 타니까 넣었지 그지?
그리고... 음료수병, 장난감, 곰돌이 인형도 타죠?
불에 잘 타지 않는 것? 돌맹이, 흙, 시멘트.... 음... 물은 불을 끄는거니까 불이 싫어하겠다 그지 엄마?
생각처럼 쉽게 잘 타는 것과 잘 타지 않는 것의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아닌 불에 잘 타지 않는게 거의 없다고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우린 늘 불의 위협속에 사는지도 모른다. 불에 잘 타는 것들로 둘러싸여 있으니까.
산에 불이 났을때 어떻게 끄지?
아이들은 그저 119에 신고하면 소방관 아저씨들이 알아서들 끈다고만 여긴다.
높은 산은 험악한 산세로 불을 끄기가 그만큼 어렵다는게 그저 막연히 느껴져서일거다.
산이 불타 나무들이 없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산에 갔을적에 어떤 일을 삼가야 할지, 스스로 떠올려 보는게 훨씬 맘 속에 세기는 일인듯 느껴진다.
유치원에서도 두달가량 불조심에 관한 불과 관련된 수업을 진행했었다.
불이 났을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코 막고 밖으로 뛰쳐나가기란다^^
먼저 나가겠다고 우왕좌왕하지 말고 차례대로 나갈 것,
손으로 만지지 말 것...
그런 후 소방서 견학도 갔었다.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끄려면 어떻게 하는지,
소방관 아저씨들이 입는 옷을 흉내 내 입어도 보고
소방차에 올라타서 출동하는냥 소리도 질러 보고
불과 관련된 소방관 아저씨들의 얘기도 귀담아 듣고...
그래서 더 강한 인상으로 기억에 남았던 듯 하다.
올 여름에 낙산사에 갔었다.
화염속에 휩싸였던 곳들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서였는데, 거길 가니 불로 인해 소실된 것들을 죄다 모아서 전시해 놓고 있었다.
불속에서 건진 깨진 기와들, 다 타버린 시커먼 나무 기둥, 타다 말고 쪼그라든 동종...
그 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이 왜그리 짠~하던지...
또한 수목원을 좋아하는 탓에 산에도 많이 데리고 다닌다.
이렇게 아름드리 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차 한여름의 무더위를 시원히 식혀주는 숲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청량감,
상쾌한 공기와 향긋한 나무 내음...
이 소중한 것들이 없어져 버린 황량함이 어떤 건지 아이들은 쉽사리 떠올려지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귀한 것일수록 그 귀한 가치가 사라지지 않게 지켜내야하는 법이다.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그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엔 어떤 것이 있는지....
한참동안이나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했지만, 별다른 방법이 따로 있는 것 같진 않다.
늘 조심하고 삼가며 보존하려 애쓰는 것 외엔 말이다.